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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금리 4% 돌파…영끌족은 피가 마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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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직장인 정모(33)씨는 지난 3월 출산한 아내를 보면 마음이 아리다. 대출 이자가 불어나면서 당초 계획했던 육아휴직을 쓰지 않고 복직할 생각을 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지난해 초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8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샀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3억원을 마련하고 부족한 돈은 신용대출(1억원)과 부모에게 빌린 돈으로 메웠다. 그런데 올해 들어 금리가 급등하며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대출 초기 100만원이던 주담대 원리금은 이달 127만원으로 늘었다. 연간으로 따지면 원리금이 324만원 불어난 셈이다. 저축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 금리도 9%까지 뛰었다.

대출금리가 급등하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8년 만에 연 4%를 넘어섰다. 지난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은이 31일 발표한 ‘2022년 4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달보다 0.07%포인트 오른 연 4.05%를 기록했다. 2014년 3월(연 4.09%) 이후 최고치다. 가계대출 금리가 연 4%를 넘어선 건 2014년 5월(연 4.02%) 이후 약 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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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금리는 연 3.9%로 전달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2013년 3월(연 3.9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연 5.62%로 전달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2014년 6월(연 5.62%) 이후 가장 높다.

전세대출 금리도 급등, 9개월새 3%대서 5%대까지 치솟아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으로 대출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평균금리는 지난 3월 연 2.85%에서 지난 4월 연 3.38%로 0.53%포인트 올랐다. 그나마 가계대출 감소 속 시중은행이 지난 4월 이후 신규 대출에 우대금리를 확대하며 시장금리 상승 폭 만큼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았지만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출금리가 뛰면서 한숨이 커지는 건 집을 산 영끌족만이 아니다. 전세대출 등을 받은 다른 대출자도 상승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8월 말 연 2.71~3.64%에서 올해 5월 31일에는 연 3.26~5.35%로 높아졌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1000원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6일까지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다섯 번 인상(연 0.5%→1.75%)한 만큼 1인당 이자 부담은 80만5000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리 상승기에 들어섰지만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전달보다 늘었다. 지난 4월 새로 나간 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80.8%로 전달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잔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전달보다 0.3%포인트 늘어난 77.3%로 집계됐다. 잔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2014년 3월(78.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동금리 비중이 되레 늘어난 건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현상이 이어지면서다. 5월 31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4.06~6.4%로, 주담대 변동금리(연 3.55~5.36%)보다 금리 하단이 0.5%포인트가량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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