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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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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현주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현주 생활경제팀 기자

최현주 생활경제팀 기자

태생부터 논란이 컸다. 소유한 주택에 대한 보유세인 재산세를 이미 지방자치단체에 내고 있었다. 지방세다. 그런데 또 다른 이름의 보유세를 중앙정부(국세청)에 또 내라고 했다. 국세다. 받는 주머니는 달라도 내는 입장에선 같은 명목의 세금을 두 번 내라는 거다.

세금 위에 같은 세금을 또 얹는다는 ‘옥상옥’ 지적이 일었다. 2005년 6월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종합부동산세 얘기다. 당시 정부는 “보유 부동산에 대한 조세 부과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지방 재정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목적을 내걸었다.

당연히 반발이 컸지만, 사실 ‘가진 것 많은 부자는 세금을 좀 많이 내도 된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종부세 대상이 고가주택이라서다. 도입 당시 과세 대상은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이었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3.3㎡당 1725만원(현재 4653만원)이던 시절이었다. 당시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적용해 보면 15억원 이상 아파트가 대상이었다. 서울 전용 84㎡(옛 34평) 아파트 세 채 값이었다. 종부세가 ‘부자세’로 불리는 이유다.

종부세 도입 배경엔 정부와 지자체 간 신경전도 작용했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폭풍 규제’를 쏟아내며 재산세를 조였다. 그런데 당시 집값 폭등의 근원지로 꼽히던 강남구가 지자체 권한인 재산세율을 50% 감면한다고 나섰다. 정부 기조에 정면 반발하고 나선 셈이다. 재정 형평성 문제도 끼어 있다. 비싼 주택이 많은 지자체는 세수가 넘치지만, 반대인 곳도 적지 않았다.

새 정부 들어 첫 지방선거이자 종부세 과세 기준일(다음 달 1일)을 앞두고 종부세가 ‘뜨거운 감자’다. 여야 모두 종부세 폐지, 기준 완화 등 표심을 좇는 완화책을 내놓고 있다. 종부세를 완화하든, 유지하든 장단점은 분명하다. 다만 여야 모두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누가’ 종부세를 내고 있느냐는 것이다. 종부세 도입 17년이 지난 새 집값은 2~3배 뛰었다.

그런데 과세 기준은 되레 강화됐다. 2017년 1조7000억원이던 종부세가 지난해 6조1000억원으로, 3배 늘어난 이유다. 종부세 도입 당시 부자들이 소유했던 15억원짜리 아파트는 이제 서울 평균 아파트값 수준이다. 부자들이나 내던 종부세를 내는 서민이 늘고 있고 그만큼 반발도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부자세는 가진 것 많은 부자에게만 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