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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역사·문화부터 우크라이나인의 일상까지, 화폐 통해 본다

중앙일보

입력

올 2월부터 부쩍 많이 언급되는 나라가 있습니다. 동유럽 안쪽, 러시아 서부 흑해 연안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죠.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우크라이나. 지금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도 높습니다. 우리나라도 멀지 않은 과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겪었던 터라 우크라이나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있죠.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1992년 2월 10일 국교를 맺어 올해가 수교 30주년입니다. 이를 기념해 한국은행은 서울 중구 화폐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화폐로 만나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루시부터 유로마이단까지'전을 선보여요. 크게 3개 파트로 우크라이나의 현용화폐 및 기념주화 170여 종을 전시해 관련 역사·문화·예술 등을 소개하죠.

화폐박물관에서 열리는 ‘화폐로 만나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루시부터 유로마이단까지’ 전시장 모습. 우크라이나의 현용화폐 및 기념주화 170여 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역사·문화 등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전시다.

화폐박물관에서 열리는 ‘화폐로 만나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루시부터 유로마이단까지’ 전시장 모습. 우크라이나의 현용화폐 및 기념주화 170여 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역사·문화 등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김일다 학예연구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해 들어본 적 있냐고 묻자 “들어보기는 했는데 관심은 크게 없었다”는 답이 나왔어요. “전쟁 전까지만 해도 어디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 몰랐던 생소한 우크라이나를 화폐를 통해 알아보자는 취지로 전시를 마련했죠. 전쟁으로 인해 관심이 높아지며 많은 분들이 찾아오세요.”
‘황금의 땅 우크라이나’로 들어선 민유빈·이예슬 학생기자는 먼저 지도를 살펴봤죠. “예전엔 우크라이나 수도를 키예프라고 썼어요. 러시아식 표현이지만 오래 써서 많은 사람이 알고 있기에 전시에도 그렇게 표기했죠. 그런데 전쟁으로 표기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이제는 우크라이나식으로 키이우라고 하게 됐습니다.” 전쟁 전 시작된 전시라 설명 등에 예전 표기법으로 쓰였지만, 입구 옆에 우크라이나식 표현이 함께 안내돼 있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전시를 기획한 김일다(오른쪽) 학예연구사를 인터뷰하며 화폐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전시를 기획한 김일다(오른쪽) 학예연구사를 인터뷰하며 화폐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수도인 키이우와 세바스토폴의 2개 특별시와 24개 주 및 크림자치공화국으로 이뤄진 우크라이나 각 지역 기념주화를 보며 지도와 맞춰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우크라이나 국기는 안다”고 말을 이었죠. 김 학예연구사는 “독립 이전부터 사용하던 것으로 푸른색은 하늘, 노란색은 광대하고 비옥한 국토를 상징한다”며 “전시장 역시 노랑과 파랑으로 꾸몄다”고 설명했어요. “우크라이나는 유럽 최대의 곡창지대로 ‘유럽의 빵바구니’란 별명이 있어요. 요즘 식품 물가가 심상치 않은데, 전쟁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여파가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주는 겁니다.”
전시 부제인 ‘키이우 루시부터 유로마이단까지’는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 또한 화폐를 통해 살펴봤죠. 키이우 루시(Kyiv Rus·키예프 루스)는 9세기 키이우를 중심으로 형성된 동슬라브 민족의 최초 봉건국가로 흔히 키예프 공국이라고도 해요. 영토는 북부 발트해에서 남부 흑해까지, 동부 볼가강에서 서부 티사강에 이르렀죠. 9세기 후반~12세기 초반의 200여 년간 발전했으며 특히 볼로디미르 대공(Volodymyr the Great) 치세(980~1015)에 그리스도교(동방정교) 수용 및 비잔틴 문화 도입 등 문화적으로도 융성했죠. 이후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야로슬라브 현제(Yaroslav the Wise) 치세(1036~1054)에 법전을 편찬하고 성 소피아 성당을 짓는 등 황금기를 맞이한 뒤 점차 쇠퇴해 12세기 중반에는 여러 공국들로 분열됐고, 1240년 킵차크 칸국(몽골 제국이 분열되며 생긴 4대 칸국 중 하나)에 의해 멸망합니다.

우크라이나 국립은행은 1995년부터 지금까지 950종 3000만 개 이상의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우크라이나 국립은행은 1995년부터 지금까지 950종 3000만 개 이상의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김 학예연구사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이 새겨진 현용화폐와 기념주화를 소개했어요. 키이우 루시는 2016년 발행된 5흐리브냐 동전, 야로슬라브 현제와 성 소피아 성당의 모습은 2흐리브냐 지폐로 살펴봤죠. 5흐리브냐 동전을 보면 키이우 루시 중앙에 큰 강이 있는데요. 이는 약 2200km로 유럽에서 네 번째로 긴 드니프로(Dnipro)강으로,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땅을 가로질러 흐르죠.
키이우 루시 멸망 후 2세기에 걸친 몽골의 지배를 거치며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대부분은 폴란드·리투아니아·터키·몰도바에 의해 분할돼요. 16세기 초에는 폴란드·리투아니아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코자크(Cossacks) 집단이 나타나죠. 오늘날 우크라이나 민족 정체성의 중심에 있는 코자크는 1648~1654년 독립투쟁을 벌이는데, 이때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한 보흐단 흐멜니츠키(Bohdan Khmelnitsky)가 가장 추앙받는 헤트만(코자크 지도자)로 코자크국가 시대를 엽니다. 김 학예연구사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인물 중 하나”라며 5흐리브냐 지폐를 가리켰어요. 코자크국가를 상징하는 5흐리브냐 동전도 볼 수 있었죠.
1654년 흐멜니츠키는 러시아와 페레야슬라브 조약을 체결, 러시아의 힘을 빌려 폴란드 세력을 몰아냈는데요. 차츰 러시아에 병합되기 시작해 17세기 말이 되면 거의 모든 지역이 러시아에 속하게 됩니다. 이후 소련이 붕괴될 때까지 우크라이나의 독립은 요원해지죠. “페레야슬라브 조약은 러시아 황제인 차르의 권위를 인정하는 대신 코자크의 자치를 보장하는 내용인데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조약의 해석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현재 정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요.”

‘화폐로 만나는 우크라이나’전이 열리는 기획전시실에서 나오면 세계 각국의 화폐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우크라이나 화폐가 담긴 서랍을 열자 일부 화폐가 전시에 이용 중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화폐로 만나는 우크라이나’전이 열리는 기획전시실에서 나오면 세계 각국의 화폐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우크라이나 화폐가 담긴 서랍을 열자 일부 화폐가 전시에 이용 중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몇백 년간 계속된 외세의 지배에도 언어 등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온 우크라이나의 모습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합니다. 1991년 마침내 독립했지만, 친러시아 세력과 친유럽 세력으로 나뉘어 우크라이나 국내 갈등이 시작돼요. 2013년 일어난 유로마이단은 유럽과의 통합을 지지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민운동이죠. 이를 기리는 기념주화는 3종 세트로 구성됐죠. 우크라이나 독립 30주년인 2021년에도 기념주화와 기념은행권이 발행됐어요.
“화폐로 우크라이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게 흥미롭죠”라고 한 김 학예연구사는 “우크라이나 화폐 명칭인 흐리브냐는 원래 장식품이었는데 키이우 루시 시절 화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어요. “동슬라브 민족은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를 이루고 있는데요.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키이우 루시의 정통성을 두고 논쟁 중이에요. 우크라이나가 화폐 이름을 흐리브냐로 지은 거나 키이우 루시 문장을 화폐에 넣은 것도 그 일환이죠.”

유로마이단이 펼쳐졌던 키이우 독립광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민유빈(왼쪽)·이예슬 학생기자.

유로마이단이 펼쳐졌던 키이우 독립광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민유빈(왼쪽)·이예슬 학생기자.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하는 지폐 10종과 동전 6종의 도안에는 우크라이나의 역사·문화를 빛낸 인물과 관련 건축물 등이 활용됐어요. “특히 우크라이나 민족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인물들이 많아요. 100흐리브냐의 타라스 셰브첸코는 대표적인 우크라이나 민족시인으로 러시아에 저항하다 체포돼 노역병사로 10년간 복역하기도 했죠. 지폐 앞면에는 미술가이기도 했던 그의 자화상이, 뒷면에는 우크라이나 최고 명문대인 키이우 국립대학교가 있어요. 1939년 셰브첸코의 탄생 125주년을 기념해 그의 이름을 붙여 타라스 셰브첸코 키이우 국립대학교라고 부릅니다.” 셰브첸코 관련 화폐를 자세히 보던 소중 학생기자단이 동전에 색이 칠해졌다며 놀랐어요. “키이우 국립대학교는 옆에 사진에서 보듯 메인인 붉은 건물이 상징이라, 학교의 180주년 기념주화에도 나오죠. 화폐 제조 기술이 발달하며 동전 일부에 색을 넣게 됐는데, 이외에도 여러 기념주화에 다양한 색을 사용했어요.”

전시장 앞에는 간단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간단한 회화를 우크라이나어로 알려주는 전시물이 있다.

전시장 앞에는 간단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간단한 회화를 우크라이나어로 알려주는 전시물이 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2009년 고액권인 5만원권이 새로 생겼듯, 우크라이나도 최근 1000흐리브냐를 새로 만들었는데요. 김 학예연구사는 “우크라이나는 항공·우주를 비롯한 과학 발전에 힘쓰고 있다”며 “1000흐리브냐엔 1918년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아카데미를 창립한 과학자인 볼로디미르 베르나드스키가 들어갔다”고 설명했죠.
예슬 학생기자가 우크라이나와 우리나라 화폐의 차이점이 뭔지 궁금해하자, 유빈 학생기자도 위조방지 기술은 어떤지 질문했죠. 김 학예연구사는 “기본적인 재질 같은 건 비슷한데, 가장 큰 차이는 단위”라고 말했죠. “1과 5를 기본 단위로 쓰는 우리나라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2흐리브냐, 200흐리브냐 등 2 단위가 있어요. 또 우리나라 지폐의 위조방지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유명한데요. 우크라이나 역시 은선이나 자외선에 나타나는 그림 등 우리와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죠. 또 앞뒤로 글자를 나눠 새겨 비출 때 하나로 나타나게 한다거나, 화폐 고유숫자를 밑으로 갈수록 커지게 넣거나 하는 등 10개가 넘는 위·변조 장치가 활용됐어요.”

우크라이나 기념주화 엿보기

우크라이나 기념주화 엿보기

우크라이나 국립은행은 기념주화를 활발하게 발행합니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950종 3000만 개 이상 나왔죠. “우크라이나 기념주화는 역사·인물·문화부터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한 ‘최전방’ 기념주화, 일종의 노래경연대회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기념주화 등 일상 소재까지 테마가 다양해요. 수집가도 많죠.” 우크라이나의 전통 회화 양식인 페트리키브카, 전통 자수인 루시니크 등 관련 물품도 전시됐는데, 그 옆엔 이를 담은 기념주화가 함께였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멸종 위기 야생마 프셰발스키 기념주화, 산타클로스의 유래인 성 니콜라이 기념주화 등 마음에 드는 기념주화를 골라보기도 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화폐를 통해 생소한 우크라이나와 가까워진 소중 학생기자단. 김 학예연구사는 “오늘 살펴본 우크라이나 화폐를 여러분이 직접 우크라이나에 가서 사용해 보길 바란다”고 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 역시 그 날이 빨리 오도록 우크라이나에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했습니다.

화폐로 만나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루시부터 유로마이단까지

기간: 11월 13일까지
관람: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장소: 서울 중구 남대문로 39 화폐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화폐로 만나는 우크라이나

화폐로 만나는 우크라이나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화폐박물관에 도착해 넓은 전시실을 보면서 처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설렜어요. 학예사님이 우크라이나 화폐에 대한 설명을 재밌게 해주셔서 머릿속에 쏙쏙 남았죠. 기념주화가 생각보다 많이 만들어져서 놀랐고 다양한 기념주화 디자인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전쟁 뉴스로 우크라이나라는 나라를 처음 알고 지도를 보며 우크라이나가 어디 위치했는지 아는 정도의 관심만 있었는데요. 취재 전에 왜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 됐는지 간략하게나마 공부하고, 화폐 취재로 우크라이나 문화·예술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우크라이나를 조금 더 관심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민유빈(서울 율현초 5) 학생기자

‘화폐로 만나는 우크라이나’ 전시를 통해 다른 나라의 화폐를 보면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하던 우크라이나 화폐를 보며 다른 나라들도 그 나라의 유명한 인물들을 새겨 넣는다는 것을 알게 됐죠. 또 우크라이나는 많은 것을 기리기 위해 기념주화를 만들고 있었어요. 특이한 주화들도 많고 신기한 주화들도 있는데 저는 멸종 위기 동물을 새긴 것과 코로나19 때문에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새긴 주화가 가장 인상 깊었죠. 소중 친구 여러분도 ‘화폐로 만나는 우크라이나’ 전시를 한번 만나보길 바랍니다.
-이예슬(서울 매헌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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