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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맏언니’ 지은희, LPGA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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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는 지은희. 36세인 그는 LPGA 한국인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AP=연합뉴스]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는 지은희. 36세인 그는 LPGA 한국인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AP=연합뉴스]

매치플레이 방식의 골프 대회는 체력이 중요하다. 스트로크 방식의 대회는 보통 4라운드로 열리는데 매치플레이 대회는 두 배에 가까운 7라운드를 치른다. 마지막 이틀은 하루 36홀씩 경기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뱅크 오브 호프 LPGA 매치플레이는 라스베이거스 사막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열린다. 서바이벌 게임 비슷하다.

그 체력전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지은희(36)가 우승했다. 그러면서 1000만 달러(약 124억원)의 상금이 걸린 US여자오픈행 막차를 탔다.

지은희는 30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장에서 벌어진 대회 결승전에서 후루에 아야카(일본)에 3홀 차의 승리를 거뒀다. 2019년 1월 지은희는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챔피언스에서 우승하면서 LPGA 투어 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2020년 박희영이 이를 경신(32세 8개월)했지만, 이날 지은희가 우승하면서 최고령 기록을 36세 17일로 갈아치웠다. 통산 6승. 지은희는 이날 우승 상금 22만 5000달러(약 2억 8000만원)를 받았다.

지은희 우승은 큰 의미가 있다. 그는 2009년 US여자오픈 챔피언이다. 여자 골프 대회 중 가장 오래됐고, 권위 있는 US여자오픈에 대한 애정이 크다. 게다가 올해 상금은 1000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이 대회전까지 맏언니인 지은희의 올해 US여자오픈 출전은 어려워 보였다. US여자오픈 우승자에게 주는 10년 출전권은 이미 끝났고, 올해 세계 랭킹은 83위로 처져 출전 자격이 없었다. 마지막 남은 기회는 이 대회 우승이었다.

그 막차를 기어이 잡아탔다. 지은희는 2008년부터 15년 연속 US 여자오픈에 출전하게 됐다. 이번 대회에선 지은희의 샷감, 퍼트 감이 좋았다. 탐 파지오가 설계한 아름답지만, 고약한 코스에서 지은희는 조별 리그 2승 1무를 기록했고, 16강에서 최혜진을 꺾었다.

마지막 이틀은 하루에 2개 매치를 벌이는데 8강전부터는 압승이었다. 지은희는 매들린 삭스트롬(스웨덴)에 7홀 차, 준결승에서 앤드리아 리(미국)에 4홀 차 대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체력을 아꼈다.

결승 상대 후루에는 22세의 신예다. 일본 투어에서 7승을 거둔 경험도 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연장 4개 홀을 더해 22홀 승부를 벌이면서 체력소모가 컸다.

결승전 초반엔 지은희가 끌려갔다. 7번 홀까지 한 홀을 뒤졌다. 그러나 8~10번 홀을 모두 이기면서 뒤집었다. 8번 홀에서는 버디를 잡았고, 파 5인 9번 홀에서는 90야드 거리에서 세 번째 샷을 홀에 직접 넣어 이글을 잡아냈다. 사막의 태양 아래서 터진 이 이글에 후루에의 체력이 방전되는듯했다. 후루에는 10번 홀에서 보기를 해 한 홀을 더 내줬고, 이후에도 집중력 저하로 실수가 잦았다.

16번홀(파5)에서 지은희는 2온을 시도했다가 거푸 실수가 나와 4번 만에 그린에 올렸다. 후루에는 3번 만에 그린에 올렸다. 그러나 지은희는 4m 거리의 파퍼트를 성공했다. 반면 후루에는 3퍼트를 하면서 경기를 마감했다.

지은희는 “내 우승 중 가장 힘든 우승이었다. 36홀 라운드라 발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허리도 아팠다. 몸과 마음이 다 힘들었다. 그러나 어제 경기를 일찍 마쳐 에너지를 저장한 것이 도움이 됐다. 발이 아팠지만, 캐디가 응원해줘서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퍼팅이 잘 된 것도 컸다. 이 코스는 그린 주변이 어렵고 마운드가 많아서 어려웠는데, 치핑도 좋아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며 “”US여자오픈에 출전하는 방법이 우승밖에 없어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랭킹이 많이 떨어진 데다 코로나19 때문에 대회에 많이 못 나가 우울했는데 이제 힘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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