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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째 경찰' 부친의 갑질 폭로…시작은 '아버지' 세글자 문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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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청 본청. 연합뉴스

경찰청 본청. 연합뉴스

“아버지….”
부산 한 경찰서에서 형사로 일하는 A씨가 경찰 조직 안팎에 아들의 폭행 피해를 폭로하게 한 결정적인 말이다. A씨 아들은 서울 한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 중이며 최근 논란이 된 김밥 주문 늦어졌다는 이유로 상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의 당사자다.

부자가 2대째 경찰관으로 일하는 ‘경찰 집안’에서 조직의 의혹을 폭로한 것이다. A씨는 최근 아들이 ‘아버지’라는 한 단어를 문자메시지로 보낸 뒤 전화를 받지 않으면서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됐다고 했다. 며느리를 통해 알아게 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선배 경찰관에게 손찌검을 당했다”는 주장이었다.

경찰 게시판에 아들 폭행 의혹 올린 아버지 경찰관  

경찰 이미지. 중앙포토

경찰 이미지. 중앙포토

현직 경찰관인 아들의 폭행 피해를 알게 된 A씨는 지난 28일 경찰 온라인 게시판인 ‘폴넷’에 글을 올렸다. “이런 경찰관이 있습니까?”라면서다. A씨는 글에서 아들의 상관인 B경위가 아들 등에게 폭언·폭행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글에서 B경위의 행패를 주장했다. “아들이 최근 유산한 부인이 힘들어 한다는 이유로 회식에 빠지려고 하니 집에 못 가게 막았다”거나 “김밥을 시키려고 불렀는데 10분 늦게 왔다며 폐쇄회로TV(CCTV) 없는 곳에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30회 때렸다”는 등의 내용이다.

A씨는 자신의 이름과 소속 등을 공개하면서 아들의 폭행 피해를 공개했다. 그 이유에 대해 “누군가 피해를 봤다면 법과 원칙대로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도 (이번 일로) 형사를 할 마음이 사라졌다고 한다”고 했다. 또 “이런 걸 문제 제기한다고 조직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대한민국 경찰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경찰관은 더 그러면 안 돼”…정년 앞두고 폭로 결심

경찰 이미지. 뉴시스

경찰 이미지. 뉴시스

A씨가 올린 글에는 이날까지 댓글이 300여개 달렸다고 한다. “어떤 피해도 없으면 좋겠다” 등 A씨 부자(父子)에 대한 걱정이나 공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A씨는 “내부에서 들리는 응원 목소리를 알고 있다”며 “우리 조직에서 선배나 상사 등에게 갑질 당하는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을 불러 B경위가 A씨의 아들 및 다른 부하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형사 생활을 30년 넘게 했다는 A씨는 오는 6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아버지 욕 안 먹이려고 명예를 생각해 아들이 취직 후 참 열심히 근무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과거의 경찰도 이러진 않았다. 남을 때리고 무시하고 이런 행위는 특히 경찰관이라면 정말 그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B경위는 이날 기자의 전화나 문자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주쯤 (진정이) 접수된 거로 알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확인한 다음 파악된 문제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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