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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끝낸 보수, 열세 직감 진보"...이래서 투표율 낮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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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본 후 상황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본 후 상황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정부 출범 22일만에 치러진 6·1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0.9%였다. 1995년 1회 지방선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다. 이번 선거보다 투표율이 낮았던 지방선거는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열린 3회 지방선거(48.9%)가 유일하다. 지난주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의 투표율(20.62%)은 지방선거 역대 최고치였지만, 낮은 본투표 투표율의 분산 효과로만 확인됐다. 직전 7회 지방선거(60.2%)보다는 9.3%포인트 떨어졌다. 이날 투표가 진행되던 도중 중앙선관위는 이례적으로 “지방선거는 우리 주변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므로 꼭 투표에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지역별로 보면 이번 지방선거 최고 투표율은 전남(58.5%)이, 최저 투표율은 광주(37.7%)가 기록했다. 대구(43.2%)가 광주 다음으로 투표율이 낮았다. 전국 17개 시도의 투표율을 보면 50%를 넘긴 곳은 전남(58.5%)·강원 (57.8%)·경남 (53.4%)·서울 (53.2%)·제주 (53.1%)·경북 (52.7%)·울산 (52.3%)·세종 (51.2%)·경기 (50.6%)·충북 (50.6%) 순으로 10곳이었다. 충남 (49.8%)·대전 (49.7%)·부산 (49.1%)·인천(48.9%)·전북(48.7%)·대구(43.2%) 등 6개 시·도는 40%대를 기록했다. 30%대는 광주가 유일했다.

역대 선거에 비해 낮았던 투표율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보수 성향 유권자는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란 목표를 이미 달성했고, 진보 성향 유권자는 더불어민주당의 큰 열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투표장에 나올 이유를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양측 모두 투표의 유인이 많지 않았던 선거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승부처로 꼽혔던 지역들의 투표율도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수도권 3개 지역(서울·경기·인천)에선 유일하게 서울만 평균치를 상회했다. 강남 3구라 불리는 강남(53.6%), 서초(56%), 송파(55%)의 높은 투표율의 영향이 컸다. 접전 지역으로 분류된 경기와 대전, 세종의 경우 평균치를 밑돌았다.모두 민주당 후보가 현역을 맡았던 곳인데,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최근 자중지란을 겪으며 지지층 결집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야당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 논란으로 선거 막판 여당이 집중유세를 펼쳤던 제주도의 투표율은 53.1%로 평균을 상회했다. 김포공항 이전 문제로 제주도가 여야의 관심지역으로 떠오른 것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낮은 투표율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준한 교수는 “선거의 투표율이 낮을수록 후보들은 자신들의 지지자만 신경 쓰는 정치를 하게 된다”며 “강성 지지자를 위한 정치가 더욱 힘을 발휘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여야가 투표 독려를 호소했다지만, 여당은 후보들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란 말만 했고, 야당은 여론조사가 조작됐단 소리를 하지 않았냐”며 “모두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냈다. 그 과정에서 중도층들이 조용히 퇴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투표율이 낮은 선거에선 보수 정당이 우위를 보여왔다.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3회(48.9%)와 4회(51.6%)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계열의 보수정당이, 투표율이 높았던 6회(56.8%)와 7회(60.2%) 선거에선 민주당 계열의 진보 정당이 승리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일각에선 "투표율이 높은 게 우리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낮은 투표율은 이번에도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에 우호적인 결과를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선 "보수정당 지지세가 높은 6070 세대의 투표율의 부침이 다른 세대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이번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은 20~50대 유권자 그룹에선 밀려도 6070 세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앞선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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