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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안주로 최고” 전국 주당들 사로잡은 ‘뭉티기’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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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2월 대구 달서구 월배시장. 마이크를 든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주민들을 향해 “뭉티기, 요즘도 합니까?”라고 물었다. 주민들은 뭉티기라는 말에 반가운 듯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사회생활 시작을 대구에서 했다. (당시에) 달서구도 많이 왔고, 월배지역은 직원들과 월말에 뭉티기와 소주로 회식을 (자주) 하던 곳”이라고 지역과의 인연을 전했다.

뭉티기는 ‘대구 10미(味)’로 꼽히는 10가지 향토 음식 중 하나다. 따로국밥·동인동찜갈비·논메기매운탕·복어불고기·누른국수·무침회·야끼우동·납작만두·막창구이 등과 함께다. 뭉티기라는 눈길가는 이름에 더해, 미식가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 뭉티기를 언급한 후 대구의 10가지 맛 중에서도 유독 관심 끄는 음식이 됐다.

뭉티기는 육회(肉膾)처럼 날것으로 먹는 생고기다. 소 엉덩이 안쪽 우둔살 부위를 ‘뭉텅하게’ 썰어 내놓는다. 기름장에 푹 찍어 날 것 그대로 입에 넣어 껌을 씹듯 ‘질겅질겅’ 먹는 맛이 일품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고기를 ‘뭉퉁 뭉퉁’ 썰어낸다는 것에서 유래됐다. [사진 대구시]

뭉티기는 육회(肉膾)처럼 날것으로 먹는 생고기다. 소 엉덩이 안쪽 우둔살 부위를 ‘뭉텅하게’ 썰어 내놓는다. 기름장에 푹 찍어 날 것 그대로 입에 넣어 껌을 씹듯 ‘질겅질겅’ 먹는 맛이 일품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고기를 ‘뭉퉁 뭉퉁’ 썰어낸다는 것에서 유래됐다. [사진 대구시]

뭉티기는 소고깃집에서 파는 육회(肉膾)처럼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는 생고기다. 소 엉덩이 안쪽 우둔살 부위를 ‘뭉텅하게’ 썰어 내놓는다. 고기를 기름장에 푹 찍어 날 것 그대로 입에 넣어 껌을 씹듯 ‘질겅질겅’ 먹는 맛이 일품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고기를 ‘뭉퉁 뭉퉁’ 썰어낸다는 것에서 유래됐다.

뭉티기는 신선하고 품질 좋은 한우를 써야 제맛이 난다. 육회와는 달리 양념을 더 하거나 버무려 쓰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뭉티기를 찍어 먹는 기름장만이 옆에서 고기 맛을 북돋는 역할을 한다.

기름장은 참기름에 다진 마늘, 굵은 고춧가루 등을 팍팍 뿌려 만든다. 쫄깃한 식감의 생고기 한 점을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감칠맛이 더해져 최고의 풍미를 낸다. “별도의 양념이나 조리를 하지 않아 깔끔한 맛을 내는 게 생선회 못지않다”는 말도 듣는다. 주당들이 소주 한잔에 뭉티기 한점을 외칠 정도로 술 안주로 궁합도 좋다. 윤 대통령도 대구에서 근무할 당시 술 안주로 뭉티기를 만나 반했다고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뭉티기는 1950년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부터 경상북도의 3대 유통가로 꼽혔던 대구 중구에서다. 약전골목이 있는 중구는 예로부터 서문시장 같은 큰 시장이 인근에 있고, 가까운 달서구 두류동에선 대규모 우시장도 섰다.

우시장은 경북 청도 등 한우로 유명한 지역의 소들을 한곳에 모아 거래하던 곳이었다. 1950년 후반만 해도 한해 수만 마리의 소가 두류동 우시장에서 사고 팔렸다고 한다. 뭉티기를 비롯해 소와 관련한 다양한 음식이 대구에서 생겨난 계기다.

뭉티기는 값싸게 술 한잔을 하던 ‘실비집’과도 연관이 깊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서민들의 안주로 출발해서다. 당시 대구 중구 향촌동 일대에 있던 한 실비집에서 뭉티기를 처음으로 내놓은 게 시작이다. 다른 재료보다 쉽게 구하고, 빠르게 술 안주로 낼 수 있는 우둔살을 이용한 요리였다. 지금도 향촌동 등 중구 일대엔 뭉티기를 판매하는 식당이 여러 곳 남아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2 대구세계가스총회(WGC)에 참석한 뒤 대구 중구 근대골목 인근 한 식당에서 참모진과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2 대구세계가스총회(WGC)에 참석한 뒤 대구 중구 근대골목 인근 한 식당에서 참모진과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3일 찾은 월배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구 달서구 ‘퇴근길 뭉티기’ 식당. 이명희 대표가 커다란 선홍빛 우둔살 덩어리를 도마에 올렸다. 잠시 뒤 날이 잘 선 칼을 들고 깍두기 모양으로 썰기 시작했다.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가 ‘뭉턱뭉턱’났다. 그러곤 흰 접시에 뭉툭하게 자른 고기를 가지런히 담았다.

이 대표는 “윤기가 나고, 접시를 흔들어도 고기가 잘 떨어지지 않는 찰진 대구 뭉티기가 바로 이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주 한 병, 뭉티기 한 접시, 그리고 기름장을 내는 게 뭉티기의 기본 상차림”이라며 “우리 집 뿐 아니라 요즘은 여기에 국물 등 다른 반찬을 많이 추가해서 손님들에게 내고 있다”고 말했다.

뭉티기는 당일 도축된 한우만 사용한다. 시간이 지나면 쫄깃함 등이 떨어져 고유의 맛을 못 낸다. 대구 뭉티기에 수입 소고기가 진입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뭉티기 식당에선 맛이 떨어질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남은 우둔살은 길쭉하고 잘게 썰어 양념을 더 한 뒤 육회로 주로 판매한다. 뭉티기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도 거의 없어 건강 음식으로 꼽힌다.

뭉티기는 양념·조리 없는 생고기이지만 각종 방송 음식프로그램에도 ‘맛있는 음식’으로 자주 등장한다. 소주 ‘짝꿍’이라는 입소문까지 타면서 전국 곳곳의 주당들도 인터넷 쇼핑몰이나 대구지역 뭉티기 식당을 통해 사다 먹는다. 뭉티기는 보통 한 접시에 250g에서 300g을 기본으로 해서 낸다.

◆대구 10미 노래로 제작 중=뭉티기 등 10가지 대구 맛을 품고 있는 대구 10미는 최근 노래로도 제작 중이다. 노래로 ‘흥얼흥얼’ 따라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구 10미가 전라도 유명 음식들처럼 알려질 것이라는 기대가 담겼다고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트로트 풍으로 만들어질 노래는 오는 9월쯤 공개될 예정이다. 노래는 대구가 고향인 가수 김나희씨가 부르며, 작곡가 김재곤씨가 작사·작곡 등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김재곤씨는 가수 박현빈씨의 ‘곤드레 만드레’ 등 여러 유명 가수 앨범 제작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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