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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3개 됐다…이제 제발 그만" 광폭행보 최태원의 너스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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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31일 부산 엑스포 박람회 부지를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균 해양수산부 항만국장, 최태원 회장, 윤석열 대통령, 조승환 해수부 장관, 이창양 산자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사진 대한상의]

윤석열 대통령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31일 부산 엑스포 박람회 부지를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균 해양수산부 항만국장, 최태원 회장, 윤석열 대통령, 조승환 해수부 장관, 이창양 산자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사진 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까지 망라하는 사회적 가치 협의체를 만든 데 이어 윤석열 정부가 유치에 공을 들이는 부산 엑스포 민간위원회 사무국까지 맡으면서다.

31일 대한상의는 부산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최태원 상의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삼성전자·SK·현대차·LG·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CJ 등 국내 11개사가 참여했다. 최 회장은 국무총리 소속 정부 유치위원회 위원장도 겸한다. 전국 72개 상공회의소, 해외 한인기업협회가 국내·외 지원 활동에 동참한다.

최태원 “모자 세 개…이제 제발 그만”

최태원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국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대통령께 감사드린다”며 “기업별로 전담할 공략 국가를 선정하는 작업을 상의와 기업들이 논의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남미·아프리카에 상의 등 경제단체가 중심이 돼 경제사절단을 파견하는 방안,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국제 행사와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는 방안 등을 소개했다.

최 회장은 “기업이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정부와 팀플레이를 펼쳐 나가겠다”며 “앞으로 정부, 참여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 신속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31일 열린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앞줄 왼쪽 아홉째)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 여덟째)이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31일 열린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앞줄 왼쪽 아홉째)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 여덟째)이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출범을 선도해주신 최태원 회장께 감사드린다”며 “민간과 정부가 힘을 모으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행사 이후 ‘위원장을 맡아 책임이 무거울 것 같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자 2개(SK그룹 회장, 대한상의 회장)도 힘들었는데 1년 동안 모자 3개가 됐다”며 “이제 제발 모자는 그만…. 이제 벗기 전까지 다른 모자 안 쓰고”라고 답했다.

또 엑스포 유치를 위해 SK가 전담할 국가와 관련해 “여러 국가가 있다. 지금만 해도 20개쯤 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활동과 관련해선 “일단 (170차 국제박람회 기구 총회가 열리는) 파리로 간다. 파리에 가서 대표들이 다 모이니까, (현지에 가서) 뭔가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 되겠죠. 총회가 6월 20~21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위원장직을 어떻게 결심했나’란 질문에 “해야 할 것 같았다. 엑스포가 국가적으로 긍정적 파급 효과도 크고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정부에서 요청이 왔기에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수락했다”고 답했다.

재계선 “대한상의 전성시대”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 24일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 우아한형제들·마켓컬리 등 유명 스타트업을 포함한 76개 기업이 참여하는 협의체 ‘신(新)기업가정신협의회(ERT)’를 출범시켰다.

이날 ERT 선포식에서 최 회장은 “우리가 만들어야만 하는 기업가정신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새로운 문제나 기회를 새로운 방법, 혁신으로 풀어가는 것”이라며 “기후변화와 공급망 재편, 사회 양극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상당히 많은 사회적 문제가 있는데 정부한테 맡겨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경련 맡았던 대외 활동도 ‘접수’

이처럼 대한상의의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재계에선 여러 말이 나온다. “가히 ‘상의 전성시대’다. 대한상의가 대기업을 포함한 ERT를 발족시키면서 전경련이 대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로 영향력을 회복하기 더 어려워졌다”(한 경제단체 부회장) “경제단체들을 너무 경쟁 구도로 볼 필요는 없지만 상의의 행보가 눈에 띄는 건 사실”(재계 관계자)이라는 식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전경련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대한상의의 역할이 부상했던 만큼 윤석열 정부 때는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1일 대한상의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한·일 의원연맹 대표단을 초청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행보로 18일 대한상의를 방문해 최 회장을 만나는 등 상의의 영향력을 각인시키는 일이 잇따랐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전경련은 일본의 게이단롄, 미국상공회의소와 연결 고리가 있어 대외 활동은 전경련이 강하단 말이 있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31일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앞줄 왼쪽),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앞줄 오른쪽)이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31일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앞줄 왼쪽),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앞줄 오른쪽)이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재계 일각에선 최 회장과 정치권 연결고리에 대해 주목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다닌 충암고를 한 학기를 다니다 (신일고로) 전학 간 걸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엔 서로 친분이 있지는 않았지만, 같은 1960년생으로 겹치는 인맥이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최 회장은 동갑내기이자 고려대 동문인 여권 중진과 술자리를 자주 하는 등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의 전직원에 호텔 상품권 쏘기도 

최 회장은 최근 여러 일을 맡은 대한상의 내부 조직을 다독이는 데도 적극적이다. 최근엔 상의 모든 임직원 300여 명에게 호텔 상품권 50만원권어치를 돌려 조직 사기가 올라갔다고 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가 윤석열 정부에서 영향력이 어디까지 커질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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