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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정하의 시시각각

민주당, 한동훈 탄핵을 준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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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정하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정하 정치디렉터

김정하 정치디렉터

21대 국회 후반기의 의장단·상임위원장단을 선출하는 원(院) 구성 협상이 매우 험난할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여야 합의를 뒤집고 후반기에도 법사위원장을 갖겠다고 우기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민주당(윤호중)과 국민의힘(김기현) 원내대표는 ‘후반기 상임위 배분은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르되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고 합의했다.

장관 탄핵은 재적 과반이면 가능 #합의까지 깨며 법사위원장 집착 #탄핵추진시 법사위원장 역할 커

그런데 최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의 법적 주체는 (전임 원내대표가 아니라) 현 원내대표”라며 “국민의힘은 그동안 법사위는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런 논리라면 (후반기엔) 민주당이 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합의는 전임자가 한 것이라 나는 모르는 일이란 얘기인데, 공당의 이름을 걸고 만든 합의문을 이런 식으로 휴지 조각 취급하는 건 사기꾼들이나 하는 행태다. 또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이란 주장은 당연히 국회의장은 여당 몫이라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2004년 17대 국회 이후 정립된 국회 관례가 그렇다. 따라서 굳이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갖겠다면 국회의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면 되는데 그럴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2021년 7월 23일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오른쪽)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1대 국회 후반기에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는 내용을 비롯한 여야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1년 7월 23일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오른쪽)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1대 국회 후반기에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는 내용을 비롯한 여야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도대체 왜 민주당은 무리하게 합의와 관례를 깨면서까지 법사위원장에 집착하는 것일까. 겉으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후속 조치인 중대범죄수사청 입법을 위해서란 설명이 나온다. 검수완박에 반발하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갖게 되면 중수청 입법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갖는다 해도 어차피 중수청 법안은 자신들 입맛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 중수청 법안을 국민의힘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드러내고 말은 못하지만 법사위원장에 매달리는 진짜 속내는 ‘탄핵소추’에 있다고 본다. 아직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라 실감을 못해도 탄핵은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점유한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일상적 풍경이 될 수 있다. 물론 대통령 탄핵은 국회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 하지만 국무총리·장관·검찰총장·경찰청장·검사 등에 대한 탄핵은 재적 과반만 넘기면 된다. 과반을 훌쩍 넘는 167석을 가진 거대 야당 민주당은 언제든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공직자들을 격추할 수 있단 얘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야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야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특히 탈원전 수사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등에서 문재인 정부의 최고위 인사들이 표적으로 떠오르거나, 대장동·백현동 사건 등에서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수사 대상이 될 경우 민주당 강경그룹에서 곧바로 한동훈 법무장관이나 수사팀 검사들에 대한 탄핵론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해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이 탄핵이라고 주저할 이유가 뭐겠나. 탄핵 명분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헌법재판관들의 인적 구성도 당분간 민주당에 유리하다.

2016년 12월 9일 국회 법사위원장실에서 권성동 당시 법사위원장이 정세균 국회의장측으로부터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전달 받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12월 9일 국회 법사위원장실에서 권성동 당시 법사위원장이 정세균 국회의장측으로부터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전달 받고 있다. [중앙포토]

그런데 탄핵소추에선 법사위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법사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인 ‘소추위원’을 맡는다. 그런데 만약 법사위원장이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면 헌재가 탄핵 대상자의 파면 결정을 선고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사부터 피고가 무죄라는데 판사가 어떻게 유죄를 내릴 수 있겠나. 실제로 2016년 말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을 때 당시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새누리당 소속이라 제대로 탄핵이 되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 입장에선 천만다행으로 권 위원장도 탄핵에 찬성해 그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지만.

공교롭게 권성동 전 법사위원장은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탄핵 절차에서 법사위원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 테니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에 절대로 양보할 리 없다. 결국 법사위원장의 향배는 민심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