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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임명묵이 고발한다

음주운전 김새론도 뭇매 맞는데…지선 출마 36%가 전과자라니

중앙일보

입력

임명묵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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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일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왼쪽)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위 회의 모습. 양당 모두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후보자를 공천했다. 그래픽=김현서

오는 1일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왼쪽)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위 회의 모습. 양당 모두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후보자를 공천했다. 그래픽=김현서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HYBE)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일 데뷔한 하이브의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기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인기를 끌자마자 멤버 김가람의 학교 폭력 의혹으로 위기를 맞았다. 사실 데뷔 전부터 그의 중학생 시절 학폭과 관련한 폭로가 나왔으나 하이브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최근 수위가 꽤 높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결과 통지서가 일반에 공개되자 논란이 급속도로 재점화했다. 결국 김가람은 활동을 임시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학폭을 비롯해 연예인의 도덕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 배우 김새론은 음주운전으로 서울 강남 한복판의 변압기를 파손시키는 큰 사고를 일으켰다. 앞서 유명 인플루언서이자 유튜버인 프리지아는 이른바 ‘가품’이 문제가 됐다. 넷플릭스 예능 '솔로지옥'을 통해서 세계적 인기를 끌자마자 그가 '솔로지옥'에서는 물론 그간 유튜브에서도 짝퉁을 진짜처럼 썼다는 사실이 밝혀져 엄청난 지탄을 받았다. 이는 모든 공개 활동을 접는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지방선거 출마자 36%가 전과자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의 김가람은 학폭 논란에도 불구하고 데뷔 후 큰 인기를 모았으나 결국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우리 사회는 정치인보다 더 높은 도덕적 잣대를 연예인에 요구한다. 뉴스1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의 김가람은 학폭 논란에도 불구하고 데뷔 후 큰 인기를 모았으나 결국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우리 사회는 정치인보다 더 높은 도덕적 잣대를 연예인에 요구한다. 뉴스1

스타들에게 무겁게 들이대는 윤리적 잣대는 온라인 공간의 팽창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인터넷이 소통의 장으로 부상하면서 대중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모이게 되었다. 스타에 대한 관심은 그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이고 보편적이라 주목도가 훨씬 높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연예계 스타나 인플루언서 자신에게도 결코 나쁜 건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이 유명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며 선망하고, 또 적극적으로 ‘바이럴’ 해준 덕분에 전에 누릴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게 도와주었으니 말이다. 비록 '온라인 린치'라는 어두운 그늘이 있긴 하지만 스타를 향한 도덕적 기준의 강화는 어쩌면 필연적이다.
연예계와 스포츠 스타들이 대중의 관심을 빨아들이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영역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덜해지는 추세다. 심지어 정치조차 그렇다. 오늘(6월 1일)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재밌으면서도 씁쓸한 통계가 나왔다. 지방 선거 출마자 7531명 중 무려 2727명, 즉 3분의 1이 넘는 36%(국민의힘 35.4%, 더불어민주당 30.9%)가 전과자라는 통계 말이다. 이중 가장 높은 범죄 비율이 음주운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음주운전을 한 김새론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차기작에서 자진 하차했지만 음주운전을 한 정치인들은 공천에 아무 걸림돌도 없었던 셈이다. 물론, 전과자가 출마할 수 없다는 규정도 없고, 지방선거 특성상 출마 자체의 허들이 낮기도 하니 전과 전력을 완전히 거를 수는 없다. 하지만 당원의 도덕적 수준을 관리하고 규율을 부여해야 할 거대 정당 후보들이 이 정도로 높은 전과자 비율을 보여준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과는 단순히 이 사람의 전력을 보여주는 걸 넘어, 시민을 대표하는 권력을 맡겨도 되는지 그 능력과 윤리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예인에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여론은 정작 이런 중요한 정치인에 대해선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연예계와 거꾸로 가는 정치판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김새론이 쓴 자필사과문 일부. [김새론 인스타그램 캡처]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김새론이 쓴 자필사과문 일부. [김새론 인스타그램 캡처]

대중이 지방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에게 세계적 인플루언서같은 관심을 줄 수는 없다. 그러한 당위적 주문은 도덕 교과서에서나 가능하다. 정치는 재미없어 보이고, 정치인은 매력적이지 않다. 아니,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대체 어떻게 관심을 표하란 말인가. 반면 연예인은 너무나 매력적이라, 논란도 자극적이다. 대중문화 시대에 정치는 결코 대중문화를 따라갈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불균형이 누적될 때, 통치자의 수준이 계속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참여자의 질적 수준이 담보되지도 않고 제고될 전망도 보이지 않는 ‘판’에 양질의 자원이 유입될 리가 없다. 이미 상당 비율이 윤리적 규율을 따르지 않고, 또 그게 당연시되는 공간에서는 본래 윤리를 추구했던 사람조차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전형적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다.
얄궂게도 연예계는 정치와 반대 양상으로 가고 있다. 능력대로 평가받고 성과도 명확하고, 무엇보다 대중의 감시에 따른 윤리적 규율이 작동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한국 연예계의 질적 수준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는 연예계가 통치하는 체제가 아니다. 정치인의 통치를 받는 체제다. 악순환은 그래서 계속 이어진다. 정치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니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을 끊고 냉소로 일관한다. 그 결과 윤리적 압박을 느끼지 않은 이들의 기회주의적인 정치 참여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나서야 하는 것은 정당이다. 물론 각 정당은 특정 유형 전과자의 공천 배제 등 여러 기준이 있다. 하지만 통계가 보여주듯 그 기준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본질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인재 풀이 좋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다. 기준이 아무리 날카로워도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의 전반적 수준이 떨어지면 기준은 의미가 없어진다. 기준에 맞는 후보가 없어 공천을 안 하겠다고 하면, ‘양심 없는’ 상대방이 그 자리를 모두 가져갈 게 뻔하지 않겠는가.
이제 각 정당은 더 장기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괜찮은’ 사람을 정치에 끌어들일 것인가?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규율을 부여하고 어떻게 훈련할 것인가? 이런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지방 선거 전과자 비율은 40%, 아니 50%까지도 올라갈지 모른다.

정치에 재연된 아이돌 팬덤 전쟁 

이른바 조국 사태는 진보가 전유물로 삼던 윤리적 비판의 맛을 보수도 누리게 만들었다. 조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그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중앙포토·연합뉴스]

이른바 조국 사태는 진보가 전유물로 삼던 윤리적 비판의 맛을 보수도 누리게 만들었다. 조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그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중앙포토·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포지티브한 방향은 너무 거시적이고 장기적이라 당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조금 더 즉각적인 방법은 네거티브한 방향, 즉 상대 정당의 윤리적 문제를 활발하게 비판하는 일이다. 연예계를 참조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연예계의 윤리적 기준이 높아진 데는 스타를 향한 팬덤과 안티 팬덤 사이의 '팬덤 전쟁 문화'와 큰 연관이 있다. '너희가 지지하는 스타가 이렇게 윤리적이지 못한데 부끄럽지도 않냐'는 비판이 제기되면, 해당 팬덤은 다른 스타들을 향해서도 같은 잣대를 요구한다. 이런 비판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연예계의 높은 윤리 잣대는 사실상 새로운 표준이 됐다. 정치가 팬덤화하면서도 최근 한국 정치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윤리적 비판은, 진보 진영 전유물이던 윤리적 비판의 ‘맛’을 보수 진영도 맛보게 했다. 또 조국 사태로 일격을 당한 진보 진영은 더욱 격렬하게 보수 진영의 윤리성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의 잘못을 덮어주는 일종의 담합을 하는 것보다 대중의 여론에 떠밀려서라도 서로를 가열차게 공격하는 게 훨씬 낫다.
이제 과거처럼 ‘시민들이 연예계에 쏟는 관심의 반만큼이라도 정치에 쏟는다면’이라는 식의 한탄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한탄은 결국 시민을 윤리적으로 계도해야 하고 민주주의 교육을 잘해야 한다는 공허한 당위론적 외침으로 이어질 따름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시민들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여론을 만드는 기제에 입각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민의 관심을 정치로 끌어들이고 정치를 ‘재밌게’ 인식하게 하는 시스템, 그런 시스템을 갖추어야 우리를 다스리는 통치자들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박민영의 반박불가]음주운전 후보 공천, 변명 여지 없는 잘못된 일
[하헌기의 별별시각]정당이 전과자 거르는 건 과도, 유권자가 선택해야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의 36%가 전과자일만큼 도덕성에 문제있는 정치인은 아무 걸림돌 없이 정치활동을 하는 반면 연예인에게는 점점 더 무거운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게 한국 사회의 모습입니다. 임명묵 작가는 거대 정당의 각성없이는 이 비율이 앞으로 더 높아질 거라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과 더불어민주당 하헌기 전 상근부대변인이 소속 정당의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전문은 중앙일보 사이트 '나는 고발한다' 섹션(www.joongang.co.kr/series/11534)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