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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화 테러…"내 번호 어떻게 알았냐" 따졌더니 황당 답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거리에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26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거리에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 후보와 함께하는 선거운동원입니다. 기호 X번 ○○○ 후보에 대한 지지 좀 부탁드립니다.”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이 같은 6·1 지방선거 관련 홍보 전화를 받았다. 최근 하루에 수십 통씩 밀려드는 선거 연락에 스트레스를 느꼈던 그는 쉬는 날인 일요일까지 이런 전화를 받자 순간 솟구치는 짜증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참고 참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따져 물었더니 당원 아니냐며 얼버무리는데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원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테러” 선거 연락에 불만 고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29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29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김씨처럼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선거 관련 전화나 문자 메시지 등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이모(43)씨는 “성남뿐 아니라 서울 등 그동안 살았던 다른 도시에서도 연락이 쏟아진다”며 “내 정보가 어떻게 샜는지 전화를 받을 때마다 찝찝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임모(48)씨도 “이번 주말 자녀와 놀러 가서 사진 촬영을 하다 선거 전화를 받았다. 사진을 찍어야 하는 찰나의 순간을 놓쳤다. 이 정도면 테러 수준 아니냐”며 불쾌함을 나타냈다.

포털사이트에 ‘선거 문자’ ‘선거 전화’라고만 쳐도 ‘차단’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어 연관검색어로 뜬다. 지역 맘 카페에서는 “오후 9시 넘어 선거 전화가 울려 아들이 놀라 울고불고 몸을 떨었다” “업무 때문에 모르는 번호는 다 받고 있는데 폭탄 같다” 등 웃지 못할 사연이 쏟아진다.

선거 홍보 연락을 차단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에 연락해 휴대전화 번호 제공 거부를 등록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막아도 다른 데서 계속 연락이 오니 스팸 키워드 등록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도지사’ ‘교육감’ 등 선거 관련 단어를 휴대전화 스팸 문구로 등록해두라는 조언이다.

후보들 “안 할 수도 없고…” vs 유권자 “찍기 싫어져” 

27일 오전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대연제6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7일 오전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대연제6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선거 전문가들이 고민한 결과이겠지만, 구태의연한 홍보 전화의 역효과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게 일부 유권자들의 지적이다. 이날 지지 호소 전화를 마구잡이식으로 돌린 한 기초단체장 후보 측 관계자는 “도당 당원 명부나 현역 국회의원 사무실, 지지자 전화번호부 등 정보 수집 경로가 워낙 다양하다”라며 “데이터가 꼬여 정리가 잘 안 되는 측면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선거 캠프 관계자들은 “불쾌해하는 유권자 반응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내 시장으로 출마한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선거에 워낙 다들 무관심하니까 노이즈 마케팅도 선거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어차피 선거 연락이 공해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우리만 안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광역단체장 후보의 캠프 관계자는 “민감함을 고려해 안 하려고 해도 지지자들이 ‘남들은 다 오는데 왜 우리는 안 오냐’고 따질 때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정치권 한 인사는 “지역 정가를 보면 돈이 들더라도 한 번이라도 더 보내자며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며 “유권자 반발을 사는 과도한 연락은 투표 포기 등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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