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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뛰니 신흥국 국채 인기 식네…中에서 180억 달러 이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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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난징의 한 증권사 게시판을 투자자가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난징의 한 증권사 게시판을 투자자가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동성 파티가 끝나자 신흥국 채권의 매력도 사라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며 금리 격차가 줄어든 영향이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신흥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달러 표시 신흥국 국채 기준물인 JP모건의 EMBI 글로벌 다각화지수(EMBI Global Diversified)는 지난 25일(현지시간) 기준 연초 대비 15% 하락했다. 연초대비 5월25일까지 따진 지수 등락폭으로는 1994년 이후 28년만에 가장 크게 뒷걸음질쳤다.

자금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자금흐름 분석기관인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흥국의 뮤추얼펀드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서 360억 달러(약 45조2000억원)가 빠져나갔다.

신흥국 국채 매력이 떨어진 데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 영향이 컸다. Fed는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빅스텝)한 데 이어 올해 두세 차례 추가 빅스텝을 예고했다. 미국뿐이 아니다. 이달 초 영국(연 0.75→1%)과 홍콩(0.75→1.25%)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긴축 시계가 빨라지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선진국의 채권 금리도 오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2.745%를 기록했다. 연초(1.631%)보다 1.7배 뛰었다.

이렇게 되면 과거처럼 달러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흥시장에 투자했던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투자 위험이 높은 신흥국 채권보다 안전하고 금리가 오른 선진국 국채를 더 선호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코로나19 여파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곡물 가격이 뛰면서 신흥국이 심각한 인플레이션(물가 인상)을 겪는 것도 글로벌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과 개도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연초(4.8%)보다 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특히 신흥시장의 대표 격인 중국은 최악의 상황을 마주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 금융시장에서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채권(130억 달러)과 주식시장(50억 달러)에서 18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코로나19 확산세 속 중국 정부가 상하이와 일부 주요 도시 등에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하면서 경제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중국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도 투자자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긴축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신흥국 국채의 투자 매력은 당분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자산관리사인 아문디의 예를란시지코프 신흥시장 책임자는 “올해 신흥국 채권 투자는 잘해봐야 본전이고 최악은 손실”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하우너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신흥국 전략 책임자는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멈출 때 신흥국 국채가 투자처로 다시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흐름은 올해 가을에나 나타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이른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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