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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줄고 모유수유 감소…팬데믹이 낳은 분유대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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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톰 빌색 미국 농무부 장관(왼쪽)이 지난 22일 독일에서 분유를 실어온 군 수송기 승무원들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톰 빌색 미국 농무부 장관(왼쪽)이 지난 22일 독일에서 분유를 실어온 군 수송기 승무원들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 초유의 ‘분유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물량이 부족하자 국방물자조달법(DPA)을 발동해 군 수송기로 해외에서 실어올 정도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 호주 분유업체 법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제조한 안전한 유아용 분유 2750만 통(한통 226g)이 올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재고 물량은 운송 준비를 마쳤고, 나머지는 이르면 몇 주 안에 생산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8일 DPA를 발령한 뒤 해외에서 세 번째로 실어오는 분유다. 앞서 22일과 25일 독일에서 네슬레·거버 분유 총 150만 통을 들여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 시장분석업체 데이터셈블리를 인용해 미 전역에서 유통되는 분유의 70%가 현재 품절이라고 밝혔다. 분유 대란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방역 규제로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핵심 원료가 제때 들어오지 않은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산이 더뎌지면서 지난해 국지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집단감염으로 일손마저 달렸다.

결정적으로 지난 2월 미 분유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애벗의 제품 중 하나인 시밀락의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란으로 확대됐다.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된 분유를 섭취한 유아 중 4명이 박테리아에 감염돼 입원했고, 그중 2명이 숨지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공장은 내달 4일 가동을 재개하지만, 유통 정상화엔 6~8주가 걸릴 전망이다.

지난달 중순 월마트·코스트코 유통업체들이 사재기를 막기 위해 1인당 한 번에 3~4통만 구매하도록 제한하자 온라인에서 분유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고 NBC·WP가 보도했다. 30대 주부는 WP에 “알레르기가 있어 특수 분유를 먹이는데, 이베이에서 분유 8통이 800달러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한 통에 100달러(13만원)꼴이다. 미 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포워드인 데이먼 리는 분유 대란과 텍사스 유밸디의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묶어 “애들 분유보다 총을 구하는 게 더 쉽다”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유에 지방을 첨가하기 위해 쓰는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씨유 수출이 막혀 대체재 확보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전했다. WSJ은 코로나19로 인한 모유 수유 감소도 분유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라고 29일 지적했다. 미 인구통계 컨설팅업체 데모그래픽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0년 1세 유아의 모유 수유율은 34%였지만, 올해는 14%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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