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대통령실에‘분발하라’호통친 윤핵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시절 장제원 의원은 가장 중요한 취재원이었다. 징제원 의원이 지난 5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시절 장제원 의원은 가장 중요한 취재원이었다. 징제원 의원이 지난 5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 때아닌 ‘특별감찰관제 폐지’논란으로 대통령실이 사과까지 했습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과 4촌 이내 친척, 그리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의 비리를 감찰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졌는데 문재인 정부 5년간 공석이었습니다. 이를 비판해온 윤석열 정부는 ‘특별감찰관제 부활’을 약속했었습니다.

2. 그런데 지난 30일 새벽 연합뉴스가‘윤석열, 특별감찰관 임명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없앴기에 굳이 특별감찰관 제도를 운영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검찰 경찰이 대통령 친인척 수사에 직접 나서면 된다.’

3. 윤석열은 ‘민정수석실 폐지’를 매우 강조해왔습니다. 과거 검찰을 통제하던 민정수석실이 권력기관으로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입니다.
윤석열은 지난 27일 ‘대통령실에서 어떤 사람에 대한 비위나 정보를 캐는 것은 안하는 게 맞다. 미국이 그렇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직자 인사검증업무를 법무부에 맡긴 이유를 ‘민정수석을 폐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겁니다.

4. 그래서 ‘특별감찰관이 필요없다’는 발상은 윤석열의 생각과 일맥상통합니다.

특별감찰관이 만들어진 배경이..민정수석실이 워낙 막강해 그 통제하에 있는 검찰과 경찰이 대통령과 친인척 비리를 추적할 엄두조차 못냈기에..특별히 독립적인 특별감찰관이 필요했다. 따라서 민정이 폐지된 현상황에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도 검찰과 경찰이 수사하면 되니까..특별감찰관은 임명할 필요 없다..는 결론입니다.

5. 윤석열은 30일 아침 출근길에 ‘특별감찰관 임명’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도 윤석열이 출근길 질문에 답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지난 17일 검찰사무직 출신 측근 윤재순 총무비서관의 성비위 논란에 대한 질문에 ‘다른 질문 없죠?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며 비켜갔습니다. 당시 오랜 친구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해보겠다’라고 답했습니다.
윤재순은 임명됐고, 정호영은 자진사퇴했습니다.

6. 보도가 나오자 ‘윤핵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밤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대통령은 국회가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지 않았는데 법을 무력화시킬 분이 결코 아니다..친인척과 고위공직자 감찰을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대통령실 관계자에 의해 나온 얘기라면 대통령실 또한 크게 각성해야 한다. 대통령실의 분발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법’을 어길 분이 아닌데, 참모들이 잘못 모시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7. 윤핵관의 경고입니다. 그러자 31일 대통령실에서 당장 사과했습니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드린 점을 알고 있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

30일 설명(특별감찰관제 폐지를 포함한 권력비리 근절방안을 구상 중)과 달라졌습니다. ‘분발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8. 장제원의 호통이 즉효를 보인 건..그의 지적이 맞기 때문입니다.

첫째, 대통령실 참모의 정치적 판단력이 부족했습니다. 법에 정해진 절차를 대통령이 맘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더욱이 공약사항입니다. 지방선거 이틀 전에 공약을 파기한다니..심각한 정치무감각입니다.

둘째, 설령 윤석열의 생각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옳지 않으면 막아야 합니다. 반대로, 만약 윤석열의 생각을 헤아리지 못하고 엉뚱한 얘기를 했다면 그 참모는‘대통령에 큰 누를 끼친’ 자격부족입니다.

9. 꼭 10년전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대권후보 수락연설에서 ‘특별감찰관제’를 공약했습니다.
‘저와 제 주변부터 더욱 엄격하게 다스리겠습니다.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에 대해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사전에 강력하게 예방하겠습니다.’

박근혜의 초심을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근혜는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탄핵당했습니다. 박근혜는 특별감찰관(이석수)을 임명했지만..그가 최순실을 내사하자 내쫓았기 때문입니다.
〈칼럼니스트〉
2022.05.31.

오병상의 코멘터리

오병상의 코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