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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소아암으로 입원해도 학교 수업 병행, 경기 남부지역 학습권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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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병원학교 연 고려대안산병원

 ‘유경 꿈이룸 학교’ 입교생이 이곳에서 배운 칼림바(타악기) 연주법과 책 내용을 최병민 학교장(오른쪽 둘째)과 이성욱 교무부장에게 보여주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유경 꿈이룸 학교’ 입교생이 이곳에서 배운 칼림바(타악기) 연주법과 책 내용을 최병민 학교장(오른쪽 둘째)과 이성욱 교무부장에게 보여주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가 커갈 때 가정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이 제대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보통의 아이’는 또래와 뛰놀며 사회성을 키우고, 학교에선 정규 교육을 받으며 신체적 성장과 정신적 성숙을 도모한다. 그런데 이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 병원에서 소아암·뇌전증 등으로 장기간 입원·통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어린이가 그 예다.

이들은 또래와 어울리기도 힘든 데다 장기간 결석으로 학습에 뒤처지고 유급되기 일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려대안산병원이 지난 4일 원내 6층에 ‘유경 꿈이룸 학교’를 개교해 주목을 받는다. 아파서 오랫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는 초등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병원이 나선 것이다.

‘유경 꿈이룸 학교’는 고려대안산병원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인가를, 유경재단의 지원을 받아 경기도 남부 지역 최초로 설립한 ‘병원학교’다. 병원학교란 만성 질병을 치료하느라 3개월 이상 학교에 출석하지 못하는 ‘건강장애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병원이 운영하는 학교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병원학교는 36곳으로, 그중 25%(9곳)가 서울에 쏠려 있다. 기존 경기도에 있던 두 곳마저 북부에 몰려 있어 남부 지역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아이는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유경 꿈이룸 학교’의 1대 학교장인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최병민 교수는 “소아암 환아의 공통된 꿈이 친구들과 수업을 듣는 것”이라며 “유경 꿈이룸 학교는 또래 환아들과 수업을 들으면서 치료로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치료 후 소속 학교에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했다”고 밝혔다.

오전엔 수업 받고 오후엔 치료

이 병원학교는 ‘아이들이 병원 안에서도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 목표 아래 다채로운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우선 국어·수학·영어·사회 등 초등학교 전 학년의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특수교사가 담임교사로서 교육을 담당하며, 학생은 소속된 초등학교에서 출석을 인정받는다. 이 학교 교무부장인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성욱 교수는 “특히 소아암 환아는 보통 3~6개월간 입원치료를 받고 이후 수년간 통원치료를 받아야 해 학교 수업을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병원학교가 문을 열면서 이들 환아가 오전엔 수업을, 오후엔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악기 연주, 공예, 드로잉 등 창의적 체험활동과 성·인권·안전·환경 교육 등 범교과 과정도 개설했다. 또 소속 학교 학우를 병원학교에 초대해 체험활동을 같이 하거나 반 소식을 전해주는 ‘또래 도우미 정하기’ 등 학교 복귀 프로그램도 구성했다. 이 학교는 특수교사 1인당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정원인 5명을 대상으로 운영하며, 현재 소아암 환아 4명이 입교해 수업을 받고 있다. 정신 질환 병력이 있는 학생을 위한 수업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헌법 제3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며 “몸이 아픈 아이도 동등하게 수업받고 개성·소질을 키울 수 있도록 섬세한 커리큘럼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가족 건강관리도 지원

고려대안산병원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 특성에 따라 이들의 건강관리를 위해서도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지난 17일 인근의 원곡초등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초등학생의 비만 예방·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수준이 떨어질수록 비만율이 높은데,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원곡초등학교는 전교생 420여 명 가운데 약 97%가 외국인이어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데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비만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고 분석했다.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고려대안산병원은 보건교사의 추천으로 선정된 아이를 대상으로 비만 관련 검사비 전액과 방과후 공놀이 같은 체육활동의 참가비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6월부터는 해당 소아비만 학생이 내원하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무상 진료도 받을 수 있다.

앞서 이 병원은 2016년 의료계 첫 다문화 지원센터인 ‘로제타홀 센터’를 개소하고,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환자를 위해 의료 통역 서비스뿐 아니라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직업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해 왔다. 2017년부터는 안산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로부터 매년 대상을 추천받아 이 병원 건진센터에서 건강검진 비용 전액을 지원한다. 최 교수는 “고려대 의대는 민족과 박애정신이라는 건학이념에 따라 의료 사각지대 위주로 병원을 건립했다”며 “앞으로도 고려대안산병원은 의료 취약계층의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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