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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18년만에 경사 났네…지리산 반달가슴곰 '증손' 태어났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이 복원된 지 18년 만에 첫 '4세대' 새끼가 태어났다. 지난 겨울 이 새끼 곰을 포함한 다섯 마리가 새로운 야생 반달가슴곰 식구가 됐다.

환경부·국립공원공단이 지리산 일대의 반달가슴곰 서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겨울 동안 어미 곰 3마리로부터 새끼 5마리가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4월 중순~5월 초까지 긴 잠에서 깨어난 어미 곰들이 새로 낳은 새끼와 함께 동면 굴에서 나오는 모습을 육안과 무인감지 카메라 등으로 확인한 것이다. 지리산 일대 야생에서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79마리(야생 출생 62, 방사·자연학습장 출생 17)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새로 태어난 곰들의 성별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이달 초 카메라에 포착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KF-94(왼쪽)와 지난 겨울 낳은 '4세대' 새끼의 모습. 사진 국립공원공단

이달 초 카메라에 포착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KF-94(왼쪽)와 지난 겨울 낳은 '4세대' 새끼의 모습. 사진 국립공원공단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멸종위기에 처한 종)에 해당한다. 대개 6~8월에 교미한 뒤, 동면 중인 1~2월에 200~400g가량의 새끼를 낳는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 곰은 빠르게 성장해 동면 굴에서 나올 즈음엔 약 3~4kg으로 자란다.

특히 이번에 2018년생 'KF-94'(관리명)가 낳은 한 마리는 2004년 반달가슴곰 복원이 시작된 이래 자연에서 태어난 첫 4세대 새끼로 확인됐다. 러시아로부터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한 1세대인 RF-05로부터 KF-52(2012년생), KF-94를 거쳐 18년 만에 증손 자손까지 혈통이 내려간 것이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4세대 가계도. 자료 환경부

지리산 반달가슴곰 4세대 가계도. 자료 환경부

증조모 뻘인 RF-05는 식구 중 나이가 제일 많지만, 이번에 두 마리를 또 낳기도 했다. 자신이 낳은 새끼와 증손 자손을 동시에 맞이한 셈이다. 이에 따라 4세대가 지리산에서 다 함께 살아가는 최초의 사례가 됐다. 반달가슴곰 평균 수명은 25년인데, 노산을 한 18살 RF-05 건강엔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새끼 두 마리는 2014년생 'KF-47'이 낳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소영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자연에서 이뤄진 교미로 4세대까지 출산이 이뤄진 건 복원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 추진 이래 큰 경사를 맞았다"고 밝혔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새끼.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리산 반달가슴곰 새끼. 사진 국립공원공단

하지만 반달가슴곰이 꾸준히 늘면서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지리산 권역의 먹이, 위험 요인 등을 감안한 적정 수용 능력은 56~78마리인데, 최대 수용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새끼가 새로 태어나기 때문에 서식지 포화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네 마리(방사 1, 자연출생 3)는 지리산을 벗어나 덕유산 권역에서 활동 중이다. 사람과 곰 모두에게 안전한 생활 영역을 확보해줘야 한다.

박소영 과장은 "덕유산 권역에서 사냥용 올무를 없애고 지역 주민 홍보 활동을 하는 등 서식 환경 개선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지리산 경쟁에서 밀린 수컷들이 덕유산으로 갔기 때문에 번식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지리산에 있는 암컷을 인위적으로 옮기는 건 생태 습성에 반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자연학습장에서 태어나는 암컷을 덕유산 쪽에 우선 방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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