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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일 만에 ‘해방’ 됐다…상하이 봉쇄 해제 “흥분되고 두렵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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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상하이 황푸강변의 와이탄에서 한 여성이 동방명주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상하이는 이날 두 달여 봉쇄를 해제하고 정상화에 들어갔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 상하이 황푸강변의 와이탄에서 한 여성이 동방명주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상하이는 이날 두 달여 봉쇄를 해제하고 정상화에 들어갔다. [로이터=연합뉴스]

“상하이가 돌아왔다.”
66일간의 봉쇄가 풀린 1일 0시 정각 중국 상하이의 랜드마크 와이탄(外灘)에 모인 시민들이 소리쳤다. 곧이어 갇혔던 단지를 빠져 나온 차들이 일제히 경적을 울리며 해방감을 만끽했다. 상하이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66일간의 상하이 봉쇄가 풀리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1일 0시 상하이 봉쇄가 풀리자 시민들이 와이탄에 모여 기념 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펑파이 캡처]

1일 0시 상하이 봉쇄가 풀리자 시민들이 와이탄에 모여 기념 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펑파이 캡처]

시민 왕하오(28)는 “오랫동안 거리의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사회관계 공포증(社恐)’을 느낀다”면서도 “자유가 흥분되고 두렵기도 하다. 모두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게 익숙하지 않을 것 같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해방’의 소감을 전했다.
인구 2400만 명의 상하이시는 이날 정상화 제3단계인 ‘일상회복’ 단계에 들어갔다. 여전히 확진자가 발생한 봉쇄구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의 봉쇄가 해제됐다. 1일 봉쇄 구역 내의 시민은 20만명 수준이다.
네티즌은 봉쇄 해제에 환호성을 올렸다.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微博)에는 1일 0시 무렵 검색어 해시태그 ‘#상하이가 돌아왔다(上海回來了)’가 올라왔다. 이날 오후까지 클릭 6억6000만 회를 기록했고, 게시물 8만1000여 건이 올라왔다. “자유를 회복한 6·1절” “상하이의 2022년이 막 시작했다”며 기뻐하는 글이 많았다. 하지만 “비극을 희극으로 연출한 철두철미한 코미디다. 2400만명을 석 달 가두고 남 탓하는 감사 편지뿐, 반성도 죄책감도 없다. 같은 기간 베이징은 위생건강위 주임이 면직됐지만, 상하이는 애꿎은 기층 간부만 문책했다”며 시 당국을 비난하는 글에도 공감을 표하는 별풍선이 쇄도했다.
시 당국은 오랜 봉쇄를 견딘 시민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이날을 “모두가 하나같이 너무 오래 기다렸던 시각”이라며 “뼈에 깎고 마음에 새길(刻骨銘心·각골명심) 하루”라고 표현했다. 편지는 “우리는 반드시 대(大)상하이 보위전의 전면 승리를 맞이해야 한다”며 ‘제로 코로나’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날 상하이시 간부 회의에서는 “광범한 선전을 통해 개인의 방역 의식과 능력을 높여야 한다”며 “백신 접종, 핵산검사, 마스크 착용, 항상 손 씻기, 건강코드 검사, 소독하기를 일상화하라”고 지시했다.

1일 상하이 코리안 타운인 훙취안루의 한국 상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한국 식당들은 밀린 청소를 하며 영업 재개를 준비했다. [사진=장창관 프리랜서]

1일 상하이 코리안 타운인 훙취안루의 한국 상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한국 식당들은 밀린 청소를 하며 영업 재개를 준비했다. [사진=장창관 프리랜서]

이날 상하이 한국 교민 사회는 생기가 돌았지만 재봉쇄 우려는 여전했다. 신선영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은 “거의 모든 한국 기업이 정상 출근했다. 원자재 공급망 등의 문제로 조업 완전 정상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며 “여전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언제라도 봉쇄가 재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주중 영국상회의 줄리언 매코맥 회장 역시 로이터에 “봉쇄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어떠한 보장도 없다”고 우려했다. 한 외국계 은행원은 “회사 내 확진자가 발생해 건물이 봉쇄될 것을 대비해 기본 생활 용품을 휴대하고 출근했다”고 로이터에 토로했다.
훙취안루(虹泉路)의 코리안 타운 식당가는 손님 맞이 준비에 들어갔다. 출근한 직원들은 매장을 청소하고 냉장고에 보관했던 식재료를 폐기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재료 부족과 정책 혼선으로 아직 문을 연 식당을 찾기 힘들다고 현지 교민들이 전해왔다.
이날 상하이를 출발한 항공과 철도 편수가 100편을 넘기는 등 장거리 교통도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고속열차는 훙차오·상하이역 등에서 총 54편이 출발했다. 열흘 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국내선 항공편도 1일부터 3일까지 하루 57개 항공편이 운행을 재개했다고 경제 매체 차이신이 보도했다.
주식 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 상하이 주식시장은 소폭 하락으로 개장해 0.13% 하락했다. 상하이 시 정부가 소비 촉진을 위해 4만 개의 비상업용 차량 번호판을 신규 발급하고, 순수 전기차로 교체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1만 위안(186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날 자동차 기업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한편, 중국 시진핑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는 단순 공포감에 기반을 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지난 5월 푸단대학은 오미크론이 3개월 안에 전 중국에서 160만명의 사망자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미크론이 퍼질 경우 취약한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집권 공산당과 지도자에 대한 신뢰를 궁극적으로 앗아갈 수 있다는 수뇌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봉쇄 일변도의 ‘제로 코로나’ 비용도 막대하긴 마찬가지다. 노무라 증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46개 도시에서 3억4500만명이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봉쇄됐다. 결국 봉쇄가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망을 훼손하면서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했고, 이는 결국 잠재적으로 집권당의 합법성 위기를 초래하는 악순환에 들어갔다고 FT는 분석했다. 베이징의 경제학자는 “중국이 언제 어떻게 전략적 변화를 단행할지를 놓고 비공개로 열띤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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