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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는 여전히 강력하다··· 국내 중견작가 절정의 그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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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섭, 'The presentation-To the Island'의 일부, 2019, Acrylic on canvas, 162 x 130cm..[사진 가나아트]

심문섭, 'The presentation-To the Island'의 일부, 2019, Acrylic on canvas, 162 x 130cm..[사진 가나아트]

심문섭, The presentation-To the Island, 2015, Acrylic on canvas, 182 x 259cm. [사진 가나아트]

심문섭, The presentation-To the Island, 2015, Acrylic on canvas, 182 x 259cm. [사진 가나아트]

미술 전시장에 자주 가는 사람들은 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도록이나 디지털 이미지로 본 그림과 전시장에서 직접 본 그림이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을. 최근 몇 년간 국내외 미술관과 갤러리의 온라인 뷰잉 전시가 많이 늘어났지만, 보는 사람이 발품을 팔아 직접 마주하는 그림을 완벽하게 대신하지 못한다. 회화는 공간의 분위기, 캔버스의 실제 크기와 표면의 질감, 색채의 조화로 2차원 평면의 한계를 뛰어넘어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조각가 출신 심문섭, 윤희 #두 베테랑 작가의 회화부터 #김지원, 샌정 전시도 주목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중견 작가들의 묵직한 회화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요즘 미술시장에서 부쩍 관심이 뜨거워진 조각가 출신 화가 심문섭(79) 과 재불 작가 윤희(72) 개인전과 더불어 재독 추상화가 샌정(59)의 개인전도 열리고 있다. 최근 막 내린 김지원(61·한예종 미술원장)의 개인전도 크게 주목받았다. 국내에서 각기 단단한 팬층을 확보한 이들은 최근 해외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심문섭, "바다는 아름다움의 고향'

심문섭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물(物)에서 물(水)로'란 제목의 전시를 오는 6월 6일까지 선보인다. 지난 15년간 그린 회화 4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로, 현재 이번 전시작 중 절반 이상이 새로 교체된 상태다. 요즘 컬렉터들이 그만큼 그의 작품에 몰렸다. 이번 달 6~10일 열린 아트페어 테파프 뉴욕에서 세계적인 컬렉터가 산 것으로 알려져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심문섭의 회화는 입체적이다. 온통 푸른색으로,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된 바다를 표현했는데, 물감과 붓질의 흔적이 캔버스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번 전시엔 큰 캔버스로 작업한 대작들이 주를 이루고, 그중 한 작품은 큰 캔버스 6개를 합친 것으로 가로가 5m 82㎝에 이른다.

심 작가는 경남 통영 출신으로 조각 작업을 주로 하다가 15년 전부터는 고향 바다가 내다보이는 작업실에서 회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바다를 그리되 바라를 보고 그리는 그림은 아니다"라며 "내 뇌리에 각인된 바다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것은 캔버스 표면에 살아 있는 푸른 물감의 결이다. 그는 캔버스에 유성물감으로 밑칠한 뒤 그 위에 수성인 아크릴 물감을 덧칠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1965년 서울대 조소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1970년대엔 전통 조각 개념에 반발하는 '반(反)조각'을 주창하며 전위적인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 맞춰 펴낸 시화집 『섬으로』에서 작가는 "바다는 아름다움의 고향이다"라고 썼다. 전시는 6월 6일까지.

윤희, "작품은 스스로 태어난다" 

윤희(Yoon-Hee),, N° 43_2020_Acrylic on canvas, 200 x 150 cm. [사진 리안갤러리]

윤희(Yoon-Hee),, N° 43_2020_Acrylic on canvas, 200 x 150 cm. [사진 리안갤러리]

윤희(Yoon-Hee), N° 60_2021_Acrylic on canvas, 200 x 150 cm.[사진 리안갤러리]

윤희(Yoon-Hee), N° 60_2021_Acrylic on canvas, 200 x 150 cm.[사진 리안갤러리]

현재 대구 인당뮤지엄에서 전시되고 있는 윤희 작가의 조각 작품 ‘non finito’, Bronze, Brass, Variable Dimension, 2018-2021.[사진 인당뮤지엄]

현재 대구 인당뮤지엄에서 전시되고 있는 윤희 작가의 조각 작품 ‘non finito’, Bronze, Brass, Variable Dimension, 2018-2021.[사진 인당뮤지엄]

재불 작가 윤희는 서울 리안갤러리에서 개인전 '스스로(By Itself)'에서 12점의 회화를 선보이고 있다. 조각 작업을 해온 이 작가가 회화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대형 캔버스에 작가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생생하게 담긴 것이 특징이다.

전시 제목 '스스로'는 작품이 ‘스스로 되어 나오는 것'을 말한다. 국내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았던 작가는 “나는 조각을 한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고 하지 않고 형상이 드러난다고 한다"며 "내 모든 작업에선 내가 물질을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되어 나오도록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희는 조각 작품으로도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2019년 아트바젤 홍콩에서 선보인 그의 원구형 금속 조각 4점이 완판돼 화제를 모았으며, 당시 그의 작품을 눈여겨본 독일 루드비히 미술관 초청으로 오는 6월 11일부터 독일에서 큰 개인전을 연다.

1950년 개성에서 태어난 윤희는 이화여대 서양화과(학·석사)를 졸업했으며 1980년대부터 프랑스에서 작업해오고 있다. 리안갤러리 전시는 6월 25일까지, 대구 인당뮤지엄 전시는 7월 10일까지.

김지원, '그린다는 것'에 대하여 

김지원, 풍경화( landscape painting), 2022 oil on linen, 53x65cm.[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풍경화( landscape painting), 2022 oil on linen, 53x65cm.[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레몬, 2021, oil on linen 97x130cm. [사진 PKM갤러리]

김지원, 레몬, 2021, oil on linen 97x130cm. [사진 PKM갤러리]

전시는 26일 마무리됐지만, 김지원 개인전도 빠뜨릴 수 없다. '맨드라미 작가'로 유명한 그는 이번에 맨드라미 그림 이외에도 물과 불, 레몬까지 다양한 연작을 선보였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물줄기, 강렬한 햇볕 아래 엉켜 있는 풀과 나무,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그림을 함께 선보였다. 그의 캔버스에서 맨드라미 꽃과 풀이 꿈틀거리며 살아 있는 것처럼, 분수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의 에너지와 모닥불 열기도 존재감이 남다르다. 김지원은 꽃과 풀, 물과 불 무엇을 표현하든 보는 이에게 우리 주변의 '살아있는 것'과 '사라지는 것', 즉 생성과 소멸의 서사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김지원 작가는 인하대학교와 프랑크푸르트 국립조형 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2014년 제15회 이인성 미술상을 받았다.

샌정, 이토록 서정적인 추상 

샌정(Sen Chung), Untitled, 2022, Oil on canvas, 40 x 50 cm.[사진 초이앤초이갤러리]

샌정(Sen Chung), Untitled, 2022, Oil on canvas, 40 x 50 cm.[사진 초이앤초이갤러리]

내면의 풍경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해온 샌정은 이번에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고독’(Solitude)을 주제로 전시를 열고 있다. 여백의 미가 두드러지는 그의 추상은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바탕에 기하학적 형태에 빨강·파랑·노랑 친근한 색채가 어우러져 서정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샌정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뒤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 첼시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현재 뒤셀도르프에서 작업하고 있다. 전시는 6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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