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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물가 0.1%P라도 낮추자…삼겹살 관세까지 없앤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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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물가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30일 긴급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직접적인 가격통제 방식을 제외한 세제·금융지원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총망라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물가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는 물가·금리가 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놓은 대책이다. 크게 밥상물가·생계비·주거 부담 경감으로 나뉜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기대한 부분이 소비자에게 다 전달되면 0.1%포인트 정도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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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62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재가하면서 신속한 집행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회에서 추경안이 어제 늦게 통과됐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기업 규제 철폐와 물가 안정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이 모래주머니를 달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뛰기 어렵다”며 “모든 부처가 규제 개혁 부처라는 인식하에 기업 활동, 경제 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어렵고 복잡한 규제(철폐)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민생안정 프로젝트의 경우 우선 돼지고기·커피·밀가루·식용유 등 먹거리와 나프타·산업용 요소·망간메탈 등 원자재를 비롯해 14대 품목에 연말까지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예컨대 22.5~25%의 관세가 붙던 수입용 돼지고기를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게 한다. 환율이 달러당 1250원이라고 하고 1000달러의 돼지고기를 수입한다면 수입가격은 156만3000원에서 125만원으로 20% 싸진다. 커피와 코코아 원두 수입 때 붙는 부가가치세(10%)도 한시적으로 면제한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민생안정 대책에는 주요 수입 식료품과 산업 원자재에 부과되는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정부는 식용유, 돼지고기 등 물가 상승 요인이 큰 식품 원료 7종에 대해 연말까지 0% 할당관세를 적용할 방침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재래시장 한 정육점에서 판매 중인 수입산 돼지고기. 연합뉴스

정부가 30일 발표한 민생안정 대책에는 주요 수입 식료품과 산업 원자재에 부과되는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정부는 식용유, 돼지고기 등 물가 상승 요인이 큰 식품 원료 7종에 대해 연말까지 0% 할당관세를 적용할 방침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재래시장 한 정육점에서 판매 중인 수입산 돼지고기. 연합뉴스

개별 포장해 판매하는 김치·된장·고추장·간장·젓갈류·두부 등 가공식료품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부가가치세(10%)를 면제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7월 1일 시행을 목표로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지원 확대와 밀가루 가격 상승분 70% 지원 등도 밥상물가 안정 대책에 포함됐다.

정부는 ▶2학기 학자금 대출 저금리(1.7%) 동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대환(안심전환대출) 지원 ▶5G 중간요금제 출시 유도 등을 생계비 경감 대책으로 내놨다.

공시가 6억원 1주택자 재산세, 올해 10% 줄어 73만원

안심전환대출은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가구에 대해 2억5000만원 한도에서 고정금리로 바꿀 수 있게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낮은 청년·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소액대출 지원 규모도 10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5G 중간요금제는 적절한 수준의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해 통신비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현행 5G 요금제는 월 10~12GB와 110~115GB 데이터를 쓰는 요금제로 나뉘어 있는데, 이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3~27GB 수준이란 점을 고려해 요금제를 신설하는 것이다. 또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4인 가구 기준 100만원 등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한다.

부동산 보유·거래세 경감을 골자로 하는 주거 대책도 민생 대책에 들어갔다. 1주택자의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은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하하는 식이다. 이는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할 수 있다. 올해 공시가 6억원인 집을 한 채 가지고 있다면 원래는 재산세 80만1000원을 내야 한다. 이번 부담 완화 방안에 따라 재산세는 72만8000원으로 낮아진다.

종부세의 경우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얼마만큼 내려 잡을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올해 공시가격이 26억500만원인 서울 반포자이 84㎡ 아파트를 한 채 가진 1주택자의 경우(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우병탁 부동산팀장의 모의계산) 올해 원래 내야 할 종부세는 1266만8000원(농어촌특별세 제외, 세액공제 적용 안 함)이다. 이를 2020년 부과된 종부세(369만5220원)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의미다.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얼마나 낮추느냐에 따라 실제 부과될 종부세액은 달라질 수 있다. 기재부는 종부세 부과 고지(11~12월) 전인 올 3분기 안에 종부세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일시적 2주택자 등의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4.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국제 곡물 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다 국제유가도 내려가지 않는 등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27일 “일정 기간 5% 넘는 숫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물가 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문제는 이번 대책의 효과다. 전날 국회를 통과한 추경이 최대 변수다. 역대 최대 규모인 62조원의 추경 중 28조7000억원이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 예산이다. 당장 이날부터 1인당 최소 6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신청받고 순차적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수십조원의 돈이 시중에 풀리는 만큼 물가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추 부총리도 지난 17일 국회에서 “(2차 추경이) 0.1%포인트의 물가 상승 요인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차 추경이 물가를 0.1%포인트 올릴 것이라 본다”고 인식을 같이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워낙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리는 만큼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지만, 소상공인 상황상 안 하긴 어려웠던 추경”이라며 “이제 앞으로 어떻게 유동성을 관리할지, 금리를 얼마나 올리고 정책을 어떻게 펼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민생 대책의 물가 하락 효과가 추경으로 인해 상쇄되거나 오히려 추경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추가적인 물가 완화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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