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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 받고 뒷집은 못 받고…군산비행장 ‘소음 보상금’ 잡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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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미 국방부가 2019년 공개한 한국 특전사와 주한 미군 군산 공군기지 훈련 모습. [뉴스1]

미 국방부가 2019년 공개한 한국 특전사와 주한 미군 군산 공군기지 훈련 모습. [뉴스1]

전투기 소음 공해에 시달리는 주한 미군 군산비행장 인근 주민에게 오는 8월부터 보상금이 지급되지만, 주민 불만이 여전하다. 보상 금액이 적은 데다 지급 기준이 모호해 한동네에 살아도 액수가 제각각이거나 아예 못 받는 주민이 허다해서다.

30일 군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5일 ‘지역 소음 대책 심의위원회’를 열고 군산비행장 소음 피해가 인정되는 932세대 2224명에게 모두 7억3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보상은 2019년 11월 제정된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군소음보상법)’에 따른 것이다. 2020년 11월 법 시행 이후 군산에서 보상이 이뤄지는 건 처음이다.

국방부는 군소음보상법에 따라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군 비행장과 사격장 주변을 대상으로 소음영향도를 조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군산시 옥서면·미성동·옥구읍·소룡동 일대 36.6㎢를 소음 대책 지역으로 지정·고시했다. 군산시 옥서면에 있는 군산비행장(72만7000㎡)은 미군이 1945년부터 사용해 왔고, 미8전투비행단과 공군38전투비행단 등 2개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군산시는 이들 부대에서 나는 전투기 이착륙 및 엔진 테스트 소음을 주 소음원으로 보고 있다. 1992년에는 국내선 민간 항공기가 군산비행장 일부 활주로를 빌려 취항해 소음 피해도 커졌다.

국방부는 2020년 11월과 지난해 2월 군산비행장 주변 소음을 측정했다. 이후 지난 1~2월 접수 결과 전체 대상 1371세대 중 68%(932세대)가 보상금을 신청했다. 이번 심의위에서 결정한 소음 피해 보상금은 이달 말 등기우편으로 개별 통지되고, 6월 말까지 이의 신청이 없으면 8월 말 개인 계좌로 보상금이 지급된다.

보상금은 항공 소음도 기준으로 나눠 지급된다. 1종(95웨클 이상)은 1인당 월 6만 원, 2종(90∼94웨클)은 월 4만5000원, 3종(80∼89웨클)은 월 3만 원이다. 웨클(WECPNL·가중평균소음)은 항공기 소음을 측정하는 단위로 공업 지역 주간 소음도인 70dB이 83웨클로 환산된다.

군산시에 따르면 1종은 75세대(209명), 2종은 57세대(241명), 3종은 800세대(1774명)다. 보상금 7억300만 원은 지급 대상 2224명이 2020~2021년 기준으로 받는 총 금액이다. 하지만 “전체 소음 피해 세대 86%가량(800세대)이 3종에 속해 이의 신청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민들은 군소음보상법에 대해 “보상금 지급 기준이 불합리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계 기준이 행정구역이 아닌 건축물이다 보니 같은 마을에서도 보상금이 차등 지급되는 구조여서다. 소음 피해 지역에서 생업을 해도 주소지가 아니면 보상받을 수 없다.

한안길 군산시의원(옥구읍·옥산·회현·옥도·옥서면)은 “(군산비행장에서) 똑같은 거리에 있는데도 앞집은 (보상금 지급 대상이) 되고 뒷집은 안 된다”며 “이마저도 사업장이나 근무지가 (소음 피해 지역) 밖에 있거나 전입 시기, 미성년자 여부에 따라 30~100% 줄어든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소음 피해 보상 대상을 확대하고,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화성 갑) 국회의원은 지난 3월 같은 동이나 리 단위 행정구역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은 모두 소음 피해 보상을 받도록 하는 군소음보상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소음 피해 보상 대상 지역이 확대되도록 국방부에 지속해서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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