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대규모 투자와 인재 채용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 뚫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2.05.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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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확보 나선 국내 기업들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신규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를 테스트하고 있다. LG그룹은 향후 5년간 친환경 클린테크 등 미래성장 분야에 43조원을 투자한다. 이 중 절반(21조원)이 미래성장 분야의 연구개발(R&D)에 투입된다. [사진 LG화학]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신규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를 테스트하고 있다. LG그룹은 향후 5년간 친환경 클린테크 등 미래성장 분야에 43조원을 투자한다. 이 중 절반(21조원)이 미래성장 분야의 연구개발(R&D)에 투입된다. [사진 LG화학]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불안,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경제에 ‘먹구름’이 가득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 기업은 투자와 채용을 늘리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한국 10대 그룹은 지난 24~26일 사이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10대 그룹이 5년 내 투자하겠다고 밝힌 투자 총액은 1055조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인 2057조원의 절반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10대 그룹이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채용 인원도 38만7000여 명에 달한다.

삼성은 지난 24일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정보기술(IT) 분야 등 미래 먹거리에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30% 이상(120조원) 늘어난 액수다. 총 투자액(450조원) 중 80%인 360조원은 국내에 투자한다. 신규 채용 예정 인원이 8만 명이다.

우선 반도체 분야에서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해 메모리반도체 초격차를 강화할 방침이다. 바이오 분야의 투자도 이어간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투자를 늘려 글로벌 1위를 굳히고,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중심의 파이프라인을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쓰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6세대 이동통신(6G) 등 신성장 IT 분야에서 ‘초격차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재계 2위인 SK 그룹은 배터리(Battery)·바이오(Bio)·반도체(Chip) 등 이른바 ‘BBC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한다. BBC 분야를 중심으로 24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BBC를 키워나갈 인재 5만 명을 국내에서 채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반도체와 반도체 소재 사업,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 디지털, 바이오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특히 반도체와 반도체 소재 분야에 전체 투자 규모의 절반 이상인 142조원을 투자한다.  SK 측은 “전체 투자금의 90%가 BBC에 집중될 정도로 이번 투자는 핵심 성장동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SK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SK의 글로벌 시장 투자금 48조원 가운데 80%인 38조원이 BBC 분야에 투입됐다. 전기차 배터리 투자금 19조원, 반도체 17조원, 바이오 2조원 등이다.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는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재도 활발하게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내연기관차 사업에 절반 이상(38조원)을 투자하고, 미래 먹거리인 전동화·신기술 사업에 25조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내연기관차 등 기존 사업의 상품성 및 서비스 품질 향상(38조원)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등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16조2000억원) ▶로보틱스·도심항공교통(UAM) 등 신기술 및 신사업(8조9000억원) 등이 대상이다.

이 중 전기차와 관련해선 다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 등이 추진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대규모 전기차 분야 투자는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미래 자동차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허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전기차 생산-연구개발-인프라-연관산업 등에서 선순환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LG그룹도 향후 5년간 국내에 106조원을 투자하고, 5만 명을 직접 채용할 계획이다. 특히 배터리와 전장·차세대 디스플레이·AI 등 그룹의 미래성장 분야와 R&D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투자액의 40%에 달하는 43조원은 배터리·배터리 소재,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AI·데이터,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입한다. 절반에 가까운 21조원이 이 분야 연구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중 AI 분야 관련해 LG는 AI연구원 설립, 초거대 AI인 ‘엑사원’ 공개,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 구축 등의 성과를 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 지역에 북미 AI 연구 거점인 ‘LG AI 리서치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롯데그룹도 향후 5년간 37조원을 투자한다. 전체 투자금의 41%인 15조원을 바이오·모빌리티 같은 신규 사업에 투자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 초 사장단회의에서 “신규 시장과 고객 창출을 위해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롯데는 이달 말 104억원을 출자해 자회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할 예정이다.

한화그룹도 향후 5년간 미래 산업 분야인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국내 산업에 20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37조6000억원의 투자에 나선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5년간 2만 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 GS그룹 역시 2026년까지 에너지, 유통·서비스, 건설·인프라에 21조원을 투자하고, 2만2000명을 신규 채용한다. 투자금 중 절반(48%) 가까운 10조원을 기후변화 대응 등 신사업·벤처에 투입한다. 신세계도 향후 5년간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이같은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SK 측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인재 채용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LG 관계자 역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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