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짠' 건배하자 주문 폭주 완판…그 와인 만든 이 도시

중앙일보

입력 2022.06.02 05:00

경북 문경은 다채로운 체험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해발 866m 산자락에서 비행하는 패러글라이딩 체험이 대표적이다.

경북 문경은 다채로운 체험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해발 866m 산자락에서 비행하는 패러글라이딩 체험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시대, 여행 키워드는 ‘비대면’이었다. 감염 우려가 적은 야외로 나가 다른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여행을 선호했다. 사람과 부대끼고 오감을 활용해 만지고 맛보는 건 위험한 행동으로 여겼다. 지금은 다르다. 다채로운 체험 여행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5월 25~26일 경북 문경에서 확인했다. 패러글라이딩 같은 레저뿐 아니라 양조장 투어, 도자기 만들기 같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시속 3㎞ 느릿느릿 모노레일

문경 하면 600년 역사의 고갯길 ‘문경새재’부터 떠오른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산(956m)이 새재의 명성을 넘본다. 2020년 9월 운행을 시작한 모노레일 덕분이다. 지난해 약 10만 명이 이용했고,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예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타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모노레일은 느리다. 산을 오를 때는 평균 시속 3㎞, 내려올 때는 시속 4㎞로 운행한다. 모노레일 탑승은 따분할 수 있지만, 정상에 오르면 잠이 번쩍 깬다. 360도 뻥 뚫린 풍광이 압도적이다.

단산 모노레일은 최대 경사 42도에 이르는 가파른 능선을 시속 3~4km로 느릿느릿 오른다.

단산 모노레일은 최대 경사 42도에 이르는 가파른 능선을 시속 3~4km로 느릿느릿 오른다.

단산에서는 패러글라이딩도 탄다. 충북 단양이나 경기도 양평이 패러글라이딩으로 유명했지만, 요즘 문경의 명성도 만만치 않다. 2020년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서 아이유와 배우 성동일이 문경에서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한 뒤로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활공장이 해발 866m 높이에 있어서 단양이나 양평보다 높고 국제대회 개최지답게 ‘바람의 질’이 좋기로 소문났다.

문경 패러글라이딩은 2020년 예능 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서 아이유가 체험한 뒤 이용객이 급증했다.

문경 패러글라이딩은 2020년 예능 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서 아이유가 체험한 뒤 이용객이 급증했다.

5월 25일 트럭을 타고 활공장으로 올라갔다. 헬멧을 비롯한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강사와 한 몸이 됐다. 패러글라이딩은 고난도 레저이지만 체험은 어렵지 않다. 자격증이 없는 체험객은 강사에게 모든 걸 맡긴 채 하늘에서 풍광을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10m쯤 도움닫기를 한 뒤 날아올랐다. 몸이 붕 뜬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계속 탄성이 터졌다. 해발 1000m까지 고도를 높인 뒤 파도치는 산세를 굽어봤다. 모노레일 타고 산에서 본 풍광이 3D였다면, 이건 4D라 할 만했다. 활공랜드 허헌 비행팀장이 “롤러코스터 한 번 타실래요?” 하더니 곡예비행을 했다. 멀미기가 올라올 무렵 착지. 신선한 바람을 쐬니 금세 회복됐다.

서울 특급호텔도 찾는 오미자 와인

‘지역 명사 프로그램’을 아시는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5년부터 전국 각지의 명사를 선정해 체험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올해는 15명을 꼽았는데 문경 명사 2명이 포함됐다. ‘오미나라’ 이종기(67) 대표가 그중 한 명이다.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는 세계 최초로 오미자로 와인을 만든 장인이다. 오미나라의 스파클링 와인 '결'은 최근 한미 정상 만찬주로 쓰여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는 세계 최초로 오미자로 와인을 만든 장인이다. 오미나라의 스파클링 와인 '결'은 최근 한미 정상 만찬주로 쓰여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대표는 평생 술과 함께했다. 1980년 오비맥주 입사 후 씨그램, 디아지오코리아를 거치며 맥주·위스키·와인·전통주를 두루 섭렵했다. 패스포트·윈저17·골든 블루 등 숱한 유명 술을 만든 그는 2006년 독립했다. ‘국산 재료와 기술로 세계적 명주를 만들겠다’는 결심에서였다. 그리고 연고도 없던 문경에 자리를 잡았다.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오미자 때문이었다.

“색다른 과실 와인으로 오미자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한의사였던 증조부, 외조부 덕에 어릴 적부터 오미자가 친숙했죠. 숱한 시행착오 끝에 2011년 서울에서 오미자 와인을 선보였고 애주가 사이에서 인정받으면서 서서히 입소문이 났습니다.”

문경새재 들머리에 자리한 오미나라에서는 양조장 투어를 할 수 있다.

문경새재 들머리에 자리한 오미나라에서는 양조장 투어를 할 수 있다.

이 대표가 만든 세계 최초의 오미자 와인은 서울신라호텔 라연, 시그니엘 호텔 비채나 등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판매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최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식 만찬에서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결’로 건배하기도 했다. 이후 주문이 폭주해 7월 초까지 재고분이 동났단다.

양조장 투어를 신청하면 오미자 와인의 탄생과정을 듣고 시음도 할 수 있다. 양조장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라벨을 만들고 직접 병에 와인을 담는 체험이 이어진다. 이 대표는 “색다른 술을 찾는 20~40대 체험객이 많다”며 “오미자 와인은 포도주보다 숙취가 덜 하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무형문화재와 함께 만드는 찻사발

오미자 말고 문경의 명물이 또 있다. 찻사발. 경기도 광주, 이천 등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가 많은데 문경은 찻사발, 즉 다완의 역사가 깊고 저변이 넓다. 현재 문경에는 도자기를 굽는 50여 개 ‘요(窯)’가 있다. 관음요를 운영하는 김선식(52) 도예가는 2019년 도예 체험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다완박물관’을 열었다. 관음요는 8대째 이어왔고 김 관장은 2019년 제32호 경북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김선식 한국다완박물관 관장이 전시된 찻사발을 설명하는 모습.

김선식 한국다완박물관 관장이 전시된 찻사발을 설명하는 모습.

야심 차게 박물관을 열었으나 이듬해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모든 도예가가 암흑 같은 시기를 보냈다. 전시회는 중단됐고 방문객 발길도 끊겼다. 다행히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려졌고 ‘문경 찻사발축제’도 다시 열렸다. 김 관장은 올해 한국관광공사 지역 명사로 선정되면서 도예 체험에 탄력을 받았다.

박물관 도예 체험은 어렵지 않다. 미리 구워둔 사발에 ‘세라믹 펜슬’로 문양을 새기기만 하면 된다. 체험객이 완성한 사발은 유약을 발라 가마에서 구워 25일 뒤 집으로 보내준다. 김 관장은 “도자기 체험이라면 물레질을 생각하지만 물레는 능숙한 도예가도 다루기 어렵다”며 “쓰지도 않을 다완을 재미로 만드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소장하는 차원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다완박물관에서는 도예 체험도 할 수 있다. 세라믹 펜슬로 문양을 그리면 유약을 발라 가마에서 구운 뒤 집으로 보내준다.

한국다완박물관에서는 도예 체험도 할 수 있다. 세라믹 펜슬로 문양을 그리면 유약을 발라 가마에서 구운 뒤 집으로 보내준다.

박물관에 전시된 다완 1000여 점을 관람하는 것도 흥미롭다. 기라성 같은 도예가들이 만든 명작을 볼 수 있다. 사발 하나에 1000만원이 넘는 작품도 있다. 김 관장은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박물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다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단산 모노레일은 인터넷 예약제로 운영한다. 어른 편도 8000원, 왕복 1만4000원. 이달 11일, 25일에는 모노레일도 타고 걷기여행도 즐기는 ‘트레킹 페스티벌’이 열린다. 세계유교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활공랜드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12만원이다. 사진(2만원)과 영상(2만원) 촬영은 추가 비용을 받는다. 오미나라 3종 와인 시음은 1만원, ‘나만의 병 만들기’는 3만원이다. 온라인 몰 ‘29cm’에서 2시간짜리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해도 된다. 4만5000원. 한국다완박물관 도예 체험은 ‘관음요’ 홈페이지에서 예약한다. 체험비는 다완 크기에 따라 2만50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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