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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출신 페트로, 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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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9일의 콜롬비아 대선 1차투표에서 1위가 예상되는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29일의 콜롬비아 대선 1차투표에서 1위가 예상되는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대선 투표에서 좌파 후보의 1위가 유력시되며, 좌파가 집권한 적이 없는 중남미 ‘우파의 보루’ 콜롬비아에 좌파 정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좌파 연합 후보 구스타보 페트로(62)가 지지율 40%로 1위다. 보수 연합 콜롬비아팀의 페데리코 구티에레스(47)가 27%, 무소속 로돌포 에르난데스(77)가 21%로 뒤를 잇는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이 없으면 다음 달 19일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파인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이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경기 침체는 물론 부패와 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페트로가 차기 주자로 급부상했다”고 진단했다.

페트로는 1980년대 좌익 게릴라 단체 M-19 대원으로 활동했다. M-19가 89년 평화협정으로 90년 제도권에 진입하자, 페트로는 수도 보고타 시장과 상·하원 의원을 지냈다. 2010년·2018년 대선에 출마했으나 실패했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다. 빈곤선 이하 인구 비율은 42.5%에 이른다. 지난달 콜롬비아의 식품 가격은 전년 대비 25% 이상 뛰었다. WP는 콜롬비아에서 수백만 명이 하루에 한 끼 이상 거르고, 노동 인구의 절반은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무장단체가 시골을 장악해 치안이 나쁘고 코카인 생산량은 기록적으로 증가해 마약 범죄가 늘었다. 두케 대통령이 지난해 내놓은 서민 부담을 늘리는 세제 개편안은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페트로는 4000명으로 추산되는 최상위 부유층을 대상으로 토지보유세·법인세를 올리고, 배당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실직자를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석유·석탄 기반 경제는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는 ‘죽음의 정치’라면서 관광 중심 경제를 위해 화석 연료 기반 산업을 단계적으로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페트로의 러닝메이트 프란시아 마르케스(40) 부통령 후보도 표몰이에 한몫한다. 환경운동가인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첫 흑인·여성·미혼모 부통령에 도전 중이다. CNN은 “남미에서 두 번째로 큰 공동체이자 오랜 기간 정치와 사회에서 소외돼온 아프리카계 콜롬비아인의 표심을 마르케스가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트로가 당선되면 중남미 핑크 타이드(pink tide, 좌파 집권 확산)가 더욱 거세어질 전망이다. 콜롬비아에 이어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유력 주자인 룰라 다시우바(77)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사상 처음으로 중남미 주요 6개국(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칠레·페루)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미국이 ‘폭정 트로이카’라 부르는 반미 국가 쿠바·베네수엘라·니카라과와 더불어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핑크 타이드가 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중남미 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의 고립주의 경향 속에 중국이 중남미 핑크 타이드를 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콜롬비아의 제2 교역국이자 칠레의 최대 교역국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은 페트로가 당선되면 콜롬비아가 친미 노선에서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페트로는 2012년 발효된 미국·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도 관계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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