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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뷰’ 조선왕릉, 세계유산 지위 지킬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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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포 장릉 500m 내에 지어진 검단신도시 아파트가 입주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왕릉 전면에 늘어선 아파트 전경. [뉴스1]

김포 장릉 500m 내에 지어진 검단신도시 아파트가 입주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왕릉 전면에 늘어선 아파트 전경. [뉴스1]

지난달 30일 인천 서구청이 대광이엔씨의 대광로제비앙(735세대)의 사용검사 확인증을 발급해주면서 ‘왕릉 뷰 아파트’ 입주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재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요청으로 지난 4월 ‘조선왕릉 보전현황 보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18개 능역 중 김포 장릉, 서오릉, 태릉 권역 인근에서 진행 중인 주택 건설, 개발 추진 등 정보를 모두 담은 보고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문화유산 보전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하면 ‘보전 의제’로 전체 회의에 올린다. 우리나라 세계유산으로는 처음 겪는 초유의 사태가 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용검사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이 건은 논의는 될 것 같다”며 “앞서 다른 나라의 경우를 참고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세계유산 주변에 건물이 들어서고 사람이 살기 시작해 물릴 수 없게 된다고 즉시 ‘세계유산’ 지위가 박탈되는 건 아니다. 우선 ‘보전 의제’로 회의에 오른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ICOMOS 등 자문기구에서 전문가를 파견해 실사를 진행한다. 그 결과 ‘위험에 처해있다’고 증명되면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분류된다. 이후 정부가 보전 및 개선 노력을 하는지를 지켜보며 관리받는 과정을 거친다. 여러 보전 노력이 인정될 경우, ‘세계유산’ 리스트에서 퇴출당하지 않고 ‘위험에 처한 유산’ 지위를 유지하거나, 혹 보전 성과가 뚜렷하게 있을 경우 ‘위험에 처한 유산’ 리스트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이 보여줄 수 있는 ‘보전 노력’은 지난해 건설사 측이 문화재청을 대상으로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공사중지명령 처분취소소송의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20일 변론을 마친 이 소송은 7월 8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장릉의 경관 변화는 관람객이 들어갈 수 없는 부분에서의 뷰’이고, ‘건설사의 손해를 희생해 공공복리를 옹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건설사 측이 제기한 건설중지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또 지난달 31일 인천 서부경찰서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건설사 3곳의 대표를 검찰에 송치한 건도 지켜볼 부분이다. 바뀐 문화재보호법 조항이 반영되지 않은 채 아파트 건설을 승인한 서구청 직원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가 아닌 ‘증거불충분에 따른 불송치’로 결론이 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오는 19~30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유산위원회 연례회의가 무기한 미뤄진 점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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