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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치킨 두 마리에 10만원? 하림 닭 가격 잡은 비결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7일 전북 익산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직원이 닭 발골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민상 기자

지난 27일 전북 익산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직원이 닭 발골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민상 기자

한 마리에 2만원이 넘는 치킨 가격이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황금올리브 닭다리는 이달 초 1만9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올랐다. 교촌치킨이 지난해 11월 닭 날개와 다리로 구성된 허니콤보 가격을 2만원으로 인상한 뒤로 다른 업체들도 따르는 분위기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중계 수수료 인상과 인건비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에 납품되는 닭 한 마리당 가격은 지난 4월 기준으로 5016원으로 지난해 4월(4260원) 보다 26% 올랐다. 다만 하림과 같은 육계 제조 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생산 시설을 대형화‧자동화 덕분에 치킨 가격이 해외와 비교해 그나마 뛰지 않는 상황이라고 항변한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의 프랜차이즈 치킨 두 마리 가격이 세금을 포함해 80.72 달러(약 10만원)로 영수증에 표기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대형 위탁 생산 업체가 농가로부터 사들이는 육계(중형 기준) 가격은 지난 4월 1984원으로 지난해 4월(1291원)보다 53% 올랐다. 위탁 업체가 프랜차이즈에 공급하는 육계 가격 상승률의 절반 수준이다. 하림 관계자는 “국제 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어려움이 있지만 수십 년 전부터 지역 농가로부터 대량으로 육계를 매입해 빠른 속도로 가공할 수 있는 시설로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형화·자동화 투자가 가격 유지 비결” 

지난 27일 전북 익산 나들목을 지나자 넓은 논과 밭 사이 현대식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림그룹은 닭고기 종합처리센터(13만5445㎡)와 간편식 제조 라인인 퍼스트키친(12만3429㎡)이었다. 코로나19로 여파로 하림그룹은 이 시설들을 3년 만에 공개했다. 통유리에 깔끔하게 정돈된 마당이 반도체 공장을 연상하게 했다.

1991년 세워진 국내 최대 도계 가공 공장인 하림의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는 지난 2019년 리모델링으로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했다. 하림에 따르면 1시간 최대 1만3500마리까지 작업할 수 있다. 익산 닭 공장에서만 생산되는 닭고기만 약 40만~45만 마리로 일평균 약 20만~25만 마리를 생산하는 인근 정읍 공장까지 합하면 70만 마리가 생산된다. 여름철 삼복이면 생산량이 하루 100만 마리로 올라간다고 한다.

모든 공정은 유리창을 통해 복도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돼 작업자들은 불량품을 가려내거나 수작업이 필요한 일부 위치에만 있었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가스스터닝’ ‘에어칠링’과 같은 자동화 공정도 도입했다. 가스스터닝은 도계 직전에 전기 충격 대신 가스로 닭을 재우는 작업이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해 모세혈관이 터지는 걸 막아 신선도를 높였다.

하림 닭고기 종합센터에서 에어칠링을 받고 있는 닭고기. [사진 하림]

하림 닭고기 종합센터에서 에어칠링을 받고 있는 닭고기. [사진 하림]

즉석밥과 라면 시장에도 진출 

에어칠링은 냉풍이 부는 총 7㎞ 길이 라인을 200분 동안 지나도록 해 닭의 중심부 온도를 2도까지 떨어뜨리는 과정이다. 고기에 물이 스며들어 육질을 떨어뜨리는 기존 냉수 기법은 비용이 적게 들어도 과감히 포기했다. 닭의 체온은 41도로 사람보다 높은데, 도계 뒤 2도로 낮추면 세균 증식도 막을 수 있다. 에어칠링한 닭을 비닐 장갑을 끼고 직접 만져보니 얼음처럼 차가웠다.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간편식 제조 공장 ‘퍼스트 키친’에는 즉석밥과 라면 제조 라인이 놓였다. 용가리 치킨 너겟이나 삼계탕과 같은 기존 닭고기 관련 상품과는 전혀 다른 분야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가축 사료와 해양 물류, 홈쇼핑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간편식 사업을 통해 생산 효율화와 상품 가격 안정을 더욱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림의 지난 1분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8.4% 증가한 3014억원을, 영업이익은 72.4% 오른 152억원을 기록했다.

전북 익산 하림의 닭고기 제조 공장 외관. [사진 하림]

전북 익산 하림의 닭고기 제조 공장 외관. [사진 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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