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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엔 중국대사의 ‘전쟁’ 발언 유감스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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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 표결 전 모습. 장쥔 주 유엔 중국대사가 손을 들어 발언 의사를 밝히고 있다. 북한의 도발 폭주를 제지하기 위해 추진된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의 비토권 행사로 부결됐다. 대북 제재결의안이 부결된 건 처음이다. [유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 표결 전 모습. 장쥔 주 유엔 중국대사가 손을 들어 발언 의사를 밝히고 있다. 북한의 도발 폭주를 제지하기 위해 추진된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의 비토권 행사로 부결됐다. 대북 제재결의안이 부결된 건 처음이다. [유엔]

중·러, 안보리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 거부  

장쥔 “한반도 전쟁 불길 땐 단호하게 조치”

북한은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미사일 스물세 발을 17차례에 걸쳐 쐈다. 7차 핵실험 최종 단계 준비까지 마쳤다. 이 같은 북한의 도발 폭주를 징계하고 제지하려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 채택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미리 면죄부까지 준 무책임한 행위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한·중 현대사를 생각할 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적절한 발언까지 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ICBM 등 미사일 세 발을 섞어 쏜 지 하루 만에 북한의 유류 수입 허용량을 줄이는 추가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고, 15개 이사국 중 13개 이사국의 찬성으로 가결(9표 이상) 선을 넘겼다.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대북 유류 공급 제재 강화를 자동 논의한다’는 기존 2397호 결의안의 ‘트리거’ 조항에 따른 조치였다. 당연히 중·러도 동의해 만든 안이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2006년 이후 매번 만장일치로 채택(11건)해 온 대북 제재 결의안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부결됐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신냉전 기류가 강화하면서 중국·러시아가 노골적으로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이 됐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여기에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최근의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북한의 도발을 부추겼다는 앞뒤 맞지 않는 강변을 하고 “전쟁의 불길” 운운하며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장 대사는 미국을 겨냥해 “한반도 문제를 인·태 전략의 바둑판 돌로 활용한다”면서 “누군가 다른 셈법으로 전쟁의 불길로 동북아를 태우고, 한반도를 태우려 한다면 중국은 선택의 여지 없이 단호하게 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국은 70년 전 북한이 6·25전쟁을 일으키자 압도적 물량으로 직접 참전, 북한을 도왔다. 국제사회가 유엔 결의로 한국을 위해 피를 흘릴 때다. 이처럼 한국에 역사적 짐을 진 중국이 북핵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면서 어떻게 “전쟁”을 언급하고 ‘참전’을 떠올리는 말을 쓴다는 말인가.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와 함께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대미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했다. 안보리 제재의 뒷문을 열어놓고 매번 국제사회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저지 노력에 힘을 빼 왔다. 특히 이번 비토권 행사는 7차 핵실험을 저울질하는 북한에 “우리가 막아줄 테니 마음껏 해도 된다”고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능력 완성의 방조자란 오명이 씌워질 수도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