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치로 뭉친 尹-바이든, 中 입김 커지는 중남미서 '선한 영향력' 가능"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 중심 외교로 함께 묶여 있으며, 시장 경제의 힘을 믿습니다. 언뜻 멀게 느껴지는 중남미 지역도 한ㆍ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로버트 에반 엘리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위원은 지난 2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미ㆍ중 경쟁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중남미 지역과 관련해 "한국은 디지털 협력, 반부패 퇴치 등 분야에서 중남미와 협력할 수 있으며, 한국이 중남미에 대한 기여를 확대할수록 한ㆍ미 동맹도 글로벌 차원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엘리스 교수는 미국 내 손꼽히는 중남미 지역 전문가다. 중남미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 등에 대한 연구와 출판, 언론 기고를 해왔으며 지난 2019년~2020년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에서 일하며 중남미 관련 업무에 몸 담았다. 미 국방대 전략연구소(SSI) 중남미학 연구교수로도 재직 중인 그는 외교부의 한ㆍ중남미 수교 60주년 포럼 참석을 위해 지난 26일 방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로버트 에반 엘리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위원이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로버트 에반 엘리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위원이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Q. 한국인들에게 중남미는 여전히 멀고 낯설게 느껴진다.

A. 나도 한국에 온 게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리 멀고, 낯설게 느껴져도 민주주의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는 우리를 한 데 묶어준다. 최고의 기회와 훌륭한 우정은 언제나 미지의 존재에서 온다. 물리적 거리에서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Q. 지난해 5월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중남미에 대한 한국의 재정 기여 등이 담겼지만, 이번엔 빠졌다.

A. 지난해 한국의 공약은 동맹을 진일보시키는 동시에 중남미 지역 발전을 위해 긍정적 신호였다. 한국의 재정 기여는 허리케인의 여파, 코로나19로 심화한 경제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량ㆍ원료 가격 급등에 허덕이는 중남미 국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 지난 21일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중남미 관련 문구는 없었지만, 회담 자체는 양국의 동맹 강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었다. 양국이 함께 지향하는 가치를 확인하고 중국, 북한과 관련한 우려를 공유했으니 향후 기회는 많다고 본다.

로버트 에반 엘리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위원이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로버트 에반 엘리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위원이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Q. 현재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가 코스타리카ㆍ온두라스ㆍ멕시코 순방 중이다. 디지털, 반부패 관련 협력을 논의했다는데.

A. 디지털 협력이 곧 부패 혁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지원과 기업 진출로 중남미에 디지털 규범이 확립되고, 디지털 생태계가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에 각국 정부도 자연스레 '굿 거버넌스'를 실천, 중남미 민주주의의 전반적 발전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한국 기업이 중남미에 진출해 모범을 보이면 올바른 노동 환경 구축, 지적 재산권 보호 관련 의식 제고에 기여할 수도 있다.

Q.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국이 중남미에 소홀했던 틈을 타 중국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A. 중국은 카리브해에서 존재감을 키워서 미국으로 향하는 해상 접근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현지 군 관계자들과 합동 훈련, 전문 군사 교육을 실시해 중남미 국가의 군대와 접촉면을 넓히고 친밀감을 쌓으려 한다. 유사시 중국 군이 현지에서 작전을 전개하기 위한 행보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은 중남미에서 빼낸 기밀 정보를 중국 국가안전부(MSS)로 넘기곤 한다. 중국이 중남미의 디지털 공간을 장악하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도 악영향이다.

Q. 중남미 포퓰리스트 정권을 중국이 키워준다고 지적했는데.

A. 중국은 중남미 포퓰리스트 정권에 무기와 여론 감시 장치 등을 지원하고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않은 사업을 추진한다.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위한 여론전도 펼친다. 중국은 홍콩 등에 하는 것과는 달리 중남미와 아프리카, 남동부 유럽 등 멀리 떨어진 국가에는 대놓고 강압적으로 굴지 않는다. 민주주의 전복을 시도했던 냉전 시기 소련과도 다른 모습이다. 대신 정치, 경제 등 다방면으로 교묘히 자국 이익 챙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로버트 에반 엘리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위원이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로버트 에반 엘리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위원이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Q. 미국의 대응은.

A. 중남미 국가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따르도록 미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주권 국가의 결정에 미국이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이 제안하는 사업이 진정으로 자국에 이익이 되는지 실익을 제대로 따질 능력을 갖추도록 미국이 지원할 수는 있다. 미국의 국제개발처(USAID) 등이 그런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일본, 인도, 유럽연합(EU) 등 민주주의 우방이 협력하면 중남미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다.

Q. 다음달 6일 미국서 개최되는 미주 정상회의 전망은. 보이콧 움직임도 있는데.

A. 일부 국가 간 의견의 불일치는 있지만, 보이콧은 아니다.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등이 국가 간 단결을 민주주의보다 앞세우는 건 우려스럽다. 나는 중남미가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주권 국가들은 의견을 달리하거나 논쟁을 벌일 권리가 있다. 다만 그럼에도 미국은 민주주의라는 가치의 편에 서야 한다. 정상회의는 분명 건설적인 방향으로 진행되리라고 본다.

Q.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곧 부임한다. 직전 근무지였던 콜롬비아 등 중남미와 가교 역할을 할까.

A. 콜롬비아는 현재 대선으로 굉장히 민감한 시기에 있다. (대선 후) 골드버그 대사가 부임하면 물론 그의 첫 번째 임무는 한ㆍ미 동맹 강화겠지만, 분명 중남미에 대한 그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차원의 협력 분야를 발굴해낼 수 있다.

로버트 에반 엘리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위원이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로버트 에반 엘리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위원이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