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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철창속 400명 덮치는 화마...밀양구치소 초유의 이송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1일 밀양구치소 재소자들이 산불을 피해 교정당국 호송버스로 대구교도소로 이송되고 있다. 김민주 기자

31일 밀양구치소 재소자들이 산불을 피해 교정당국 호송버스로 대구교도소로 이송되고 있다. 김민주 기자

31일 오후 2시45분쯤 경남 밀양시 부북면 밀양구치소 앞. 정문 초소 옆 철제 바리케이트가 열리자 재소자들을 태운 버스들이 줄줄이 나왔다. 이날 인근 야산에서 난 산불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재소자들을 이송하기 위한 차량이었다. 버스 15대가 줄지어 나온 교도소 건물 뒤편으로는 산불로 인한 하얀색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밀양구치소 측에 따르면 이날 구치소 안팎에는 산불로 인한 메케한 냄새가 오전부터 났다고 한다. 불이 나자 오전 10시쯤 모든 작업을 중지하는 한편, 작업장과 공장동 등에 있던 재소자들을 수감동으로 이동 조치했다. 밀양구치소는 산불이 난 곳에서 600~700m 떨어진 곳에 있다.

교정당국은 이날 밀양 부북면 춘화리에서 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지자 재소자들을 대구교도소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밀양구치소에는 재소자 384명이 수감돼 있다. 국내에서 화재 등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재소자들을 대거 이송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밀양구치소 관계자는 “불길이 구치소까지 내려오는 것도 문제지만 연기 등에 따른 질식 위험 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지만 재소자 안전을 위한 신속히 이송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대구교도소로 재소자들을 이송한 밀양구치소 모습. 김민주 기자

대구교도소로 재소자들을 이송한 밀양구치소 모습. 김민주 기자

이날 대구지방교정청이라고 적힌 호송버스에 탄 재소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차창에 진한 선팅이돼있어 내부가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부 재소자는 행인들을 보며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30분쯤 전원 대구교도소에 도착했다.

재소자들이 이송된 대구교도소는 대구 달성군 하빈면에 있는 신축 건물이다. 새 대구교도소는 완공됐지만,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기존 대구교도소가 아직 이전하지 않아 비어 있는 상태다. 이 교도소는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일부 재소자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밀양구치소 관계자는 “인근 교도소 등의 협조를 받아 버스 14대와 구급차 1대 등을 투입해 재소자들을 옮겼다”며 “대구교도소로 이송된 재소자들은 산불이 진화된 후 밀양구치소로 다시 옮겨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산불은 교도소뿐 아니라 인근 민가와도 가까워 산림청은 이날 정오께 ‘산불 3단계’를 발령했다. 산불 3단계는 피해 추정면적이 100∼3000㏊ 미만에, 초속 11m 이상 강풍이 불고 진화 시간이 24∼48시간 미만으로 예상될 때 발령한다.

불은 오전 9시 24분께 부북면 춘화리 산 13-31번지 일대 산에서 났다. 불이 난 지역은 건조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대기가 마른 데다 바람을 타고 불길이 계속 번져 피해 면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불 현장 야산 아래에는 부북면 화산마을·용포마을 등 민가와 축사, 춘화 농공단지가 있다. 화재현장과 가까운 마을은 거리가 180m 정도다.

밀양시 관계자는 “불씨가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다닐 정도”라며 “바람을 탄 불길이 이 산 저 산으로 계속 옮겨붙고 있는데 아직 인명피해 등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밀양 화재 위치도. 경남소방본부

밀양 화재 위치도. 경남소방본부

소방당국은 전국소방 동원력 1호를 발령했다. 마을 주변에 방화선을 구축하고 민가나 구치소 등으로 불길이 확산하지 않도록 총력을 쏟고 있다. 현재 산불 발생지역 인근 100가구 주민 476명에게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소방청은 부산·대구·울산·경북 등 4개 광역 시·도에 가용한 소방인력과 장비 등을 밀양 부북면 산불 진화에 투입했다. 산림청과 소방청, 경남도와 밀양시도 소방인력, 공무원, 의용소방대원 등 500여 명을 산불 현장에 투입했다. 현장에는 군 헬기를 포함해 헬기 30대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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