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 "책은 정신이 사는 집...수만채가 입주 기다려"

중앙일보

입력 2022.06.01 18:30

업데이트 2022.06.01 18:54

소설가 김영하. 1일 202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사진 대한출판문화협회]

소설가 김영하. 1일 202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사진 대한출판문화협회]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 온 게 오랜만인 분들 많으시죠? 저도 여기 코엑스 들어오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원래 도서전 첫날에 이렇게 많이 오시지 않는데, 책과 책을 둘러싼 문화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컸던 것 같습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객석과 주위를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 첫날인 1일 오후 주제 강연 '책은 건축물이다'를 시작하면서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1일 열린 김영하 작가의 강연장 모습 [이후남 기자]

202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1일 열린 김영하 작가의 강연장 모습 [이후남 기자]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매일 아침 일기를 쓴 이야기로 시작한 그의 강연은 '집'이 한층 중요해진 우리 삶의 변화, 그리고 팬데믹 시기 세계적으로 책 매출이 늘어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그는 "책이라는 매체가 우리 예상과는 달리 정말 굳건하게 이 팬데믹 시기를 살아남았다"며 "사람들이 집으로 숨은 것처럼, 우리의 정신은 책이라는 곳으로 도망간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책과 집을 연결한 배경을 설명했다.
 건축물과 비교하며 책의 특징을 조목조목 풀어간 그는 "책이라는 건축물은 사용자에 제한이 없다"고도 했다. "한 명이 읽을 수도, 만 명이, 백만 명이 읽을 수도 있습니다. 건축물은 사람이 너무 많이 오면 받아들일 수 없지만 책은 거부하지 않습니다. 책의 특성은 대중성, 보편성에 있습니다. 이래서 책이 민주주의의 친구였고, 시민혁명의 디딤돌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책은 우리의 정신이 거주하는 집"이라면서 "여러분의 입주를 기다리는 수만 채의 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 오전 11시 입장이 시작되기 전부터 관람객들이 모여 긴 줄을 이뤘다. 이후남 기자

2022 서울국제도서전. 오전 11시 입장이 시작되기 전부터 관람객들이 모여 긴 줄을 이뤘다. 이후남 기자

 이날 도서전이 개막한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 주변은 오전 11시 본격적인 입장이 시작되기 전부터 끝이 잘 안 보일 만큼 긴 줄이 늘어섰다. 국내 최대 책 잔치인 이 도서전이 코엑스에서 다시 열리는 것은 3년만. 지난 2년간은 코로나19로 서울 성수동 등에서 소규모로, 온라인 행사를 병행하며 열렸다.
 모처럼 도서전이 대규모로 열리는 데다, 마침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이날이 법정공휴일이 되면서 관람객이 예년보다 부쩍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에 따르면 개막 전날까지 입장권 사전 판매는 2만장이 넘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책 축제 '제28회 서울국제도서전'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연기·축소돼 열렸다가 3년 만에 대규모로 열린 이번 도서전은 15개국 195개 사가 참가했다. 2022.6.1/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책 축제 '제28회 서울국제도서전'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연기·축소돼 열렸다가 3년 만에 대규모로 열린 이번 도서전은 15개국 195개 사가 참가했다. 2022.6.1/뉴스1

 개막식은 이날 오전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의 환영사로 시작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에서 이번 도서전 주제 '반걸음'을 두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떠올렸다"면서 "기성 질서와 관념을 뛰어넘는 진화와 파격을 위해 낯선 곳으로 향하는 도전과 용기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의 주빈국이자 한국과 수교 60주년을 맞은 콜롬비아에서 날아온 아드리아나 파디야 문화부 차관은 "콜롬비아의 창의성, 다양성, 친밀함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게 돼서 매우 기쁘다"며 "서울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첫 스페인어권 나라"라고 강조했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 콜롬비자 주빈국관 테이프커팅. 왼쪽부터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아드리아나 파디야 콜롬비아 문화부 차관, 후안 카를로스 카이사 로세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2.6.1/뉴스1

2022 서울국제도서전 콜롬비자 주빈국관 테이프커팅. 왼쪽부터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아드리아나 파디야 콜롬비아 문화부 차관, 후안 카를로스 카이사 로세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2.6.1/뉴스1

 5일까지 열리는 이번 도서전에는 15개국에서 195개 회사가 참가한다. 첫날 김영하에 이어 그림책 작가 이수지(2일), 소설가 은희경(3일)과 한강(4일), 가수이자 작가 장기하(5일)가 주제 강연을 갖는다. 이를 포함해 200여명이 넘는 저자와 강연자들이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
 또 최근 3년간 공모를 통해 선정한 30종의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등 여러 전시도 함께 열린다. 도서전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 한정판 도서도 나왔다. '반걸음'을 주제로 김복희·김연수·문태준·오은·조경란 등 10명의 작가가 쓴 글을 묶었다. 노벨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비롯해 과거와 현재 콜롬비아 작가들과 작품을 소개하는 행사도 다양하게 이어진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 성황리에 개막
올해 주빈국 콜롬비아 등 15개국 참가
삼성동 코엑스에서 오는 5일까지
이수지, 은희경, 한강, 장기하 등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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