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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값에 쓰레기 태우는 시멘트 업체, 오염 배출기준 느슨하다"

중앙일보

입력

강원도 영월의 한 시멘트 공장. 시멘트를 제조하는 소성로에서도 폐합성수지 등 폐기물을 보조연료로, 슬래그 등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원도 영월의 한 시멘트 공장. 시멘트를 제조하는 소성로에서도 폐합성수지 등 폐기물을 보조연료로, 슬래그 등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중앙포토

다량의 쓰레기가 시멘트 제조업체의 소성로에서 소각 처리되고 있지만, 오염물질 배출허용 기준이 기존 소각업체에 비해 느슨해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1일 한국 폐자원에너지기술협의회(회장 박진원 연세대 교수)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폐기물 처리시설로서의 소성로와 소각로의 역할과 전망'을 주제로 기술 워크숍을 열었다.
주제발표자와 토론자 등 참석자들은 기존 소각업체의 소각로 외에 시멘트 제조업체의 소성로에서 폐기물을 태우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날 워크숍에서 소각업체 관계자들은 "시멘트 업체에서 쓰레기를 싸게 처리하는 바람에 기존 소각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멘트 소성로에서 처리할 수 없는 까다로운 산업폐기물도 있고, 경기 침체로 시멘트 생산량이 줄면 쓰레기 처리가 안 돼 쌓일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소성로와 소각로 다룬 워크숍 개최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위치한 제주 환경자원순환센터의 모습. 생활쓰레기를 소각하는 시설이다. 중앙포토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위치한 제주 환경자원순환센터의 모습. 생활쓰레기를 소각하는 시설이다. 중앙포토

이들은 특히 소성로가 기존 소각로보다 대기오염 배출허용기준이 느슨하기 때문에 처리 비용도 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의 경우 2015년 이후에 가동한 소성로는 80ppm이지만, 그 이전에 가동한 소성로는 기준이 200ppm이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소각로의 배출 기준은 50ppm이다.
소성로는 소각로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동일한 배출 농도로 배출하더라도 전체 배출량이 많아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훨씬 크기 때문에 배출 총량을 규제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시멘트 업계에서는 연간 170만 톤의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보조 연료로 태우고 있고, 철강업체에서 나오는 슬래그 등 630만 톤의 폐기물을 보조원료로 사용하는 등 연간 800만 톤이 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그동안 시멘트 업계에서는 "시멘트 제조 공정에 어차피 유연탄 등을 보조 연료를 사용해왔는데, 플라스틱 등 폐기물로 대체하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며 "1450도의 고온에서 소각하기 때문에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배출도 적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워크숍에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장기석 상무는 "기존 소각시설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온도인 850도가 가장 안정적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온도이기 때문에 더 높은 온도에서 태운다고 해도 더 나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시멘트 소성로에서도 폐기물을 태우는 단계의 온도는 900도이고, 1450도까지 올라가는 것은 그 이후 공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시멘트 소성로에서도 다이옥신 배출허용 기준이 ㎥당 0.1ng(나노그램, 1ng=1억분의 1g)이고, 실제로는 0.05ng/㎥ 이하로 관리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립환경과학원의 입장이다.

소성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의문 제기

시멘트 공장에서 먼지를 배출해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최병성 목사]

시멘트 공장에서 먼지를 배출해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최병성 목사]

이날 워크숍에서 박상우 저탄소 자원순환연구소장은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년 탄소 중립 계획에서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시멘트 소성로의 연료를 유연탄에서 폐합성수지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소성로 연료를 충당하기 위해 2050년에도 시민들이 폐플라스틱을 대량 배출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권우택 한국세라믹기술원 수석연구원은 "2050년까지 소성로 보조 연료의 60%를 폐합성수지로 대체하더라도 현재 국내 폐합성수지 총 발생량의 25~30% 수준"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폐합성수지 배출량이 줄더라도 소성로 보조 연료 충당에는 큰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이 자리에서는 "연료를 폐합성수지로 대체하더라도 태우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만큼 소성로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연료 대체와는 무관하게 시멘트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시멘트 생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세계적으로 6% 이상 차지하고 있고, 시멘트 생산으로 인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530㎏에 이르고 있는 만큼 전체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60~70%는 연료를 태우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원료인 석회석에 들어있는 이산화탄소를 날려 보내는 데서 발생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마그네슘 옥시클로라이드 같은 석회석 없는 시멘트, 혹은 석회석 소성 점토 시멘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한 소각장. [중앙포토]

충북 청주에 위치한 한 소각장. [중앙포토]

국립환경과학원 윤영삼 자원순환연구과장은 이날 워크숍에서 "소성로에서 폐기물을 태우는 것과 관련해 시민들이 시멘트 품질에 우려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국립환경과학원에서도 매달 시멘트 제품의 중금속 농도나 방사선을 검사해 공개하고 있다"며 "소성로 배출허용기준 등과 관련해서도 환경부와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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