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밥값이 13만원…"총 구하기가 더 쉽다" 美최악 분유대란

중앙일보

입력 2022.05.30 05:00

업데이트 2022.05.30 09:19

미국에서 초유의 ‘분유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분유가 모자라자 군사동원법을 발동해 군 수송기를 띄워 해외 분유를 들여오고 있다.

 미국의 20대 엄마 유리 나바스가 지난 23일 생후 2개월 아기에게 분유를 타서 먹이고 있다. 나바스는 "분유가 모자라 간혹 밥물을 줬다"고 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20대 엄마 유리 나바스가 지난 23일 생후 2개월 아기에게 분유를 타서 먹이고 있다. 나바스는 "분유가 모자라 간혹 밥물을 줬다"고 했다. [AP=연합뉴스]

美 군 수송기까지 동원, 분유 확보 전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 호주 분유 업체 법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제조한 안전한 유아용 분유 (226g 용량의) 2750만통이 올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재고가 있는 제품은 미국으로 운송 준비를 마쳤고, 나머지는 빠르면 몇 주 안에 생산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8일 군 수송기를 투입해 해외에서 조달하는 국방물자조달법(DPA)을 발동한 이후 해외에서 세 번째로 날아오는 분유다.

앞서 지난 22일 미 공군의 C-17 수송기 글로브마스터3로 독일에서 긴급공수한 네슬레 분유가 미국에 처음 도착했다. 지난 25일에는 페덱스 화물기를 통해 독일에서 거버 분유를 가져왔다. 두 차례의 수송으로 226g 용량의 150만통에 달하는 분량을 확보했다. CNN은 정부의 다양한 노력으로 이달 말부터 소매점 진열대에는 더 많은 분유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미 공군 C-17 수송기가 지난 22일 독일에서 분유를 싣고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해외에서 공수한 첫 분유다. [AP=연합뉴스]

미 공군 C-17 수송기가 지난 22일 독일에서 분유를 싣고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해외에서 공수한 첫 분유다. [AP=연합뉴스]

주요 대도시서 분유 품절 사태

미국은 최악의 분유 대란 사태에 처해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 시장분석업체 '데이터셈블리'를 인용해 21일 현재 전국에서 유통되는 분유 제품의 70%가 품절이라고 밝혔다. 휴스턴의 경우 품절률이 90%로 가장 높았다. 그 외 샌프란시스코(87%)·새크라멘토(86%)·라스베이거스(84%)·세인트루이스(82%) 등 10개 대도시 지역에서 80% 이상 품절률을 기록하면서 분유를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분유 대란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방역 규제로 공급망이 망가져 핵심 원료가 제때 들어오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포장이 더뎌지면서 지난해까지 국지적으로 공급난이 벌어졌다. 올 초에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집단감염이 일어나면서 노동력이 달렸다.

결정적으로 지난 2월 분유 업체 애보트가 제조하는 분유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시밀락의 오염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시간주 공장에서 생산된 분유를 섭취한 유아 중 4명이 박테리아에 감염돼 입원했고 그중 2명이 숨지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대란 수준으로 번졌다.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분유 소비량의 98%를 자체 생산한다. 애보트 브랜드는 미국 분유 시장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 22일 워싱턴DC의 한 상점 진열대에 분유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AFP=연합뉴스]

지난 22일 워싱턴DC의 한 상점 진열대에 분유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AFP=연합뉴스]

"특수 분유 한 통에 13만원 거래" 

분유 대란으로 사재기가 벌어지자 지난달 중순 월마트·코스트코 등에선 1인당 한 번에 3~4통만 구매하도록 제한했다. 그러자 아마존·이베이 등 온라인 상거래에서 3배씩 가격을 올려 분유를 파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NBC가 전했다. 30대 주부는 WP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특수 분유를 먹이는데, 가격이 엄청나게 폭등했다. 이베이에서 분유 8통이 800달러에 거래됐다”고 밝혔다. 한 통에 100달러(13만원)인 셈이다. 한국에선 국내 브랜드 분유의 경우 800g 용량 한 통이 2만원대다. 국내에는 정식 수입되지 않아 해외 직구로 이용하는 시밀락의 경우 비슷한 용량이 4만~5만원대(배송비 제외)다.

아예 인터넷을 통해 유아용 분유 조리법을 연구해 직접 만들어 먹이는 엄마도 등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중에서 구매한 재료로 가정에서 제조한 분유는 영양소 결핍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미 식품의약국(FDA)도 집에서 만든 분유를 먹은 아이 일부가 저칼슘으로 입원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분유 대란이 계속되자 일각에선 엉뚱하게도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엄마들로 불똥이 튀었다. 배우 베트 미들러는 지난 13일 여성들에게 모유 수유를 추천하는 트윗을 올렸다. 그러나 건강 문제로 모유 수유를 하기 어렵거나 모유를 유축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비난받았다.

미국 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포워드 데이먼 리는 분유 대란과 텍사스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묶어 "애들 분유보다 총을 구하는 게 더 쉽다"고 꼬집었다.

우크라 전쟁도 변수, 해바라기씨유 막혀

미국 매사추세츠주 벌링턴에 있는 애보트 연구개발 사무소. 애보트는 미국 분유 시장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EPA=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벌링턴에 있는 애보트 연구개발 사무소. 애보트는 미국 분유 시장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EPA=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노력에도 분유 대란이 당장 끝나기는 어렵다. 애보트 공장은 내달 4일 가동을 재개하지만 소매점까지 유통되는 데는 6~8주가 걸릴 전망이다. 로버트 캘리프 FDA 국장은 "유통 거점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은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업체들도 분유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당장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분유를 생산하려면 FDA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특별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분유 공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유에 지방을 첨가하기 위해 해바라기씨유를 사용하는데,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씨유 수출이 막혀 대체 재료를 찾는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씨유 수출 1위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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