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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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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경희 기자 중앙일보 P디렉터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지방선거는 참으로 어렵다. 1인당 최고 8장까지 투표용지를 채워야 한다. 그중 최고난도는 교육감 선거다.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 교육계 종사자가 아니고선 시시각각 변화하는 교육 이슈를 따라잡기 어렵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은 다른 선거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투표용지도 다르다. 정당명이나 기호가 없고 후보자의 성명만 왼쪽부터 오른쪽 순으로 나열된다.

 교육감 용지 표기 방식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약칭 '교육자치법')에 근거한다. 이에 따르면 정당은 교육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다. 정당의 선거 관여는 금지돼 있다. 후보 역시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추천받고 있음을 표방해서는 안 된다. 모두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이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제31조 4항)으로 보장한다. 교육행정은 일반행정으로부터 독립해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하며, 교육 내용 역시 특정 종파나 당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성은 ‘눈 가리고 아웅’ 같다. 진보성향인지 보수성향인지 후보 스스로 밝히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 성향임을 상징색 등으로 암시하는 경우도 많다. 전교조를 지지하는지, 반대하는지 여부로도 정치색을 나타낸다. 전국 10개 지역 교육감 후보 중 10명은 지난 17일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연대 출범식’을 열고 ‘반 지성교육 OUT(아웃), 반 자유교육 OUT, 전교조 OUT’ 슬로건을 내걸었다. 전교조는 '전교조 아웃'이란 구호가 조합원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선동하는 것이라면서 후보 10명을 명예훼손(또는 모욕)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부산 교육감은 양자 대결임에도 두 후보 간 진행 중인 고소·고발은 20건이 넘는다. 이처럼 전국 18개 교육감 선거에서 고소·고발이나 흑색선전이 없는 곳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다. 정당이 선거에 개입할 수 없어 후보가 걸러지지 않고 난립해 혼란을 초래하기는 측면도 있다. 서울 교육감 선거에선 단일화에 실패한 보수 성향 후보들이 상호 비방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2007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징역형을 받은 교육감이 6명이나 된다. 교육감 선거에서 보고 배울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