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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에너지 쇼크…5월 물가 8.1% 폭등 역대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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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에너지값 급등에 독일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7.9% 상승했다. 뮌헨 인근 올칭의 한 주유소 직원이 유류 가격 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너지값 급등에 독일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7.9% 상승했다. 뮌헨 인근 올칭의 한 주유소 직원이 유류 가격 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전 세계를 휘젓고 있다. 이번에는 유럽이다. 5월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와 식량 가격 급등의 여파다.

3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1% 상승했다. 1997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고치다. 지난 4월(7.4%)과 시장 전망치(7.7%)보다도 높다.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뺀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4.4% 상승했다.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예견됐다. 프랑스의 5월 물가(잠정치)는 5.2%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선 건 1985년 이후 처음이다. 독일의 5월 CPI도 1년 전보다 7.9% 뛰며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문제는 에너지 가격이다. 지난달 유로존의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39.2% 뛰었다. 독일 통계청은 오일쇼크(1973년 말~74년 초) 이후 최악의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지난달 에너지 가격도 1년 전보다 28% 상승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오일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며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당초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오는 7월과 9월에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럽의 기준금리는 -0.5%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0.5%포인트의 인상(빅스텝)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ECB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지 않으면 ‘인플레와의 전쟁’ 의지를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물가에 대한 오판을 시인했다. 옐런은 31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인플레 위험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시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옐런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 병목 현상 등 예상치 못한 큰 충격이 경제에 닥쳤다”며 “이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은 지난해 5월 미 하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고 고질적인 어떤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서도 그는 “추가 충격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최근 근원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고무적이긴 하지만, 유가가 여전히 높은 데다 유럽의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 등이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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