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오세훈 시장이다!”
서울 성동구 주민 서예진(34)씨는 토요일인 28일 오전 서울숲 공원에서 6개월 된 아기를 안고 산책하다 유세 중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발견했다. 서씨는 반가워하며 달려가 “아이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오 후보는 “이번 유세에서 사진 촬영한 시민 중 가장 어린 것 같다”고 웃으며 촬영했다. 서씨는 “정치를 잘 몰랐는데, 오 후보의 시정이 마음에 쏙 들어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 후보의 서울시장 도전은 이번이 4번째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동행 유세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공백으로 혼란스러웠던 1년 전보다 저는 물론이고 시민들도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2006년 45세의 나이로 처음 서울시장에 당선, 재선까지 성공했지만 2011년 이른바 ‘무상급식 자진사퇴’ 후 두 차례 총선(2016년 서울 종로, 2020년 서울 광진을)에서 연거푸 연패해 정치적 암흑기를 보냈다. 그랬던 그가 10년 만에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한 무대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였고, 불과 1년여 만에 또 한 번 서울 시민들의 선택 앞에 서게 됐다. 이번에 당선되면 서울에서 시장 4선의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오 후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1년 전 보궐선거 때는 시민들이 기대 반, 의문 반으로 오 후보를 쳐다보곤 했는데 이번에는 전체적 분위기가 확실히 호의적으로 돌아섰다”고 귀띔했다. 이날 오전 서울숲 공원 유세에서는 약 40여명의 시민이 오 후보에게 ‘인증샷’ 요청을 했다. 근처에서 조깅하던 회사원 박태현(33)씨는 종이를 구해 들고 “사인을 해달라” 부탁한 뒤 “오 시장이 추진력도 있고 일 처리도 신속하게 해서 마음에 든다. 송영길 후보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신도림역 1번 출구 앞 노천 광장 유세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우윳빛깔 오세훈! 사랑해요 오세훈!”이라고 외치면서 지나갔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자연스레 허리 숙여 인사하는 오 후보의 모습엔 여유와 경륜이 묻어났다.
“여론조사 우세? 자만하는 일 없을 것”
당 안팎에서는 오 후보의 낙승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오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실시한 각종 조사에서 송 후보를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섰다. 중앙일보·한국갤럽의 23~25일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 57.9%, 송 후보 31.8%로 26.1%포인트 격차였다.
하지만 오 후보는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선거 마지막 날까지 조금이라도 자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다 역전당하거나(2016년 서울 종로 총선), 가까스로 이긴(2010년 서울시장 선거) 과거 경험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래도 지난해 보궐선거에서는 여론조사의 기세를 선거까지 이어갔고 득표율 57.5%로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게 18.3%포인트 차 압승을 거뒀다. 서울숲 유세 도중 오 후보와 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 여론조사에서 선전하고 있다.
- “여론조사는 실제 선거와 다르다.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 5%포인트 안쪽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한다. 내 선거도 내 선거지만 구청장·시의원 선거 역시 절체절명의 과제다. 민주당 일색을 넘어야 원활한 시정이 가능하다.”
- 선거 막판 일정 힘들지 않나.
- “요즘 ‘김·만·샌’을 돌아가며 먹는다(웃음). 김밥·만두·샌드위치의 줄임말이다. 일정이 빠듯하다 보니 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면도를 꼼꼼하게 못 할 때도 있지만, 시민들이 좋게 봐주신다.”
- 1년 전과 유세 현장이 어떻게 다른가.
- “지지세는 여전하지만,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1년 전 보궐선거 때 만난 시민들은 부동산 사태에 분노했고, 서울시장 공백 사태에 분노했다. 하지만 지금 시민들은 선거를 일종의 축제처럼 즐기면서 누가 서울시를 위해 더 적합한 후보인지를 판가름하고 있다.”
오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보궐선거 전 10년의 좌절기 동안, 나를 버리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경쟁자인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두고서는 “서울에 대한 공부가 덜 됐다”고 매섭게 비판했다.
- 송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 “송 후보가 사전투표 하루 전 뜬금없이 ‘서울 대개조 공약’을 발표했는데 25개 임대 아파트 단지 지하에 물류허브를 조성하겠다는 등 내용이었다. 서울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벼락치기 한 결과다.”
- 송 후보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에 이재명 후보가 출마했는데.
- “이 후보가 대선에 패배했다면 표 차이와 관계없이 먼저 반성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치 ‘0.7%포인트 차이로 졌으니 지지받을 만큼 받았다’는 태도다. 누가 봐도 앞으로 이뤄져야 할 대장동 사건 수사 등을 국회의원 신분을 활용해 무력화시키거나 악화시키려는 마음이 있는 것 아니겠나. 일종의 ‘정치적 도피’ 혹은 ‘방탄’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오 후보는 당내에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된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송 후보보다 이 후보를 언급할 때 목소리가 더 커졌다. 오 후보는 “이 후보에 대한 심판 여론이 계양을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반영되고 있다”며 “그런 민심이 서울뿐 아니라 지방선거 전체 여론조사에서 여실히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