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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대출 이자에 육휴 포기…가계대출 평균 금리 4% 돌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인 정모(33)씨는 지난 3월 출산한 아내를 보면 마음이 아리다. 대출 이자가 늘면서 당초 계획했던 육아 휴직을 쓰지 않고 출산 휴가만 끝낸 뒤 복직할 생각을 하고 있어서다. 정씨 부부는 지난해 초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8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매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3억원을 마련하고 부족한 돈은 신용대출(1억원)과 부모에게 빌린 돈으로 메웠다.

올해 들어 금리가 급등하며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대출 초기 100만원이던 주담대 원리금은 이달 127만원으로 27만원이 늘었다. 연간으로 따지면 원리금이 324만원이 불어난 셈이다. 저축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 금리도 9%까지 뛰었다. 정씨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듯해 아내가 3개월만 쉬고 다시 일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은행권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연 4.05%로 2014년 5월 이후 7년 11개월 만에 4%를 넘어섰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은행권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연 4.05%로 2014년 5월 이후 7년 11개월 만에 4%를 넘어섰다. 연합뉴스

대출금리가 급등하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8년 만에 연 4%를 넘어섰다. 지난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은이 31일 발표한 ‘2022년 4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달보다 0.07%포인트 오른 연 4.05%를 기록했다. 2014년 3월(연 4.09%) 이후 최고치다. 가계대출 금리가 연 4%를 넘어선 건 2014년 5월(연 4.02%) 이후 약 8년 만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담대 금리는 연 3.9%로 전달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2013년 3월(연 3.9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연 5.62%로 전달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2014년 6월(연 5.62%) 이후 가장 높다.

대출 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평균 금리는 지난 3월 연 2.85%에서 지난 4월 연 3.38%로 0.53%포인트 올랐다. 그나마 가계대출 감소 속 시중은행이 지난 4월 이후 신규 대출에 우대금리를 확대하며 시장금리 상승 폭 만큼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았지만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대출금리가 뛰면서 한숨이 커지는 건 집을 산 영끌족만이 아니다. 전세대출 등을 받은 다른 대출자도 상승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8월 말 연 2.71~3.64%에서 올해 5월 31일에는 연 3.26~5.35%로 높아졌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3월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A아파트를 전세보증금 6억5000만원에 구한 직장인 최모(33)씨는 4억원의 전세대출을 받았다. 최씨가 매달 부담하는 이자는 지난해 3월 80만원에서 이달 100만원으로 불었다. 연간으로 240만원이 늘어났다. 최씨는 “내 집을 마련해 내는 이자면 참아보겠지만, 전세살이하며 매달 이자만 오르니 마음이 괴롭다”고 말했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1000원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6일까지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5번 인상(연 0.5%→1.75%)한 만큼 1인당 이자 부담은 80만5000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금리가 오르는 등 금리 상승기에 들어섰지만,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전달보다 늘었다. 지난 4월 새로 나간 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80.8%로 전달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잔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전달보다 0.3%포인트 늘어난 77.3%로 집계됐다. 잔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2014년 3월(78.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변동금리 비중이 되레 늘어난 건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현상이 이어지면서다. 5월 31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4.06~6.4%로, 주담대 변동금리(연 3.55~5.36%)보다 금리 하단이 0.5%포인트가량 높다.

향후 대출 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현재 연 1.75%에서 연 2.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가계대출의 지표금리가 되는 시장금리도 상승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이미 6%대 중반인 만큼 올해 내 연 7%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각 은행이 가산금리를 내리고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있는 게 대출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한 만큼 현재 대출금리를 더 올리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금리 상승이라는 기본 흐름을 막기는 힘들 것이란 게 시장의 예상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억제하더라도 조달비용 상승이 이어지는 만큼, 대출금리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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