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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도 아니다, 尹친서도 없다…이준석 우크라 방문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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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여영국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화상연설이 열린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여영국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화상연설이 열린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집권당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우리나라에 어떤 국익이 있냐”(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비판에서부터 이 대표의 출국을 당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와 결부해 해석하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각종 해석이 나오는 건 방문의 성격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국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나 정부 대표단 자격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건 아니다. 태영호·허은아·박성민·정동만 의원 등이 동행하지만 모두 국민의힘 의원으로 의회 외교 차원의 방문도 아니다. 보통 의회 외교 차원에서 외국을 방문하면 여야 의원이 함께한다.

이 대표는 대신 여당 대표 자격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예정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여당인 ‘국민의 종’의 올레나 슐리악 대표의 초청으로 방문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 대표 등은 6·1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 달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슐리악 대표 등을 만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볼로디미르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남도 추진하고 있다.

여당 대표 자격으로 당내 의원들과 함께 외국을 방문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정당 대표가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것은 아시아 국가 중 처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대표 방문의 목적에 대한 의구심도 커진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이 대표의 친서 전달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방문 목적과 관련한 논란이 더 커진 측면이 있다.

25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가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 문을 연 '러시아 전쟁범죄관'에서 관객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가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 문을 연 '러시아 전쟁범죄관'에서 관객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외교 소식통들은 외교적 방문 전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과 실제 방문 목적은 달리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와 관계 등을 고려해 정부와 국민의힘이 방문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캐나다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등 민감한 시기라는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미대사를 역임했던 한 인사는 3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왜 방문하는 건지 미리 공개하는 다른 사례와 비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외교적 묘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당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면 외교적 무게감이 있지만, 대신 정부 인사도 아니고 현직 의원도 아니어서 러시아를 덜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이 대표가 먼저 정부 측에 전달했다는 얘기도 국민의힘에서 나온다. 이 대표가 사실상 특사 역할을 하면서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구두로라도 전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전쟁 중인 국가를 방문하는데 빈손으로 가진 않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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