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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추경과 맞물린 민생대책…과연 물가 내려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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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정부가 물가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30일 긴급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직접적인 가격통제 방식을 제외한 세제·금융지원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총망라한 것이다.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물가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입 돼지고깃값 20% 하락

기획재정부가 이날 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긴급 민생안전 10대 프로젝트’는 물가·금리가 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놓은 대책이다. 크게 밥상물가‧생계비‧주거 부담 경감으로 나뉜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기대한 부분이 소비자에게 다 전달되면 0.1%포인트 정도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우선 돼지고기‧커피‧식용유 등 먹거리와 산업용 요소 등 원자재를 비롯해 14대 품목에 할당관세(0%)를 적용하기로 했다. 예컨대 22.5~25%의 관세가 붙던 수입용 돼지고기를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게 한다. 환율이 달러당 1250원이라고 하고 1000달러의 돼지고기를 수입한다면 수입가격은 156만3000원에서 125만원으로 20% 싸진다. 커피와 코코아원두 수입 때 붙는 부가가치세(10%)도 한시적으로 면제한다.

개별 포장해 판매하는 김치·된장·고추장·간장·젓갈류·두부 등의 가공식료품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부가가치세(10%)를 면제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7월 1일 시행을 목표로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지원 확대와 밀가루 가격 상승분 70% 지원 등도 밥상물가 안정 대책에 포함됐다.

3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수입산 돼지고기. 연합뉴스

3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수입산 돼지고기. 연합뉴스

정부는 ▶2학기 학자금 대출 저금리(1.7%) 동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대환(안심전환대출) 지원 ▶5G 중간요금제 출시 유도 등을 생계비 경감 대책으로 내놨다. 안심전환대출은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가구에 대해 2억5000만원 한도에서 고정금리로 바꿀 수 있게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낮은 청년·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소액대출 지원 규모도 10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5G 중간요금제를 통해 적절한 수준의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해 통신비 부담을 경감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5G 요금제는 월 10~12GB, 110~115GB로 나뉘어있는데 이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3~27GB 수준이다. 또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4인가구 기준 100만원 등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한다.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연합뉴스

부동산 보유·거래세 경감을 골자로 하는 주거대책도 민생대책에 들어갔다. 1주택자의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은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하하는 식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완화한다. 청년층의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미래소득을 확대 반영하고, 50년 초장기 모기지도 도입한다.

28조 소상공인 지원과 겹쳐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4.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국제곡물 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다 국제유가도 내려가지 않는 등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27일 “일정 기간 5% 넘는 숫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물가 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문제는 대책의 물가 부담 완화 효과다. 전날 국회를 통과한 추경이 최대 변수다. 역대 최대 규모인 62조원의 추경 중 28조7000억원이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 예산이다. 당장 이날 낮부터 1인당 최소 6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신청받고 오후 3시부터 순차적으로 지급기로 했다. 지원 대상만 371만개에 달한다.

30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자영업자가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자영업자가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단기간에 수십조원의 돈이 시중에 풀리는 만큼 물가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2차 추경이) 0.1%포인트의 물가 상승 요인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차 추경이 물가를 0.1%포인트 올릴 것이라 본다”고 인식을 같이했다.

물가 부담 불가피…“대책 효과 상쇄”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워낙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리는 만큼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지만 소상공인 상황상 안 하긴 어려웠던 추경”이라며 “이제 앞으로 어떻게 유동성을 관리할지 금리를 얼마나 올리고 정책을 어떻게 펼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이 같은 우려를 알고 주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이 주된 지원 대상인 만큼 빚 갚는 데 쓰거나 해서 늘어난 유동성이 그대로 물가에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번 민생 대책의 물가 하락 효과는 기간에 따라 상쇄되거나 오히려 추경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추가적인 물가 완화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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