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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갈증 이렇게 클 줄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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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첫날부터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뉴스1]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첫날부터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뉴스1]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 온 게 오랜만인 분들 많으시죠? 원래 도서전 첫날에 이렇게 많이 오시지 않는데, 책과 책을 둘러싼 문화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컸던 것 같습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객석과 주위를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 첫날인 1일 오후 주제 강연 ‘책은 건축물이다’를 시작하면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매일 아침 일기를 쓴 이야기로 시작한 그의 강연은 ‘집’이 한층 중요해진 우리 삶의 변화, 그리고 팬데믹 시기 세계적으로 책 매출이 늘어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그는 “책이라는 매체가 우리 예상과는 달리 정말 굳건하게 이 팬데믹 시기를 살아남았다”며 “사람들이 집으로 숨은 것처럼, 우리의 정신은 책이라는 곳으로 도망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책과 집을 연결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책은 우리의 정신이 거주하는 집”이라면서 “여러분의 입주를 기다리는 수만 채의 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도서전이 개막한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 주변은 오전 11시 입장이 시작되기 전부터 끝이 잘 안 보일 만큼 긴 줄이 늘어섰다. 국내 최대 책 잔치인 이 도서전이 코엑스에서 다시 열리는 것은 3년만. 모처럼 대규모 도서전인 데다 전국 동시지방선거로 이날이 법정 공휴일이 되면서 관람객이 예년보다 부쩍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입장권 사전 판매는 2만 장이 넘었다.

이날 개막식은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의 환영사로 시작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에서 이번 도서전 주제 ‘반걸음’을 두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떠올렸다”면서 “기성 질서와 관념을 뛰어넘는 진화와 파격을 위해 낯선 곳으로 향하는 도전과 용기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주빈국이자 수교 60주년을 맞은 콜롬비아에서 날아온 아드리아나 파디야 문화부 차관은 “콜롬비아의 창의성, 다양성, 친밀함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게 돼 기쁘다”며 “서울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첫 스페인어권 나라”라고 강조했다.

5일까지 열리는 이번 도서전에는 15개국에서 195개 회사가 참가한다. 첫날 김영하에 이어 그림책 작가 이수지(2일), 소설가 은희경(3일)과 한강(4일), 가수이자 작가 장기하(5일) 등이 주제 강연을 한다. 또 최근 3년간 공모를 통해 선정한 30종의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등 여러 전시도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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