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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기사, 경쟁·갈등에 집중…공약 보도는 미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5월 회의가 지난 24일 김준영 위원장(성균관대 이사장)의 사회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지난 한 달간 지면과 온라인에 보도된 기사를 읽고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이들이 제시한 날카로운 비판과 조언을 소개한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가 이달부터 위원회에 합류했다.

심재웅

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이번 달 가장 ‘중앙일보답다’고 느꼈던 기사는 12일(1·4면), 13일(4·5면) 연속으로 나갔던 기획 기사 ‘외면받는 교육감 선거’ 였다. 교육감 선거의 문제나 해법에 대한 의미 있는 접근이 굉장히 돋보였다. 지방선거에 대한 기사들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후보들의 경쟁이나 갈등 같은 단순 보도 중심이었다. 지역의 유권자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정책이나 공약 같은 정보는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 또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얼마 안 됐지만 현 상황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부분이 조금은 안 보인다는 생각을 해봤다. 대통령 관련 이미지들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지 않나 싶은 점도 있다.

이영주

이영주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5일 자 2면 ‘낙태권에 쪼개진 미국’ 기사는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낙태에 대한 오랜 입장을 바꾸는 판결문 초안이 유출된 사건을 다뤘는데, 우리나라도 2019년 4월에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후 지금까지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잘 짚어줬다. 언론도 낙태 관련 허용 범위나 절차 등에 관해 국민적인 합의를 끌어내고 법률 재개정이 이루어지도록 더 관심을 갖고 촉구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9일 자 1면 ‘민주당이 만든 법 때문에 새 정부 73조 떠안는다’는 기사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지난해, 국회 재개정 법률로 인한 재정 부담 증가가 향후 5년간 73조원에 이른다는 내용이었다. 모두가 선심성 입법으로 인한 지출은 아닐 텐데, 제목은 마치 73조원 전부가 민주당의 무리한 법률 재개정으로 인한 재정 부담인 것처럼 과장된 느낌이었다.

지철호

지철호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경제 문제 중 인플레이션이 가장 심각하고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18일 자 1면 ‘사료값 50% 뛰니까 계란 한 판에 9000원’ 기사가 이 내용을 잘 다뤄줬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유니세프와 공동기획한 ‘아이들, 50년새 행복해졌나’는 굉장히 좋은 기획 기사였다. 4일 자 16면 ‘가습기 살균제, 또 한 명이 떠났습니다’ 기사가 있었는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문제는 언론에서 계속 관심을 갖고 보도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기사로는 3일 자 12면 ‘인수위 “네이버·카카오 뉴스 알고리즘 검증해 공개”’ 기사가 있었는데 포털에서 중립성이나 공정성을 해하는 뉴스 편집을 제대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기사 말미에 권양숙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한다는 내용을 붙였다. 기사 제목과 관련 없는 내용이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홍지혜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11일 자 5면 ‘흰색 정장 김건희 여사, 문재인·박근혜에 깍듯한 인사’ 기사는 불편했다.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관심이 많다지만, 외향과 의복을 중심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11일 자 18면 ‘앤디 워홀 ‘먼로’ 초상화, 2500억에 팔렸다’ 기사에서 20세기 미술품 중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고 나왔는데, 실제로는 빌렘 드쿠닝의 ‘인터체인지(1955년 작)’란 작품이 2015년 3억 달러에 낙찰된 바가 있다.

5월 중앙일보 기사는 스타트업이나 비즈니스 관련 다양한 내용이 많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3일 자 1면과 B1·B2면에서 다룬 ‘90년대생 혁신창업이 뜬다’ 기획은 명문대 졸업장이나 대기업 입사보다 창업을 통해 성장하고 성공하는 젊은이에 대한 내용을 잘 다뤄줬다.

전병율

전병율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3일 자 12면 ‘남아공 찬바람 불자 다시 확진 5배…“한국도 재유행 대비를”’ 이라는 제목으로 남아공의 5차 대유행을 다뤄줬다. 5~6개월 주기를 가지고 유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일부 전문가 내용도 소개했다. 국민들에게 유행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직한 기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6일 자 10면 ‘실외 마스크 해제…안 쓰는 유럽, 다 쓰는 한·일·싱가포르 왜’ 기사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문화차이를 비교 분석해준 흥미로운 기사였다. 17일 14면에 ‘코로나 2년…배달음식 늘자 고혈압 환자 100만명 늘었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작지만 중요한 기사라고 본다. 심뇌혈관 질환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 고혈압이기 때문에 그런 변화는 의미가 있다.

임유진

임유진

▶임유진 강원대 교수=교육감 선거 기획이 저는 특히 정치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했다. 지역이나 교육 문제보다는 당파적인 색깔만 선명해지는 문제점들이 기사를 통해 잘 지적됐다.

13일 자 2면 ‘팀장은 주량감소증, 후배는 회식 기피증… 3차가 사라졌다’ 기사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달라진 회식문화에 대해 다뤘다. 거리 두기 해제된 다음에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사일 수도 있지만, 2면에 위치할 만큼 그렇게 임팩트가 있는 기사도 아니고 코로나 이전에도 MZ 세대가 등장하면서 과도한 회식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들은 충분히 많았다. 굳이 이렇게 한 면을 할애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정진욱

정진욱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18일 자 B3면에 ‘데이터 앤 나우’에서 다룬 ‘MZ세대, ‘괜찮은 일자리’ 1순위는 워라밸’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인포그래픽으로 MZ세대가 원하는 직장 생활상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구글 연례개발자회의 같은 것들이 주요 관심사인데, 13일 자 B1면 ‘워치·버즈·폰 …구글 ‘하드웨어 제국’도 노린다’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신속하게 전달해줘 좋았다. 다만 구글이 하드웨어 사업에 들어가는 의미에 대한 부분과 관련된 논평은 좀 부족해서 아쉬웠다. 루나 사태 관련해서도 기사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인 권도형,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약간 아쉬웠다. 블록체인 투자자 보호 관련한 구조적 이슈에 대한 분석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김준영

김준영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교육감 선거 기획은 문제점, 국내외 사례를 통해 다각적으로 잘 다루어줬다. 여기 하나 더 보완하고 싶은 것은 선거 때는 이 문제들이 제기되다가 선거가 끝나면 묻힌다. 정치권에서 개선안이 마련되도록 지속적으로 이슈화했으면 좋겠다.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23일 자 1면 ‘안보 넘어 경제·미래, 한·미동맹 판 바꿨다’ 기사 등에서 자세히 다뤘다. 정부도 대비를 하겠지만 민간 부문 참여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해야 되느냐를 좀 다뤄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경쟁국하고 비교했을 때 생태계가 상당히 뒤져 있다. ‘모래주머니’라고 불리는 규제를 완화하는 특별조치가 필요한데, 기업들을 심층 취재해서 중앙일보가 대안을 찾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은미

김은미

▶김은미 서울대 교수=김지하 시인의 죽음과 더불어 9일 자 2면 ‘독재에 맞선 저향문학의 상징…90년대 이후 생명사상 설파’ 기사를 2면 전면에 실었다. 한 시대를 규정하는 큰 인물이었던 만큼 과감한 편집에 동의한다. 한편으로는 온라인에서라도 좀 더 시인에 대한 다양한 조망과 의미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18일 자 2면 ‘북 봉쇄 탓 식품값 최대 20배로…링거도 맥주병으로 제조’ 기사는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지면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북한 관련 보도는 미사일 발사 사건이나 코로나 같은 특별 상황이 발생했을 때로 국한되는 경향이 있는데 북한 일반시민의 일상에 대한 더 많은 스토리 발굴 보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박인휘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올초부터 신설된 디지털 기획 시리즈 ‘로담(Law談)’ 코너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법률 지식은 물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조화(調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5월에도 로담에 유익한 글이 많이 실렸는데, ‘경찰 전관시대’나 ‘검수완박의 역설’ 같은 글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정보와 지식을 제공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큰 내용이었다. 다만 12일에 공개된 ‘검사가 없는 나라, 누구의 천국일까?’라는 글은, 제목과 일부 내용에서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검사들의 입장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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