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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올린 물가"라더니...바이든 행정부 "인플레 오판"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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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만났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만났다. [A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방영된 CNN 인터뷰에서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인 위협일 것이라고 한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wrong)"고 말했다. 40년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경제정책 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오판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푸틴의 가격 상승(Putin's price hike)" 같은 용어를 쓰며 인플레이션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데 주력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문제를 잘못 판단했다고 시인한 것은 이례적이다.

옐런 의장은 이날 CNN 시사프로그램 '시츄에이션 룸' 울프 블리처 앵커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잘못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위협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단기적인 현상일 것으로 예상한 것을 말한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옐런 장관은 "경제에 예상치 못한 큰 충격이 있었고 이로 인해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 병목현상이 발생해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당시에는 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걸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에 대한 충격은 계속 이어졌다"면서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CNN 인터뷰가 나간 뒤 재무부 대변인은 옐런 장관이 경제에 가해진 잇단 충격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악화했고, 18개월 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여러 변이 출현, 중국 봉쇄 등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을 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해 5월 하원 세출위 소위 청문회에 출석해 "내 판단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점"이라면서 "이는 고질적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3월 ABC뉴스 인터뷰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1조9000억 달러(약 23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구제 법안을 언급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작은 위험(small risk)"이 있지만 "관리할 수 있다(manageable)"고 예측했다.

옐런 장관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백악관 내부와 Fed,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물가 상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경제가 재개되면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치솟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류였다.

옐런 장관 발언은 고위 관료들이 인플레이션 원인과 대책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던 뒤 고위 당국자들이 대국민 홍보 강화 차원에서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가 인플레이션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고, 고물가 원인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참모들에게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6개월 만에 면담하고, 장관들이 케이블TV 등에 출연해 바이든 행정부 경제정책을 홍보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파월 의장, 옐런 장관 회동은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만나 "Fed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면서 인플레이션 해소가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회동은 지난해 11월 파월 의장의 연임 발표 이후 6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면담을 비공개로 전환하기 전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Fed 의장과 멤버들은 인플레이션 해소에 매우 집중하고 있으며, 물가 상승을 해결하기 위해 통화정책 같은 수단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면담에서도 Fed가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필요한 활동 공간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백악관 브리핑에서 밝혔다.

바이든이 Fed 독립성을 강조한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일부 미국 언론은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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