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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종로학원 남매 소송戰…동생 '방명록' 이어 '장부'도 이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여동생에게 “회계장부를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여동생 은미씨가 정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서울PMC(전 종로학원)를 상대로 “회계장부를 공개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2심)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이는 주주가 경영진의 비위 의혹 등을 문제 삼아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할 때, 자신이 제기한 의혹을 입증할 정도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 중앙포토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 중앙포토

“옛 종로학원 자의적 방만 경영” 對 “괴롭히고 분쟁 야기”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정은미씨가 서울PMC를 상대로 낸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 및 등사 청구 소송에서 정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서울PMC는 종로학원이 학원 사업을 매각한 뒤 명칭을 바꿔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회사다. 정 부회장이 지분 73%가량을 가진 최대주주다. 이 회사에 여동생 정은미씨 역시 17%가량 정도 되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정은미씨는 “정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부적절한 자금 집행 등을 파악했다”는 등 의혹이 있으므로 회계 장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 회장 측은 회계장부를 충분히 열람했음에도 괴롭히거나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하려는 목적으로 소를 제기한 것이라며 들어주지 않자, 정은미씨는 법원에 회계장부 등의 열람·등사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정은미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정은미씨가 적은 청구 이유만 봐서는 ‘경영진의 부정행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최소한의 합리적 의심이 들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회계 장부 열람·등사 때 ‘합리적 의심’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 권리를 크게 제한하게 된다”며 “그에 따라 주주가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열람·등사권을 부여한 상법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돼 부당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주주는 회계장부 등의 열람·등사의 경위와 목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될 뿐, 회사 업무 등에 적절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주주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취지에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앞서 여동생 정은미씨는 1심 패소 후이자 2심 선고 직전인 2019년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서울PMC에서 벌어지는 대주주의 갑질 경영에 대한 시정 요구’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은미씨는 이 글에서 “정 회장이 아들이라는 이유로 종로학업 창업자인 아버지로부터 다수의 지분을 증여 받아 위법과 편법으로 자신의 지분을 늘리고, 17%의 지분을 가진 저에게는 회계 장부조차 열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종로학원 家 남매 간 소송 전은 진행 중

정 부회장과 동생들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 부회장은 모친의 상속재산 10억원 중 2억원 가량을 달라며 2020년 9월 동생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동생 정해승·은미씨가 “부모님 장례식 방명록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 1심에서 정 부회장이 패소해 항소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사위인 정 부회장은 부친인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2020년 11월)과 모친인 조모씨(2019년 2월)의 장례 절차를 마친 뒤 방명록 전체가 아니라 동생들을 찾은 것으로 판단한 조문객 명단 일부만 제공했다고 한다. 이에 동생들은 여러 차례 방명록 사본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장례식 방명록을 열람‧등사하게 해 달라는 전례없는 형태의 소송을 제기했다.

장례식장 방명록(조문록) 작성 이미지.[한국장례문화진흥원]

장례식장 방명록(조문록) 작성 이미지.[한국장례문화진흥원]

지난해 3월 동생들은 정 부회장이 2년 넘도록 방명록 전부를 보여주지 않자 ‘장례식 방명록 인도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1일 “방명록을 열람 및 등사하게 하라”며 동생들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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