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신기술과 고급스러운 마감
풀옵션 사양에 보조금 혜택도 받아
BMW i4 등 6개 모델 치열한 경쟁
2·3위와 각각 2·3점 차이로 우승
중앙일보 세그먼트 챔피언 2022 프리미엄 콤팩트 전기차 부문 심사 이모저모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5월 12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중앙일보 올해의 차 심사위원이 다시 모였다. 다양한 제조사가 내놓은 전기차 중 최고를 가리기 위해서다.
이번에 모인 비교 그룹은 배경부터 독특하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속하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일부 받을 수 있는 모델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볼보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고급 브랜드 제품이다. 동시에 콤팩트한 차체를 바탕으로 경쾌한 주행을 할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어울리는 각종 신기술과 고급스러운 마감 등도 갖췄다.
매력 포인트는 보조금 혜택에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2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에 따르면 올해 최대 국가보조금은 700만원까지다. 차량 기본 가격이 5500만 원 미만이면 보조금 100%를, 5500만원 이상 8500만원 미만에 해당하면 50%를 받을 수 있다.
폴스타2는 보조금 100%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롱레인지 싱글 모터 사양의 경우 5490만 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폴스타2의 사촌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볼보 C40 리차지는 6391만 원에 판매해 50% 보조금을 받는다. 비싸 보이지만 경쟁 모델도 각종 옵션이 추가되면 6500만~7000만원대로 비싸지다 보니 풀-옵션 사양에 해당하는 C40 리차지가 오히려 ‘가성비 좋다’는 말을 듣는다.
메르세데스-벤츠 EQA 250은 5990만~6790만원대 가격으로 판매된다. 국산차를 대표해서 나온 제네시스 GV60의 판매가는 트림에 따라 5990만~6976만원이다. 모두 50%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충족했다. BMW i4는 엄밀하게 따지면 한 체급 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i4 eDrive40 모델이 6650만원, 고성능 모델에 해당하는 M50 사양이 849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보조금 50%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테슬라는 모델Y로 참전했다. 전기차 하면 1순위로 떠오르는 브랜드다. 하지만 연이은 가격 조정(8950만~9619만원)으로 인해 모델Y는 더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값비싼 전기차가 됐다.
이렇게 국내에서 구매 가능한 프리미엄 콤팩트 전기차 6개 모델을 한 자리에 모았다. 각 제조사 간 자동차 만들기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전기차에 대한 이해와 완성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모두 각 제조사의 입문형 전기차로 개발됐다. 신규 소비자 유입을 위해 공들여 만들었으며, 그만큼 심사위원들은 더욱 엄정하게 평가했다.
심사 현장은 소리 없는 전쟁터였다. 강력한 배기음 없이 후보 차량들은 쏜살같이 가속했으며, 타이어가 짓눌리는 소리만 현장에 울려 퍼졌다. BMW i4를 운전한 심사위원들은 “역시나 BMW”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볼보 C40 리차지와 폴스타2를 몰고 나서는 “밸런스가 잘 잡혔다”고 입을 모았다. 메르세데스-벤츠 EQA250은 “벤츠다운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따냈다. 칭찬만 받은 것은 아니다. 제네시스 GV60은 차량 거동 부분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24인치 여행용 가방을 준비해 콤팩트 전기차에서 중요한 공간 활용성을 확인해 보는 것은 물론 정밀 측정 장비를 활용해 트렁크 공간, 주행 정숙성 등을 계측해 심사에 활용했다. 넓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부분은 국산차가 잘해온 영역이라는 인상이 있었지만 모델Y가 가장 넓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변도 나왔다.
승차감 평가를 위해 별도로 과속 방지턱을 설치했다. 각 차량을 운행하며 하체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얼마나 세련되게 처리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활용한 고급감 면에서는 제네시스 GV60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전기차 시대로 넘어온 이상 이제 독일 브랜드만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테슬라는 전기차 넘버원 브랜드로 우뚝 섰으며, 국내 제조사도 세계적인 전기차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GV60은 800V 시스템을 통해 경쟁 모델보다 빠른 충전이 가능했고,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을 공급해 가전용품까지 사용 가능한 V2L(Vehicle to Load) 기능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심사는 디자인, 공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운드, 정숙성, 주행 성능, 가성비 등 다양한 항목으로 이뤄졌다. 전기차 특성에 맞춰 보다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각 평가 항목도 손을 봤다. 특히 디자인 부분은 지금까지 봐왔던 자동차 모습에서 벗어나 얼마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녹아 있는지도 평가했다. 실내 평가도 단순한 너비나 디자인 이외에 공간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탈바꿈시켰는지, 어떤 친환경 소재를 활용했는지까지 확인해 평가에 반영했다.
자동차 전문기자를 비롯해 국내 최정상 레이싱 드라이버, 디자인 교수, 타이어 수석 연구원 등으로 이뤄진 심사위원이 평가를 맡았다. 최종 우승자는 총점 1017점을 받은 볼보 C40 리차지로 선정됐다. 이로써 볼보는 지난해 수입 프리미엄 콤팩트 SUV 비교 평가에 이어 2관왕을 차지하게 됐다. BMW i4는 1015점을 받아 간발의 차이로 2위에 올랐다. 3위를 차지한 모델의 점수는 1014점이었을 정도로 이번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