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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트럼프' 깜짝 2위…대선 결선투표, 좌파 후보와 대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현지시간) 치러진 남미 국가 콜롬비아 대선에서 ‘콜롬비아의 트럼프’로 불리는 무소속 후보가 깜짝 2위에 올랐다. 이날 과반 득표자가 없어 1위 좌파 후보와 결선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보수연합 ‘콜롬비아팀’ 후보는 3위에 그쳐 중남미 ‘우파의 보루’에 균열이 났다.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한 구스타보 페트로(왼쪽)와 로돌프 에르난데스. [AFP=연합뉴스]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한 구스타보 페트로(왼쪽)와 로돌프 에르난데스. [AFP=연합뉴스]

'현정권 후계자' 대신 무소속 포퓰리스트 결선行

로이터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투표 집계 결과 좌파연합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62)가 40.32% 지지율로 1위를, 무소속 포퓰리스트 로돌포 에르난데스(77) 후보가 28.15% 득표로 2위에 올랐다. 선거 기간 좌·우 대결 프레임에 주력했던 페데리코 구티에레스(47) 콜롬비아팀 후보는 23.91%로 3위에 그쳤다. 외신들은 “콜롬비아의 압도적인 보수 지지층이 ‘충격적 일격(stunning blow)’을 당했다”고 전했다.

정권 교체가 빈번한 중남미에서 단 한번도 좌파가 집권한 적 없는 유일한 국가였던 콜롬비아로선 이례적인 결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결선투표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구티에레스보다 에르난데스가 페트로와의 대결에서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보수 표심이 에르난데스 쪽으로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구티에레스가 인기 없는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의 ‘후계자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발목잡혔다고 지적했다. 결선은 3주 뒤인 다음달 19일 치러진다.

보수연합 콜롬비아팀의 대선 후보 페데리코 구티에레스는 득표율 3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보수연합 콜롬비아팀의 대선 후보 페데리코 구티에레스는 득표율 3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좌파 vs '콜롬비아 트럼프' 대결된 결선투표  

부패 척결을 내세운 에르난데스 후보는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과 좌파 후보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을 끌어당기며 구티에레스를 제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에르난데스는 결선 진출이 확정되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에게 투표한 사람들에게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절대 당신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소속 정당이 없는 그는 ‘반(反) 부패 통치자 리그’라는 정치조직을 만들어 대선에 나섰고, 대선 자금도 사비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틱톡 할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기성 정치인들을 “도둑놈”이라 칭하며 “도둑만 없으면 돈(국가 재정)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당선되면 부패를 척결하고 재정을 늘리면서 세금은 낮추겠다고도 약속했다.

건설 기업인 출신으로 북부 부카라망가 시장(2016~19)도 지냈다. 거침없는 언행으로 ‘콜롬비아의 트럼프’로 불린다. 시장 시절인 2018년 한 정치인과 논쟁 중 화를 못 참고 뺨을 때리는 영상이 퍼지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이념적으로는 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데, 좌파 진영에서는 ‘극우’라 칭한다.

로돌프 에르난데스의 지지자가 후보의 벽화 앞에서 결선 진출에 대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돌프 에르난데스의 지지자가 후보의 벽화 앞에서 결선 진출에 대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FT "보수표 결집하면, 좌파 후보 밀려" 

지난해부터 각종 대선 여론조사 1위를 지켜온 좌파 후보 페트로는 젊은 시절 좌파 무장조직 M-19에 가입해 빈곤 지역에서 활동했다. M-19가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고 제도권 정당으로 변신하면서, 페트로 역시 제도권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수도 보고타의 시장(2012~15)을 지냈고, 현직 상원의원이다. 그가 당선되면 콜롬비아는 사상 처음으로 좌파 대통령을 맞게 된다.

FT는 1차 투표에서 페트로가 40%가 넘는 득표율로 승리했지만, 결선에서는 에르난데스와 박빙 승부를 벌일 거라고 전망했다. 보수 지지층이 좌파의 당선을 저지하지 위해 에르난데스에게 결집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산술적으로는 승부가 뒤집힐 수 있다고 봤다. FT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페트로는 약 850만 표를 얻었지만, 에르난데스와 구테에레스의 표를 합산하면 1100만 표가 된다. 구티에레스는 결선에서 에르난데스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컨설팅업체 컨트롤리스크스의 실바나 아마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에르난데스는 ‘변화는 원하지만 좌파는 싫은’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고 있다”며 “결선투표에서 페트로를 앞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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