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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마저…"시급 1만2000원 올려도 안와요" 구인난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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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강남구에서 양식당을 운영하는 박모(60)씨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 이후 손님이 늘었지만 일할 사람이 없어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박씨는 "예전처럼 자정까지 영업을 하려면 7명이 필요한데 2명이 늘 부족하다”며 “시급을 전보다 20% 올려도 일한다는 사람은 없고 외국인을 채용하려 해도 뽑을 사람도, 마땅한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강남 일대에서 고깃집 4곳을 운영하는 손모(45)씨의 구인난으로 인한 손해는 더 크다. 역삼동에 위치한 2층짜리 고깃집은 일할 사람이 부족해 한 개 층만 영업하고 있다. 손씨는 “베트남 등 외국인 직원이 주방에서 주로 일하는데 친구 소개해주면 20만원씩 준다고 해도 사람이 없다고 한다”며 “시급은 이미 1만2000원 이상으로 올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문취업 외국인 ‘반 토막’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앞에서 점심식사를 나온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앞에서 점심식사를 나온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내국인 일자리 공백을 메워줄 외국인 근로자가 코로나19 확산 때 줄어든 이후 회복하지 못 하면서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 29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체류 외국인은 198만725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달(243만589명)보다 18.2%(44만3339명) 줄었다.

특히 일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 방문취업(H-2),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체류하는 외국인이 같은 기간 각각 13만6071명(54%), 5만5477명(20%)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내수는 지난해 말부터 회복 조짐을 보였고 올해 들어 거리두기가 해제되기까지 했지만, 일하는 외국인은 다시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재외동포만 늘어…“항공편 적어 못 온다”

이른바 ‘워킹 비자(Working Visa)’ 중에 유일하게 늘어난 건 재외동포(F-4) 비자 체류 외국인이다. F-4비자로 체류 중인 외국인은 같은 기간 3만1071명(6.9%) 늘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H-2 비자 체류 외국인 등 일부가 F-4로 비자를 바꾸면서 F-4만 소폭 늘어났다”며 “코로나19 확산 때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이 많다. 지금은 입국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항공편이 충분치 않아 못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제는 F-4 비자가 외국인 인력 수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F-4 비자는 단순노무직에선 일할 수 없게 규정돼 있어서다. 식당 홀 서빙이나 제조업 관련 단순 업무가 F-4 비자 외국인의 취업 금지 분야에 해당한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서도 이른바 ‘3D' 업종 기피 분위기가 퍼지면서 요식업과 제조업에서의 인력 부족이 심각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 제조업체, 인력난에 수주 거부 

중소기업의 인력 수급 사정도 식당과 다를 바 없다. 볼트·너트 등을 만드는 충남 천안의 한 제조업체는 최근 들어 주문이 들어와도 수주를 거부하고 있다. 제조라인의 단순 업무는 내국인 중에선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한 지 오래인데, 지금은 그마저도 뽑지 못 해서다.

이 회사를 운영하는 정한성 대표는 “지금 라인을 제대로 돌리려면 20명이 필요한데 외국인 근로자 12명만 남아 있다”며 “이미 필요한 생산량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어났다. 사람만 코로나 때 줄어든 그대로”라고 토로했다.

“‘정부만 알선’ 규제 고쳐야” 지적

현장에서는 민간 기업의 외국인 인력 알선 금지 조항을 바꿀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외국인고용법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우선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에 내국인 구인 신청을 해야 한다. 2주간 노력하고도 인력을 채용하지 못했을 경우에만 같은 기관을 통해 외국인을 알선받을 수 있다. 법에 정해진 정부 기관이 아니고서는 외국인 근로자 알선이 금지된다.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하고 외국인 불법 체류자의 취직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외국인 근로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선 민간 알선이라도 장려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중소기업 업계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내국인 중에선 아무도 힘든 일 안 하겠다고 하는데 2주 동안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 게 손해로 이어진다”며 “돈을 좀 내더라도 민간에서 더 빨리 채용이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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