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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호가 20억 주파...서울대~여의도 16분 '신림선' 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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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9일 시민들이 개통한 신림선을 타고 있다. 신림선은 샛강역부터 관악산(서울대)역까지 11개 정거장을 연결하는 총 7.8㎞ 노선이며 기관사 없이 무인으로 운행한다. 9호선 샛강역·1호선 대방역·7호선 보라매역·2호선 신림역 등 4개의 환승역을 지나는 신림선 개통으로 서울 서남권 지역의 교통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1

29일 시민들이 개통한 신림선을 타고 있다. 신림선은 샛강역부터 관악산(서울대)역까지 11개 정거장을 연결하는 총 7.8㎞ 노선이며 기관사 없이 무인으로 운행한다. 9호선 샛강역·1호선 대방역·7호선 보라매역·2호선 신림역 등 4개의 환승역을 지나는 신림선 개통으로 서울 서남권 지역의 교통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1

서울 지하철 신림선 개통 이튿날인 29일 오후. 종착역인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서울대)역 승강장은 새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로 붐볐다. 스크린도어마다 주말 나들이에 나선 가족과 등산객 등 20~30명씩이 줄을 서 있었다.

신림선 경전철 승합장에서 바라본 선로의 모습. [이수민 기자]

신림선 경전철 승합장에서 바라본 선로의 모습. [이수민 기자]

무인운행 시스템·고무차륜 등 '신기술'

신림선은 관악산역에서 기점인 영등포구 여의도동 샛강역까지 7.8㎞를 잇는다. 11개 정거장을 시속 60㎞ 속도로 달려 16분 만에 주파한다. 버스를 타고 갈 경우 40~50분 이상이 걸리는 거리의 이동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 서울 지하철 1·2·7·9호선을 관통해 서울 서남부 지역의 교통혼잡을 줄이는데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2017년 3월 신림선 착공 당시 “서울 서남부권 숙원사업이 풀렸다”는 기대감이 높았던 이유다. 시민 김모(29·관악구)씨는 “버스와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는 출·퇴근길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며 “신림선 개통 이후 분산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신림선은 무인운전방식으로 운행된다. 종합관제실에서 관리해 차량 안에 기관실이 따로 없다. 대신 기관실 쪽엔 큰 창이 달려 선로 위를 내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열차가 도착하자마자 앞 칸에 탄 승객들은 창 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승객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달리는 영상을 촬영하거나 선로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28일 개통된 신림선은 기관사 없이 무인운영된다. 덕분에 승객들은 전방 선로를 볼 수 있게 됐다. 김현동 기자

28일 개통된 신림선은 기관사 없이 무인운영된다. 덕분에 승객들은 전방 선로를 볼 수 있게 됐다. 김현동 기자

신림선은 우이신설선에 이은 서울 2호 경전철으로 신기술이 다수 적용됐다. 범죄 방지용 모니터와 정차역 출입구 상황 중계 카메라 등이 설치됐다. 또 국토교통과학기술 연구개발(R&D)을 통해 개발된 국산 신호시스템(KRTCS) 등 신기술도 탑재됐다. KRTCS은 보다 안전한 무인운행을 돕는다.

범죄에 취약한 여성·노약자 등의 계층을 위해 설치한 모니터. '안전 의자' 위에 걸려 있다. [이수민 기자]

범죄에 취약한 여성·노약자 등의 계층을 위해 설치한 모니터. '안전 의자' 위에 걸려 있다. [이수민 기자]

한국형 표준 고무차륜 경전철(K-AGT)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고무차륜은 일반 전철처럼 철제바퀴를 쓰지 않아 상대적으로 소음과 탈선 위험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고무로 만든 차륜인 만큼 굴곡진 코스를 지날 때마다 흔들림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졌다. 이날 승객들은 “신림선은 도림천변을 따라 설계돼 급곡선 구간이 여럿인 걸로 안다”며 “운행 중에는 잡을 곳이 없으면 가만히 서 있기가 힘든 정도여서 어르신이나 장애인의 안전을 감안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림선은 경전철이어서 서울 도시철도에 대부분 적용된 중전철보다 크기가 작다. 차량 폭이 일반 열차에 비해 1m가량 짧은 2.4m정도다. 양쪽 좌석에 승객이 앉으면 가운데 통로엔 입석 승객이 설 수 있는 공간 정도가 생겨 교차로 지나기는 어렵다.

신림선 경전철 첫번째 칸 모습. 기관실 대신 선로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큰 창문이 나 있다. [이수민 기자]

신림선 경전철 첫번째 칸 모습. 기관실 대신 선로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큰 창문이 나 있다. [이수민 기자]

신림선 개통에 주변 집값 '들썩' 

일각에선 “개통 후 점차 승객수가 늘어나면 출근 시간 혼잡도가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림선은 한 번에 3량만 연결해 운행하는데 신림선 수요는 하루 최대 13만명에 달해서다. 개통 직후인 주말평균 하루 5만8454명이 이용해 큰 혼잡은 빚어지지 않았다. 신림선에 투입된 한 안전요원은 “출퇴근 시간 때에는 3분 30초 간격으로 운행해 승객들을 금방금방 태울 수 있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한 일주일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림선 개통을 전후로 주변의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신대방동 보라매쉐르빌공인중개사 권혜정 대표는 “지난 1~2주 사이 집값이 2억원씩 뛰어 20억원 초반대 매물이 나왔다”며 “워낙 가격이 갑자기 오르다보니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지만 향후 유입인구가 늘어나면 집값이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세금·금리인상·이자 부담 등으로 인해 매매량은 오히려 줄었다”면서도 “기존 여의도 출퇴근 인구가 1인가구용 매물이 많은 신대방·봉천 등으로 유입됨에 따라 ‘임대차 수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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