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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만명이 '찜'했다…스마트폰에 들어온 디아블로 이모탈 [팩플]

중앙일보

입력 2022.06.02 06:00

업데이트 2022.06.05 18:30

팩플레터 241호, 2022.5.31

Today's Interview
디아블로 “악마는 NFT를 입지 않는다”

오늘은 블리자드의 글로벌 히트 IP(지식재산)인 ‘디아블로’의 모바일 게임 제작 리더와 인터뷰를 소개 드립니다. 남들이 다 모바일 게임으로 달려갈 때, PC·온라인 게임의 길을 묵묵히 걷던 블리자드가 드디어 작심하고 만든 모바일 게임이라고 합니다.

길게 보면, 소비자 마음을 이길 기업은 없습니다. 모바일 게임을 찾는 사용자가 갈수록 늘어나니 블리자드도 결심을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전략을 보면 모바일의 탈을 쓴 PC·온라인게임 같기도 한데요. 박민제 기자가 디아블로 IP 총괄 책임자인 로드 퍼거슨에게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서 게임IP의 파워가 느껴지네요. 감사합니다.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성역(sanctuary)이 스마트폰으로 들어왔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가 25년 된 글로벌 인기 지식재산(IP) 디아블로 시리즈의 신작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Diablo Immortal)을 3일 모바일로 출시하면서다. 성역은 디아블로의 무대가 되는 세계. 블리자드가 주력 IP를 처음부터 모바일(mobile first)로 기획해 게임을 만들어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게임업계 관심은 PC·온라인 최강자 블리자드의 모바일 전환으로 쏠리고 있다. 블리자드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서 개인용 컴퓨터(PC)의 잠재력을 극대화 한 주역이다. 1996년 말 디아블로와 함께 선보인 배틀넷은 온라인 상 다른 이용자와 함께 게임할 수 있게 연결 해준 시스템. PC게임에 온라인 멀티플레이라는 혁신을 더한 블리자드는 이후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오버워치 등 23개 게임을 글로벌 1위에 올렸다. 모회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마이크로소프트가 687억 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도 PC·온라인 게임에서 IP 경쟁력 때문. 지난 2월 인수 발표 때 MS는 ‘매달 190개국에서 4억 명이 액티비전 블리자드 게임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디아블로 이모탈에 등장하는 악마 이미지. [사진 블리자드]

디아블로 이모탈에 등장하는 악마 이미지. [사진 블리자드]

블리자드의 안 가본 길, 모바일 

그런 블리자드가 자기 앞마당인 PC가 아닌, 모바일로 게임을 출시한다. 일각에선 디아블로 이모탈이 성공한다면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등 블리자드의 다른 주요 IP도 모바일로 나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이미 글로벌 게임업계는 PC, 콘솔, 모바일의 경계가 흐려지고 점차 통합되는 빅블러(big blur)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에 대한 기대감은 큰 편이다. 처음 제작 발표 당시 정통 블리자드 게임 팬들의 반발이 컸지만, 블리자드는 게임 트레일러(예고 동영상) 등을 개발 중간에 공개하고 3차례 사전 공개 테스트를 통해 분위기를 바꿨다. 현재 글로벌 사전 예약자는 3500만 명 이상.

팩플팀은 디아블로 IP 총괄 책임자인 로드 퍼거슨 블리자드 디아블로 프랜차이즈 제너럴 매니저를 지난 27일 화상으로 만났다. 모바일 진출 이유를 묻자 그는 “플레이어가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퍼거슨 총괄은 MS, 에픽게임즈 등에서 일하며 기어스 오브 워(Gears of War) 시리즈 등을 만든 스타 개발자다. 2020년 블리자드에 합류해 디아블로 IP 사업 일체를 총괄하고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 왜 모바일 퍼스트인가.

“우린 항상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를 가능한 많은 플레이어에게 선보이고 싶어했다. 전 세계 30억 명 이상이 게임을 즐기는데 이중 상당수가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다. 그들이 디아블로를 경험할 수 있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싶었다. 최대한 많은 이용자에게 접근하자는 게 우리의 모토다.”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30억 명 게이머 접근성 높여라" 

블리자드도 이런 결정을 하는 걸 보면, 게임 산업에서 플랫폼 간 경계가 사라지는 것 같다.  
“이용자가 어디 있는지 찾는 과정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모바일 분야는 게임 산업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용자에게 다가갈까 고민하다 모바일로 방향성을 잡게 됐다. 또 모바일에서 디아블로 같은 콘텐트를 원하는 이용자도 굉장히 많다.”

실제 모바일 게임은 게임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장조사 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게임산업 규모는 1803억 달러(227조원)다. 이중 모바일 게임은 932억 달러(117조원)로 52%를 차지한다. 2018년 50%를 돌파한 이후 모바일 게임 비중은 계속 상승 중이다. MS 내부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30억명 이용자 중 약 95%가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게임 제작이 PC·콘솔 게임 만들 때와 다르던가.  
“기본적으로 조작이 다르다. 기존 디아블로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조작했지만 모바일 게임은 터치스크린을 활용해 이용자가 직접 조작하는 방식이다. 또 모바일 이용자와 PC·콘솔 이용자 간 게임하는 시간이 다른 점도 주요 고려 사항이었다.”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3분·20분·24시간, 여유시간 전쟁 

게임 이용 시간엔 어떤 차이가 있나.  
“이전에 PC·콘솔 게임을 개발할 땐 이용자 시간은 크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아니었다. 보통 PC·콘솔 이용자는 끝까지 한 자리에 앉아서 오랜 시간 플레이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할 수도 있고. 그런데 모바일에선 이용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어딘가에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틈틈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3분, 5분, 20분 등 짧게 치고 빠진다. 그래서 개발 과정에서 이런 다양한 시간대에 맞춘 콘텐트를 준비했다. 3분만 해도 즐길 수 있고, 하루 종일해도 즐길 수 있게 해야 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이모탈을 출시하면서 PC용 오픈베타(시범 서비스)도 함께 선보인다. 모바일로 자신이 키우던 캐릭터 그대로 PC에서 이어서 할 수 있게 크로스 플레이 진척도 공유도 지원한다. 모바일 게임을 만들면서 굳이 이걸 PC로도 할 수 있게 열어둔 이유를 물었다.

“이 역시 최대한 많은 이용자들에게 다가가자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지난 디아블로 이모탈 오픈 베타 과정에서 ‘이걸로 게임방송(스트리밍)을 하고 싶다’는 피드백이 굉장히 많았다. 이들이 만약 사설 에뮬레이터(스마트폰 앱을 PC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를 쓰면 디아블로 이모탈 본연의 경험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개선방법을 고민했고 PC가 편한 이들은 PC에서도 할 수 있게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오픈베타 기간 이용자들의 플레이 시간이 평균 45분 정도로 다른 모바일 게임보다 길다는 점도 고려했다. 오래 즐기는 이들이 많다면 PC에서 하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 봤다.”
크로스 플레이, 진척도 공유는 뭔가.  
“예컨대, PC에서 즐기다 아이를 축구장에 데려다줘야 한다면, 축구장 앞에서 아이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아까 PC에서 중단된 지점부터 그대로 이어서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폰과 PC는 입력 방식도 화면 크기도 완전히 다른데, 그게 자연스럽게 이어질까.
“가능하다. 다만 디아블로 이모탈은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됐는데 PC에서 하려면 사용자 환경(UI)부터, 조작방식까지 다 바꿔야 한다. 예컨대 PC에선 마우스 스크롤이 가능하지만 모바일에선 불가능하다. 물론 아직까지 완성단계는 아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정식 출시이지만 PC용은 아직 오픈 베타다. 피드백을 받고 계속 수정할 생각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에 나오는 야만용사, 수도사, 마법사, 전사 캐릭터. [사진 블리자드]

디아블로 이모탈에 나오는 야만용사, 수도사, 마법사, 전사 캐릭터. [사진 블리자드]

'솔플'도 '100플'도 모두 대응 

디아블로 이모탈은 시리즈 첫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기도 하다. 그간 디아블로가 인공지능(AI) NPC(Non Player Character) 와 대결하는, 쉽게 말해 혼자 하는 ‘솔플’(솔로 플레이) 게임이었다면 이번 이모탈은 100명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전작들은 많아야 4~8명까지가 최대였다.

어떤 차이가 있나.  
“4인, 8인, 100인까지 다양하게 팀을 짜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 종반부에는 100인 대 100인 경쟁 콘텐트 등도 준비돼 있다. 그런 소셜 시스템이 일반 RPG와 MMORPG를 구분하는 차이다. 하지만 원한다면 혼자 게임할 수도 있다. 예컨대 던전(dungeon, 몬스터가 있는 지역)을 돌 때 파티(팀)를 짜서 가면 난도가 더 높아진다. 여럿이 가면 어려운 대신 보상도 크지만, 혼자 가면 그보다 쉬운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최신 MMORPG엔 자동 전투 기능이 필수다. 그런데 디아블로 이모탈에선 왜 이 기능을 뺐나.  
“우린 디아블로 프랜차이즈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중시한다. 수동 전투는 디아블로를 디아블로스럽게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직접 조작하고 보스 몬스터와 대항해 멋진 전투를 벌이는 게 중요하다.”
이용자가 불편하지 않을까.
 “자동전투 게임이 존재하는 걸 우리가 왜 모르겠나. 알고 있다. 플레이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디아블로 프랜차이즈가 지향하는 가치는 아니다. 그래서 시간이 많지 않은 이들을 위해 3분, 5분 등 짧은 콘텐트를 준비한 것이다. 디아블로의 경험 중 가장 중요한 건 게임 이용자 스스로 각 직업·캐릭터의 정체성을 충분히 느끼고, 온갖 고난과 역경을 직접 극복하고 악마를 처치하는 과정이다. 이게 디아블로만의 특별한 점이라 생각한다.”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부분 유료화 채택, 수익은?

디아블로 이모탈은 여타 모바일 MMORPG처럼 ‘부분 유료화’(Free to Play)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다. 기존 블리자드 게임은 구매해야 이용 가능했는데 디아블로 이모탈은 일단 플레이 자체는 무료다. 수익모델에 대해 물었다.

“우리는 비즈니스 모델 관련해서 3가지 원칙이 있다. 일단 게임 플레이가 최우선이다. 즉 디아블로 이모탈의 경험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는 무료다. 아이템이나 영웅, 던전 등 다 이용 가능하다. 두번째 원칙은 게임 내 유료 결제가 ‘보너스처럼’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가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유료 결제를 한다고 해도 게임 플레이 자체를 뛰어 넘을 수는 없다. 세번째 원칙은, 만약 사용자가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다면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느낄만한 아이템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디아블로 이모탈 내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면 무조건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
어떤 수익모델이 들어가나.
“배틀패스(구매하면 게임 진척도에 따라 추가보상), 꾸미기 아이템 등이 들어간다.”  
블리자드는 3일 디아블로 이모탈을 출시한다. [사진 블리자드]

블리자드는 3일 디아블로 이모탈을 출시한다. [사진 블리자드]

IP생명력, 스토리가 끝난 곳에서 시작 

디아블로는 1996년 말 첫 시리즈 출시 후 25년간 팬덤이 이어진 장수 IP다. 2000년 출시작인 디아블로II를 지난해 리마스터 한 ‘디아블로II: 레저렉션’은 20년 전 게임임에도 전 세계 500만 명 이상이 구매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5년간 IP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  
“이번에 내놓을 디아블로 이모탈은 디아블로II와 디아블로III(2012년 출시) 사이 시간을 다룬다. 디아블로II 마지막 부분에서 대천사 티리엘이 타락한 세계석을 산산조각 낸다. 이모탈은, 이 파편들이 성역 곳곳에 흩어져서 혼돈을 일으키는 데서 시작한다. 각 플레이어가 조각을 찾아내는 게 스토리 방향이다. 기존 시리즈와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또 디아블로III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온 캐릭터(데커드 케인)에 대해 더 심도 있게 다룬다. 앞으로 디아블로IV에서 스토리와 IP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생각이다.”
스토리가 장수 IP를 만든 핵심인가.
“디아블로는 천상과 지옥 간 영원한 분쟁으로 시작해 내가 진정한 영웅이 돼 악마를 처치하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스토리는 많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몰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런데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를 가장 빛나게 하는 요소는 이 스토리와 여러가지 시스템이 함께 묶여 있다는 점이다. 디아블로 스토리를 40시간 이상 플레이하고 나서도 여전히 더 많은 시간을 플레이할 콘텐트가 주어진다. 즉 스토리가 끝난 뒤에도 나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몬스터를 처치하는 경험이 가능하다. 새로운 직업을 체험해보고 새 장비도 구해서 더 강력해져 보고, 더 어려운 악마와 몬스터를 처치하는 경험들이 계속 주어진다. 스토리와 이 시스템이 얽혀서 IP의 진가를 발휘하고, 많은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동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NFT, 도입 계획 없다"

오는 3일 출시되는 디아블로 이모탈 게임 화면. [사진 블리자드]

오는 3일 출시되는 디아블로 이모탈 게임 화면. [사진 블리자드]

인터뷰가 끝날 무렵 로드 퍼거슨 총괄에게 요즘 게임업계 화두인 블록체인과 NFT(대체불가능토큰)를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우린 디아블로에 NFT를 사용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게임 개발 자체에 집중하는 블리자드의 분위기와 맞닿은 답변이었다. 블리자드 측은 “게이머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잘하는 것(게임 개발)을 더 잘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부연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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