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인도 한국어 노래도 아닌데 'K-아이돌'…K팝 판뒤집은 이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엔터

K엔터’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알렉사는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 지상파 N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서 K팝 아티스트 최초로 1위를 기록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알렉사는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 지상파 N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서 K팝 아티스트 최초로 1위를 기록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다음 중 K팝 아이돌은? ① 9명의 일본인으로 구성된 걸그룹 니쥬(NiziU), ② 포르투갈·크로아티아·미국 출신으로 이뤄진 4인조 보이그룹 EXP에디션 ③ 영국에서 데뷔한 3인조 걸그룹 가치(KAACHI) ④ 미 지상파 N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자 미국인 알렉사(AleXa).

정답은 ①부터 ④까지 전부. 국적·인종·언어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K팝 아티스트다. 특히 이들 중 알렉사는 K팝 장르 아티스트 최초로 NBC 제작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 1위를 기록하며 K팝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다만, 일부 K팝 팬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알렉사가 경연에서 부른 ‘원더랜드’는 두세 마디 추임새를 제외하면 모두 영어 가사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알렉사는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한국계 어머니와 러시아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가정에서 한국 문화를 거의 접하지 못했다. 오클라호마 털사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성장하며 한국계 친구를 사귄 적도 없다고 한다.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 알렉사는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음악에서 언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언어를 초월해 음악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연 우승 비결에 대해 “모든 참가자 중 유일한 K팝 가수였기 때문”이라며 “K팝의 강렬한 무대와 퍼포먼스를 선보였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팝·록·힙합, 전부 음악 장르  

가수 알렉사(오른쪽)가 1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지비레이블 김준홍 대표와 우승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진경 기자

가수 알렉사(오른쪽)가 1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지비레이블 김준홍 대표와 우승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진경 기자

K팝 세계화로 국경이 희미해지며, 정의가 모호해지고 있다. 한국 기획사에서 제작한 아이돌 가수가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 진출하는 시절을 넘어 이제 전 세계 어떤 가수든 원한다면 K팝 앨범을 제작할 수 있다. 록·힙합·클래식처럼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하나의 음악 장르가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건 대형 기획사다. 아이돌 시장이 글로벌 무대로 시장을 넓히자 한국인 멤버 없는 K팝 그룹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가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한 니쥬는 데뷔와 동시에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했다. CJ ENM의 세계 최대 K콘텐트 행사인 ‘케이콘 2022 프리미어 인 도쿄’에 등장한 INI(아이앤아이)와 JO1(제이오원)에도 한국인 멤버는 없다. 두 그룹 모두 11인조로 INI에만 중국인 멤버 한 명이 포함됐고 모두 일본인이다. 이들을 보기 위해 이틀간 4만여명의 팬이 몰렸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멤버 모두가 중국인 또는 중국계로 구성된 웨이션브이(WayV)를 데뷔시켰다. 이 그룹은 엔시티(NCT)에서 파생한 네 번째 유닛이다. SM은 또 미국 대형 제작사 MGM과 손을 잡고 미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할 보이그룹 ‘NCT할리우드’를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 활동할 ‘NCT도쿄’도 나올 예정이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하이브 재팬도 오디션 프로그램 ‘앤오디션’을 통해 일본에서 데뷔할 그룹을 만들고 있다.

현지 아티스트 발굴하는 K팝 3.0시대  

JYP가 일본에서 데뷔시킨 9인조 K팝 걸그룹 니쥬는 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됐다. 중앙포토

JYP가 일본에서 데뷔시킨 9인조 K팝 걸그룹 니쥬는 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됐다. 중앙포토

이러한 K팝 산업 변화에 대해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는 K팝 한류 3.0시대라고 정의한 바 있다. 한국에서 아티스트와 음반을 기획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 것이 ‘1.0’, 해외 현지 회사와 합작하거나 해외 멤버를 영입해 한국 아티스트와 함께 혼합하는 것이 ‘2.0’이었다. 이젠 합작회사를 만들고 현지 아티스트를 발굴해 육성하는 ‘3.0’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K팝은 한국에서 탄생했지만, 한국인만 노래할 수 있다거나 한국어로만 구현해야 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무대에서 K팝의 개성은 한국적인, 민족 문화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강렬한 무대 퍼포먼스와 안무, 의상, 뮤직비디오, 기획사와 아이돌의 시스템 등이 결합된 독특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K팝은 더는 ‘한국인이 부르는 팝(미국 대중음악)’을 지칭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K팝 혼성그룹으로 활동 중인 랄라리 리더 에디(23·멕시칸계)는 “K팝만큼 음악과 비주얼 적인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는 장르는 없다”며 “미국 팝과 차별화되는 종합 예술”이라고 평가했다.

“피부색 상관없이 누구나 K팝 가수 될 수 있어”

14일 '케이콘(KCON)2022 프리미어 인 도쿄' 콘서트에서 아이돌 그룹 INI가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CJ ENM]

14일 '케이콘(KCON)2022 프리미어 인 도쿄' 콘서트에서 아이돌 그룹 INI가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CJ ENM]

외신 역시 K팝의 장르적 특성에 주목한 바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K팝은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K팝 장르의 주요 특징이자 성공 요인으로 중독성 있는 후렴구, 화려한 비주얼, 따라 하기 쉬운 포인트 안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구축한 강력한 팬덤을 지목했다.

K팝의 장르화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팝 성장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알렉사의 소속사 지비레이블의 김준홍 대표는 “힙합을 하는 아티스트가 꼭 흑인일 필요가 없듯이 K팝 가수가 한국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라며 “‘문화쇄국 정책’처럼 걸어 잠그는 것보단 펼치는 게 K팝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든 K팝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