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 임명, 한국인 4번째

유흥식 대주교가 29일 한국 가톨릭에서 네 번째로 추기경에 임명됐다. 프란체스코 교황(오른쪽)이 2014년 당진 솔뫼성지를 방문했을 때 유흥식 당시 주교가 수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바티칸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을 맡고 있는 유흥식(71) 대주교가 한국 천주교 역사상 네 번째로 추기경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 바티칸 사도궁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집례한 뒤 유 대주교를 포함한 신임 추기경 21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된 유 대주교는 김수환·정진석·염수정에 이어 한국에서 네 번째 추기경이 됐다. 교황청 장관직은 주로 추기경이 맡기 때문에 유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은 예정됐던 상황이다.

유 신임 추기경의 서임식은 오는 8월 27일 열릴 예정이다. 현재 맡고 있는 성직자성은 오는 6월 5일부터 교황청 내부의 조직 개편에 따라 성직자부로 바뀔 예정이다.

유 추기경은 이탈리아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사제 서품도 현지에서 받았다. 이 때문에 교황청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탈리아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활동한 덕분에 교황청 내 인적 네트워크도 상당하다.

유 추기경은 대전가톨릭대 교수와 총장을 거쳐 2003년 주교품에 올랐다. 2005년 4월부터 대전교구장을 맡아오다가 지난해 교황청으로 발령이 났다.

유 추기경은 지난해 교황청 장관에 임명됐을 때 “교황님께서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며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티칸 현지에서도 저의 임명이 북한이나 중국 문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고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지구촌의 분단 지역 방문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가톨릭 내부에선 “국제 환경이 무르익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한국인 출신인 유흥식 추기경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현재 한국 천주교의 생존 추기경은 지난해 11월 은퇴한 염수정 추기경뿐이다. 유흥식 추기경은 바티칸 교황청 소속이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