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흔한 물질을 '의학 보물' 만들었다…'한국 노벨상' 받은 이 과학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32회 삼성호암상 과학상 화학·생명과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장석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특훈교수. [사진 호암재단]

제32회 삼성호암상 과학상 화학·생명과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장석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특훈교수. [사진 호암재단]

“가장 도전적이면서 어려운 분야, 하지만 정말 중요한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출발점이었습니다.”

장석복 삼성호암상 수상자 인터뷰 #탄화수소서 신약재료 세계 최초로 개발 #고향 태백과 KAIST에 억대 장학금 기부 #오늘 신라호텔서 ‘삼성호암상’ 수상 #총 6명·기관이 상 받아…상금 각 3억원

31일 삼성호암상을 수상한 장석복(60)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특훈교수는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도전적인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탄화수소 전환’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유기촉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탄화수소를 촉매를 활용해 인류에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호암상 수상자들이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2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예술상 김혜순 시인, 사회봉사상 하트-하트재단 오지철 회장, 신인숙 이사장, 공학상 차상균 서울대 교수 부부,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뒷줄 왼쪽부터 과학상 화학·생명과학 부문 장석복 KAIST 특훈교수, 과학상 물리·수학 부문 오용근 포스텍 교수 부부, 의학상 키스 정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부부. 삼성호암상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창업회장의 인재제일 및 사회공헌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순금 50돈의 메달과 상금 3억원, 상장을 준다. [사진 호암재단]

삼성호암상 수상자들이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2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예술상 김혜순 시인, 사회봉사상 하트-하트재단 오지철 회장, 신인숙 이사장, 공학상 차상균 서울대 교수 부부,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뒷줄 왼쪽부터 과학상 화학·생명과학 부문 장석복 KAIST 특훈교수, 과학상 물리·수학 부문 오용근 포스텍 교수 부부, 의학상 키스 정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부부. 삼성호암상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창업회장의 인재제일 및 사회공헌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순금 50돈의 메달과 상금 3억원, 상장을 준다. [사진 호암재단]

자연계서 흔한 물질을 ‘의학 보배’로 

호암재단은 장석복 교수(화학·생명과학 부문) 등을 제32회 삼성호암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그러면서 장 교수를 “도전적이고 끈질긴 연구를 이어온 학자”라고 소개했다.

2000년대 초반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마친 장 교수는 향후 연구 주제를 ‘가장 도전적이지만 꼭 풀어야 할 중요한 난제’로 삼았다. 이때 그를 사로잡은 게 탄화수소였다. 탄화수소는 자연계에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다른 물질로 전환이 어려운 물질로 꼽힌다.

장 교수는 이리듐이라는 금속 촉매를 이용해 탄화수소를 ‘감마-락탐’ 화합물로 바꾸는 방법을 2018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감마-락탐은 의약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요긴한 화합물이다. 자연계에서 흔하고 값싼 재료로 신약 개발에 유용하게 쓰이는 물질을 선보인 것이다.

이 연구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렸고, 다른 연구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후속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장 교수는 2019년 기존 성과에서 한 발 더 진보한 방법으로 ‘카이랄 감마-락탐’을 만들었다. 제약 산업에 보다 직접 쓰일 수 있는 성분이다.

세계적 성과를 이루고도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 교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마르지 않는 우물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하루 중 3분의 1은 ‘우물을 채우는 시간’으로 씁니다. 출근해서 점심 전까지는 온전히 동료 학자의 논문을 읽는데 쏟아요. 연구실 구성원들과 공유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습니다.”

강원도 태백에서 나고 자란 장 교수는 후학 양성에도 관심이 많다. 어려웠던 유년 시절을 기억하면서 소외된 계층이나 학생들을 돌보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지금도 틈나는 대로 태백 지역 초·중·고교에 책이나 장학금을 내놓는다. KAIST에는 1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장 교수는 삼성호암상 수상에 대해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너무나 큰 영예이지만 상금은 덤이라고 생각한다”며 “호암상 상금도 어떻게 하면 뜻깊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부회장 6년 만에 참석 

이날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가 있기 전인 지난 2016년 이후 만 6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시상식 시장 20분가량 앞두고 시상식장에 도착했다. 그는 “참석 소감이 어떠냐, 해외 출장 계획은 어떻게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지 않고 시상식장으로 들어갔다. 시상식이 열리는 중에도 특별한 발언이나 직접 시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호암상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인재제일 및 사회공헌 정신을 기리는 취지에서 1990년 제정했다. ‘한국의 노벨상’으로도 불리며 ▶과학 ▶공학 ▶의학 ▶예술 ▶사회공헌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뤄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는 국내외 한국계 인사를 선정해 시상한다. 수상자는 순금 50돈의 메달과 상금 3억원, 상장을 받는다.

이 부회장은 2020년 국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뜻에서 수상 분야 확대를 제안해, 지난해부터 과학상을 기존 1개 부문에서 물리·수학과 화학·생명과학 2개 부문으로 늘렸다.

올해 수상자(기관)는 과학상 물리·생명과학 부문에 장 교수와 과학상 물리·수학 부문 오용근 포스텍 교수, 공학상 차상균 서울대 교수, 의학상 키스 정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였다. 예술상은 김혜순 시인이, 사회봉사상은 하트-하트 재단이 받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