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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학생 "급식은 내가 먹는데, 왜 어른들이 교육감 뽑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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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청소년참정권확대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발대식 기자회견에서 교육감 선거연령 16세 하향, 청소년 모의투표 법제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참정권확대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발대식 기자회견에서 교육감 선거연령 16세 하향, 청소년 모의투표 법제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감은 제 인생을 바꿀 수도 있잖아요. 반장을 제가 뽑는 것처럼, 교육감도 제 손으로 뽑고 싶어요.”
고등학교 1학년 최모(16)양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을 뽑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의 나이는 만16세로, 투표권 행사가 가능한 만18세가 되기에는 2년이 모자라다. 최양은 “학생이라고 다 생각이 없는 게 아니거든요. 교육받는 주체가 투표하는 건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6월 1일)를 앞두고 최양처럼 “교육감을 직접 뽑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청소년정책연대 등 각 지역 청소년연합회에서도 만18세 이상인 참정권을 교육감 선거에 한해 만16세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학생들과 교사, 교육계의 의견을 엇갈리고 있다.

“인생 바꾸는 교육감…내 손으로 뽑고 싶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삼일공업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투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삼일공업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투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감 선거 연령과 관련한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대체로 교육감 선거에도 관심이 많았다. 고교 1학년 진모(16)양은 “거리에 현수막이 많이 붙어있더라. 우리 동네 교육감 후보는 누군가 궁금해서 찾아봤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 김혜린(18)양은 “저는 생일이 지나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19 이후 교육 격차가 커져서 그 격차를 줄이는 공약을 낸 후보를 유심히 봤다”고 했다.

고교 3학년 조민성(18)군은 “저는 생일이 7월이라 이번 선거에 참여를 못 한다. 공약을 찾아보고 공부해도 투표를 못 해 안타깝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김모(15)양은 “교육도 우리가 받고 급식도 우리가 먹는데, 왜 어른들만 교육감 선거에 투표하는지 모르겠다”며 “고등학교에 가면 꼭 교육감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의 장 변질될까”…교육 현장은 우려

2022학년도 3월 고1·2·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뉴스1

2022학년도 3월 고1·2·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뉴스1

지난해 6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실시한 교원 인식 여론조사에서는 선거연령 인하 반대 목소리가 컸다. 설문에 참여한 전국 유·초·중·고 교원(1762명) 중 83.8%가 교육감 선거 연령을 만16세로 낮추는 데 반대했다. ‘학생들의 표를 의식한 인기영합주의 정책(42.1%)’, ‘학교 및 교실의 정치장화 우려(30.7%)’, ‘여타 선거와 동일한 연령(18세)이 바람직’ 등이 이유였다.

일부 학생들은 교사의 기성세대의 반대에 대해 “편견 어린 시선”이라고 주장했다. 고교 3학년 전다빈(18)양은 “주변 친구들을 보면 새벽 4시까지 대선 개표 방송을 챙겨볼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많다. 어른들이 모인 회사가 ‘정쟁의 장’이 되지 않듯, 학생들이 있는 학교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짚었다.

“학생 의견 듣는 환경이 먼저”

교육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은 “청소년이 투표할 수 있었다면 후보들도 학생들의 의견을 더 들었을 것”이라며 “연령을 낮춰 더 많은 학생이 투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일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는 “(청소년의 선거 참여는) 내가 다니는 학교, 먹는 급식 등에 관심을 갖고, 생각의 성장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찬성 의견을 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선거 연령은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다. 교육감 선거만 예외적으로 16세로 낮추는 건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로 대표자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청 차원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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